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서의 시작(1장)이 이스라엘의 종교제의 행위의 절대적 부정과 거부였다면, 이사야서의 마지막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모든 육체의 종교제의 행위가 영원히 지속될 것임을 밝힌다(66장). 앞에서 종교제의의 부정과 거절의 이유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향한 악행의 문제였음을 밝혔다면, 이제 아래에서는 영원한 경배와 찬양이 이어지는 이사야가 말하는 종교제의의 긍정의 이유는 무엇인가를 살펴본다. 아울러 부정과 긍정의 관계는 서로 어떤 관련을 맺는 지를 알아볼 것이다.

이사야서가 말하는 새 하늘과 새 땅

이사야서 66장 23절의 모든 육체가 매 초하루와 안식일에 야훼께 경배하러 온다는 그 결정적 근거는 바로 앞 절의 ‘새 하늘과 새 땅’(22절)이 창조되기 때문이다. 22절의 ‘새 하늘과 새 땅’은 정확히 말하면 정관사가 붙은 ‘그 새 하늘과 그 새 땅’(השמים החדשים והארץ החדשה)이다. 구약성서 전체에서 ‘새 하늘과 새 땅’은 이사야 66장 22절과 65장 17절 오직 이 두 군데 밖에 나오지 않는다.

결국 66장 22절의 ‘그 새 하늘과 그 새 땅’이란 65장 17절의 ‘새 하늘과 새 땅’(שמים חדשים וארץ חדשה)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사야 65장 17절에서 말하는 ‘새 하늘과 새 땅’은 새로운 하늘의 모습과 새로운 땅의 모습 두 가지를 지칭하지 않는다. 새로운 하늘은 바꾸어질 하늘의 모습이 아니라 바꾸어질 새로운 땅의 이야기다.

이는 ‘예루살렘’(65:18f.)과 야훼의 구원을 기뻐하는(참고, 사 62:5; 습 3:17) ‘그 백성’(참고, 사 61:7.10; 습 3:14)이다.(1) 새 땅, 새 예루살렘이란 그 새로운 땅의 사람들과 관련된 것이다(65:17-19; 66:10-14.20f.). 곧 ‘야훼의 종들’(2)과 잘못된 제의를 행하는 자들과의 대조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는 65장과 66장에서 반복적으로 다루어진다. 야훼의 현존은 어떤 특정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cf. 57:15) 그리고 누구를 위해(cf. 61:1) 함께 하느냐의 문제이다.(3) 야훼가 새롭게 창조할 새 땅의 모습은 새 사람의 모습이다. 이사야 65장 21절과 22절은 야훼의 새 창조가 말하는 불의한 사회를 개혁하는 이미지다. 두 절은 잘 짜인 대조 본문이다.

새 땅, 강자의 착취가 없는 세상

야훼가 새롭게 창조하는 새 땅의 모습은 착취가 없는 세상이다. 이는 당시 사회 기득권자들의 사회적 불의를 고발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사회적 불의의 모습은 이미 이사야 3장 14절 이하에 분명하게 제시됐던 것이다. 가난한 자들(4)을 착취하고 빼앗은 것으로 자신들의 집을 채우는 사회 지도자들이 야훼의 심판의 근거다(참고, 사 5:8).

3장 14절 이하가 가난한 자들을 착취하는 사회 상류층들에 대한 심판선언이라면, 65장 21절 이하는 앞으로는 가난한 자들이 더 이상 착취 받지 않을 것임을 말해주는 이들을 위한 구원선포다. 62장 8절 이하에서도 예루살렘의 구원의 표상은 더 이상 소외된 노동이 없을 것임을 밝힌다.

성전은 해방의 장소이며 착취와 억압이 없는 곳이다. 시온의 구원의 때는 ‘정의’가 실현되는 때다(62:1b). 야훼가 ‘공의’를 사랑하고, ‘불의한’ ‘착취/빼앗음’을 싫어하기 때문이다(61:8).

65장 17절 이하가 말하는 새 하늘 새 땅, 곧 새로운 예루살렘의 변화된 모습 중 주목할 것은 더 이상 ‘울부짖음’(쩨아카, צעקה)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65:19). 이는 이스라엘의 범죄의 실상을 고발한 노래 였던 5장의 ‘포도원의 노래’에서 공의와 정의에 대조되었던 모습을 다시 드러낸 것이다. 야훼가 ‘정의’(쩨데카, צדקה)를 바랬지만, ‘울부짖음’(쩨아카, צעקה)만 있다는 고발이다(5:7).

그렇기에 야훼의 ‘새 하늘 새 땅’이란 ‘정의’(쩨데카, צדקה)가 없는 불법과 불의에 의해 가난한 사회적 약자들의 ‘울부짖음’(쩨아카, צעקה)만이 있었던 것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제 ‘울부짖음’(쩨아카, צעקה)이 들리지 않는다는 선언은 곧 ‘정의’(쩨데카, צדקה)가 이루어지는 새로운 세상이다.

박경철 교수(한신대 구약학)  otrek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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