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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한 과학 기술이 진정한 과학기술”기술 개발에만 힘쓸게 아니라 기술을 받아들일 여건 조성에도 노력해야
이준성 | 승인 2018.11.24 20:34

‘융합’의 시대다. 신문, 방송, 책 등 여러 매체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며 기존의 구분되어지던 영역들의 융합을 강조하고 있고 정치, 교육, 스포츠 등 우리 삶과 밀접한 여러 분야에서도 융합이란 단어 자체, 혹은 그러한 사례를 여러 차례 마주할 수 있다. 예컨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자율전공학부’라 불리던 서울의 모 대학의 한 학부는 ‘융합인재학과’ 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으며 대학 입시전형에는 ‘융합인재전형’이라 하여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생들을 선발하는 전형도 존재한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기술을 공부하는 사람

스포츠의 경우, 지난 러시아 월드컵 당시, 각 나라는 경기 중에 벤치에서의 전자기기 사용이 허가 됨에 따라 상대팀의 경기력을 분석하고 전략을 수정하며 데이터를 바로바로 수집할 수 있었다. 이처럼 여러 분야에서 서로 다른 성격의 분야와 기술이 합쳐지면서  우리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혁신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이로움을 의료 산업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최원석 인에이블링 공학 연구소 연구원을 만나, 현재 하고 있는 일과 해당 분야에서의 발전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본인을 소개해주신다면?

안녕하세요. 인에이블링공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작업치료사 최원석입니다. 현재 3D 프린팅으로 맞춤형 보조기와 보조도구를 장애인분들을 대상으로 제작해 드리고 있습니다.

- 인에이블링 공학 연구소와 연구소를 운영하시는 김종배 교수님에 대해서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님이신 김종배 교수님이 원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입니다. 재활과학연구실, 연세대 보조공학센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를 포함한 7명이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주된 업무는 장애인과 관련된 국가과제 R&D사업이며 매년 활발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보조공학센터에서는 제품 개발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 인에이블링공학연구소 김종배 교수님(오른쪽)과 최원석 연구원 ⓒ최원석

김종배 교수님은 20대 중반에 불의의 사고로 척수를 다치신 후 척수손상 지체장애를 갖게 되셨습니다. 장애를 갖게 된 이후, 장애인을 위한 기술의 필요성을 느끼시고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서 재활공학을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시고 국립재활원에서 로봇재활사업 과장으로 근무하시다가 현재는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에서 제자들을 양성중이십니다.

- 작업치료사라는 직업, 혹은 작업치료라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해주신다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장애를 가진 상태에서도 최대한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조력자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작업치료는 재활치료의 한 분야입니다. 장애로 인해 제한된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재활치료를 제공합니다.

작업치료의 영역으로는 감각 훈련, 활동 훈련, 일상생활 훈련, 인지재활, 연하재활, 상지보조기 제작, 작업수행 분석 및 평가가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환자와 함께 일상에서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영역에 맞게 도와줌으로써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 3D프린팅이란?

3D 프린팅은 3D 프린터의 가공 기술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3D 프린팅이란 기존의 가공 방식인 *절삭, *압축, *사출 가공과 다르게 한 겹 한 겹 층층이 쌓아 올려 물체를 조형하는 적층 가공방식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적층 가공은 제작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시제품 제작의 방법으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다품종 소량생산이 저비용에 가능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어서 의료분야에서는 맞춤형 보조기, 보조도구, 신체기관을 제작하는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 손목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3D프린팅으로 제작한 상지 보조기를 제작해주고 있다. ⓒ최원석
*절삭 가공 : 금속 따위를 깎거나 자르며 원하는 형상을 만들어 내는 것) 
*압축 가공 : 공구로 압축력을 가하여 성형하는 가공법)
*사출 가공 :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의 성형 가공법으로 높은 열을 가해 플라스틱을 녹인 후  준비된 틀에 녹인 재료를 넣고 냉각되면 냉각한 재료를 둘러싼 틀을 분리해 제품을 빼내는 가공법)

- 그렇다면 현재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3D 프린팅의 장점 중에 앞서 언급했던 다품종 소량 생산이 저비용에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하여 작업치료사의 업무 범위 중 한가지인 상지보조기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상지보조기의 종류는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임상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손목 보조기와 손가락 보조기를 3D 프린팅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보조기의 역할은 신체적 기형을 예방 및 교정하여 움직임을 개선시키기 위한 기구이며, 재활 중 한시적으로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환자 분의 직업적인 측면이나 그 외의 원활한 일상생활을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 3D프린팅 기술로 제작되기 이전에 존재했던 일반적인 보조기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제작한 상지 보조기는 가위로 재단하여 제작하기 때문에 외관이 깔끔하지 못하며 무게가 무겁고 공기 순환이 되지 않아 땀이 쉽게 발생합니다. 그리고 외관이 쉽게 변색되어 지저분해 보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가격 또한 저렴하지 않아 장애인 분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고자 3D 프린팅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상지보조기는 적층가공 방법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외관이 깔끔하며 패턴 적용을 통해 공기 순환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색상으로 제작이 가능하여 선호하는 색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3D프린팅 기술은 다품종 소량생산이 저비용에 가능하기 때문에 제작에 사용되는 재료값만 비교해보자면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상지보조기가 훨씬 저렴합니다.

- 앞으로 이러한 기술이 의료 산업에 미칠 영향과 더 나은 환경을 위해 필요한 점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산업혁명이 이슈인 이유는 직업의 존폐와 관련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은 이전의 산업혁명의 신기술과 다르게 많은 직업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말은 현재 그 어느 직업도 안전하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신기술의 등장으로 학문 간의 장벽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손목 보조기 (흰색은 임상에서 제작되는 손목보조기) ⓒ최원석

그래서 저는 신기술의 등장으로 직무의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발전에 따른 직무변화를 받아들이는 자는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3D 프린팅과 같은 신기술을 빨리 수용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서 의료서비스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치료사를 위한 3D 프린팅 교육은 없습니다. 임상에 있는 치료사들이 신기술을 익힐 수 있는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수준은 발전할 것이고 이에 따라 많은 장애인분들이 질 좋은 의료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곧은 신념과 자부심

인터뷰에 응해준 점에 대해 감사함을 표하고 인터뷰를 마칠 때 즈음, 최원석 연구원에게 기사와 상관없이 인간적인 흥미를 느껴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눴다. 개인의 일상이나 취향 같은 것 말이다.

사소한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올곧은 신념과 가치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그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만족감을 넘어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과학기술의 목적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며 “기술은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언급하면서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인류에게 해로운수도 있고 이로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사람을 향하는데 있고 사람을 위한 기술이 진정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3D 프린팅이라는 기술을 사용하여 장애인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있는 저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보람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라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의 강렬함보다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다리게끔,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준성  wnstjd3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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