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하나님 나라를 위한 진정한 투쟁 방법

라가츠는 악에 대한 투쟁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전술을 “하나님의 전술”(미주 66) 및 “산상수훈과 십자가의 전술”(미주 1) 이라고 부른다.

하나님의 전술

하나님의 전술은 우리와 세상 안에 있는 악을 예수의 대리적 고난을 통해서 나타난 “희생과 사랑”을 통해서 극복하는 새로운 방식을 의미한다.(미주 2) 하나님의 전술은 완전히 새로운 하나님 이해와 인식, 살아 있는 하나님에 대한 확고한 신뢰와 그로부터 나오는 도덕적(또는 종교적) 세계관에 기초한다. 하나님의 전술은 예언자적 혁명의 길이다. 그것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하나님의 전술은 선을 통한 악의 극복이다. 왜냐하면 악은 악을 통해서 결코 극복될 수 없기 때문이다(롬 12:21). 라가츠는 이러한 이유에서 혁명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응 폭력 및 전쟁과 폭력에 의한 평화의 길을 거부한다.

예수는 우리에게 이것을 분명히 하였다.

“악에 대한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선이다. 네가 악을 악으로 대항하자마자, 너는 단지 악을 강화한다. 왜냐하면 너는 동시에 그를 정당화하기 때문이다.”(3)

선을 통한 악의 극복은 악에 대한 올바른 저항이며, 우리의 형제를 악에서 구원하도록 돕는 올바른 방법이다.

둘째, 하나님의 전술의 출발점은 죄로부터의 구원이다. 하나님의 전술은 외적인 변화보다 내적인 변화를, 사회 구조악으로부터 사회적 구원보다 죄로부터 영혼의 구원을 더욱 강조한다.

“우리가 우리 자신과의 투쟁과 내적 결단의 투쟁을 끝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일을 추진할 수 없으며, 형제들에게 봉사할 수 없으며, 예수의 제자가 될 수 없다.”(4)

그러나 우리 안에 있는 악은 오직 최고선이신 살아 있는 하나님에 의해서만 극복 될 수 있다. 그리고 악이 원초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 타락을 통해서 우리 안에 들어왔기 때문에, 우리 안에 있는 악은 오직 하나님에게로 귀환을 통해서만 극복되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전술은 중생을 통해서 진심으로 선의 법을 사랑하는 새로운 인간과 하나님의 사람을 지향한다.(5)

셋째, 하나님의 전술은 세계 혁명과 관련해서 바라바의 방법이 아니라 예수의 방법을 지향한다. 바라바의 방법은 폭력의 혁명과 정치적 방식이다. 그것은 권력을 원한다. 그러나 예수의 방법은 “영의 혁명”이다. 그 혁명은 사랑과 봉사 그리고 살아 있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통해서 하나님 나라를 목표로 한다.(6)

▲ Andrea Mantegna, “Crucifixion” ⓒWikipedia

하나님의 전술은 사회적 구원이 시간적으로 영혼의 구원 이후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구원이 죄로부터 구원의 결과이며, 동시에 사회적 악의 뿌리를 근절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전술은 중생한 인간을 통해서 실행되어진다.

다르게 표현하면, 인간과 인간의 올바른 관계(사회적 혁명)는 하나님과 인간의 올바른 관계(종교적 혁명)를 통해서 규정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종교적 혁명과 사회적 혁명은 하나님 나라와 제자직을 통해서 서로 결합한다. 하나님의 전술의 본질은 다음과 같다.

“그 나라가 없는 제자직은 없다”(마 6:32. 요 17:19).(7)

하나님의 전술은 이러한 의미에서 결국 종교적-사회적 운동이며, 동시에 ‘그리스도에서 마르크스로-마르크스에서 그리스도로’의 운동이다.

세계 혁명으로서 사랑

하나님의 전술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히 나타났고 완성된 사랑의 형태로 세계 혁명을 일으킨다. 이 사랑은 이기심에 사로잡힌 자연적 사랑이나 본질적으로 악에 대한 투쟁을 거부하는 감상적인(따라서 근본적으로 미학적인) 사랑이 아니다. 또한 오직 선만을 보고 악을 사실로서 승인하지 않는 평화주의와 중립주의가 생각하는 유사 사랑도 아니다.(미주 8) 이 사랑은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하는 사랑”(요1:29)과 “하나님의 구원하는 행위의 계시”를 의미한다.(미주 9) 그러므로 하나님의 사랑은 “세상의 해방”이다.(10)

세상의 구원은 하나님의 사랑이 완전히 나타난 예수의 희생의 죽음을 통해서 실현된다. 라가츠는 여기서 그리스도를 통한 신적 정의의 성취로 이해되는 의인론과 인간 구원론을 비판한다. 인간 구원은 인간의 죄를 통해서 모욕을 당한 신적 정의가 죄된 인간 자신이 성취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인간되심, 그의 고난과 죽음을 통해서 보상되었다는 기독교적 교의에 적합하게 일어난다.

라가츠는 이러한 교의학적 구원론을 정의와 사랑의 투쟁을 묘사한 드라마의 일종이라고 부른다. 사랑은 여기서 정의의 성취가 된다. 그로부터, 예를 들면, 하나님의 뜻을 율법 속에 즉 하나님의 거룩성을 표현해야 하는 질서의 체제 속에 제한하는 바리새인의 오류가 발생한다.

라가츠는 그와는 대조적으로 신적 사랑을 모든 교의학적 서술과는 이질적으로 나타나는 예수의 삶과 고난의 모습을 통해서 새롭게 서술한다. 먼저 예수의 십자가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은 어떤 일을 위한 무죄한 고난과 정의를 위한 박해를 의미하는 ‘대리적 고난’이다. 아버지이신 하나님의 마음은 이러한 예수의 대리적 고난 속에서 우리에게 나타난다. 우리는 예수의 대리적 고난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하며, 하나님을 아버지로 인식한다. 그러므로 예수의 대리적 고난은 하나님의 사랑의 계시이며, 동시에 하나님 인식의 확장이다.(11)

사랑은 대리적 고난이기 때문에 선물과 은혜이며,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요 12: 1-8). 사랑은 너와 나 그리고 나와 너의 동일화, 공동체의 완성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절대적 결합에 대한 근본 인식과 근본 감정이다. 사랑은 전체로서 책임성과 죄의 연대성이 되어진다.

“사랑은 무죄한 자의 죄의 짊어짐, 거룩한 자의 세리와 죄인들에게로 이행, 위로부터 아래로의 방법으로 완성된다.”(12)

그러므로 사랑은 섬김이다.

“선생의 제자에 대한 섬김, 강한 자의 약한 자에 대한 섬김, 부자의 가난한 자에 대한 섬김, 건강한 자의 병든 자에 대한 섬김, 순결한 자의 불의한 자에 대한 섬김,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섬김...”(13) (요 13 장).

사랑은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율법의 성취이다(롬 13 :10).

라가츠는 하나님의 사랑의 두 측면-그러나 근본적으로 한 측면-을 설명한다. 이미 언급한 종교적-사회적 운동의 신학적 의미가 여기서도 유효하다. 하나는 하나님과 인간의 올바른 관계를 의미하는 종교적 혁명이며, 다른 하나는 인간과 인간의 올바른 관계를 의미하는 사회적 혁명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사랑에 의한 세계 혁명은 하나님의 아버지됨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됨과 인간의 형제됨의 실현이 되어진다.

“예수가 생각했던 사랑은 인간의 인간에 대한 무조건적인 결합과 주와 아버지이신 하나님과의 무조건적인 결합 그리고 그에 대한 무조건적인 의무의 깊은 감정이다. 이러한 결합은 적대감을 통해서 끊어질 수 없다. 또한 적대자는 아버지의 자녀로서 너의 형제로 남아 있다.”(14)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세상을 구원했다.

“이러한 하나님의 사랑이 그리스도 안에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세상의 구원이 되었다.”(15)

그리스도의 사랑의 혁명은 우주적 구원만이 아니라 도덕적 구원 및 정치적-사회적 구원과 종교적 구원을 통해서 완성되어진다.

라가츠는 이와 관련해서 하나님의 사랑은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살아 있는 현존” 및 “생명을 통한 죽음의 극복”(16) 그리고, 바울이 말한 것처럼, “새 창조”로 (고후 5:17, 갈 6:15) 해석한다.(17) 그러므로 세계 혁명으로서 하나님의 사랑은 사회적 정의를 위한 투쟁과 결합되어진다.

사회적 정의는 하나님의 정의의 실현만이 아니라 또한 그의 거룩성과 우선적으로 사랑의 실현이다.

“또한 세상을 황폐화시키는 악한 용에 대한 투쟁이 없이는 사랑의 봉사를 행할 수 없다. 그러나 기독교인의 투쟁은 반대로 항상 사랑에 봉사해야만 한다.”(18)

사랑은 역동적 현실성이며, 판넨베르크가 말한 것처럼, “정의의 척도”이다.(19) 사랑은 또한 세계 혁명의 동인이다. 혁명의 내적 동인은 라가츠에 의하면 물질주의적 이기주의적 관심이 아니라 “억압당하고 권리를 박탈당한 민중에 대한 깊은 사랑의 감정”과 “그들에게 가해진 불의에 대한 강한 도덕적 반항, 그들을 위한 책임성에 민감한 감정, 도움과 구조의 의지의 깊은 정열”이다.(20) 우리는 증오와 폭력이 아니라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사회주의를 승리로 이끌 수 있으며, 계급 전쟁을 극복할 수 있으며, 평화를 달성할 수 있다.

하나님이 예수의 고난과 희생에서 완전히 나타난 사랑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 하나님의 전술이다. 우리는 세상에서 하나님의 대리자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여야 하고, 더 운반하여야 한다.

“우리는 다시 사랑할 수 있기 위하여 하나님을 영접해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을 다시 영접한다면 우리는 또한 사랑하는 것과는 다른 것을 할 수 없다.”(21)

그리스도의 사랑은 “자유로운 필연성, 불가피함”과 “허락”이다.(22) 그러나 그 사랑은 우선적으로 희생을 통해서 확증되어진다. 사랑의 길은 언제나 희생의 길이며, 참된 희생의 길은 언제나 수난의 길이다.

미주

(미주 1) L. Ragaz, Sozialismus und Gewalt. Ein Wort an die Arbeiterschaft und ihre Führer, 2. Aufl. Olten 1919. S. 30.
(미주 2) L. Ragaz, Die Bergpredigt Jesu, 4.Aufl. Gütersloh 1992. S. 84. 예수의 십자가는 라가츠에 의하면 마르크스의 진리와 비진리를 판단하는 척도이며 (L. Ragas, Von Christus zu Marx - von Marx zu Christus. Ein Beitrag. Mit einem Nachwort von Renate Breipohl, 2. Aufl. Hamburg 1972. S. 72), 고난과 희생은 역사 발전의 추진력이다 ( Von Christus zu Marx, S. 79).
(미주 3) L. Ragaz, Dein Reich komme. Predigten, Bd. 2, 3. Aufl. Erlenbach-Zürich 1992, S. 191. 포퍼(Karl Raimund Popper)의 “팍스 아메리카”를 위한 전쟁 이데올로기는 비판받아야만 한다. 그는 평화를 위한 전쟁을 요구한다. “우리는 평화를 위하여 전쟁을 해야 한다... 폭탄의 사용은, 폭력이 문제가 되는 곳에서, 폭력을 통해서 저지되어야만 한다” (Der Spiegel 13. 23. März 1992, S. 208). 그러나 폭력은 렌토르프에 의하면 폭력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그것이 기독교 공동체의 위임이다 (Trutz Rendtorff, Politische Ethik und Christentum, S. 57).
(미주 4) A.a.O., S. 208.
(미주 5) A.a.O., S. 210-213.
(미주 6) L. Ragaz, Weltreich, Religion und Gottesherrschaft, Bd. 2, Erlenbach-Zürich; Müchen; Leipzig 1922, S. 226-227. 이것은 판넨베르크에 의하면 기독교와 사회주의의 전술적 차이이다. 따라서 판넨베르크는 골비쳐와는 달리 “기독교인은 사회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W. Pannenberg, Der Sozialismus-das ware Gottesreich? in: Wolfgang Teichert (Hrsg.), Müssen Christen Sozialisten sein? Zwischen Glaube und Politik, Hamburg 1976, S. 60-65). 또한 그는 기독교적 전술과 사회주의적 전술을 도식적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인간의 내적 변화와 사회주의에서 사회적 변혁은, 라가츠가 말한 것처럼, 새 하늘과 새 땅의 변증법을 통해서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에 속한다.
(미주 7) L. Ragaz, Das Reich und die Nachfolge. Andachten, Bern 1938, S. 500.
(미주 8) Bergpredigt, S. 95. 거짓 사랑은 상대주의와 중립주의로 인도한다 (vgl. Reich und Nachfolge, S. 526).
(미주 9) L. Ragaz, DieBibel. Eine Deutung, Bd. 7, Zürich 1947-1950, S. 64.
(미주 10) Bergpredigt, S. 100.
(미주 11) Weltreich, Bd. 2, S. 252-255.
(미주 12) Bibel 5, S. 127-128. 죄의 연대성은 하나님의 완전성과 일치성 안에서 인간의 형제됨에서 유래한다 (vgl. Reich und Nachfolge, S. 529-530. 534). Vgl. Weltreich, Bd. 2, S. 255. 유다의 배신은 사랑의 포기이다. 그것은 수여의 정신을 위협하는 수취의 정신이다(vgl. Bibel 7, S. 140).
(미주 13) Bibel 7, S. 137.
(미주 14) Bergpredigt, S. 95. 그리스도의 사랑은 “인간의 인간에 대한 인격적 관계”이다. 그러므로 그 사랑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종교적 영역에서 올바른 관계의 혁명이 되어진다 (vgl. Eduard Buess, Gottes Reich für diese Erde, S. 139-145).
(미주 15) Dein Reich komme Bd. 2, S. 58. 또한 S. 192 ff.와 216을 참조하라.
(미주 16) Bibel 7, S. 145.
(미주 17) L. Ragaz, Die Geschichte der Sache Christi. Ein Versuch, Bern 1898, S. 72.
(미주 18) Dein Reich komme Bd. 2, S. 206-207.
(미주 19) W. Pannenberg, Theologie und Reich Gottes, S. 39.
(미주 20) Bibel 2, S. 19. Vgl. Bibel 7, S. 137.
(미주 21) Weltreich, Bd. 2, S. 250.
(미주 22) Bergpredigt, S. 96.

류장현 교수(한신대 신학부/조직신학) jena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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