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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은 자기를 고집하지 않으니” - 聖人無常心도덕경과 마가복음을 묵상하면서 49
이병일 | 승인 2018.12.10 20:45
“성인은 항구한 마음이 없으니, 백성의 마음으로써 (자기) 마음으로 한다. 선한 사람을 선하다고 하고, 선하지 못한 사람도 또한 선하다고 하므로 덕은 선하다. 신실한 사람을 신실하다고 하고, 신실하지 모한 사람도 또한 신실하다고 하므로 덕은 신실하다. 성인은 천하에 있으면서 맞추고 맞추어 천하가 되고, 그 마음은 순수하다. 백성은 모두 귀와 눈을 모으니 성인은 그 모두를 어른다(사랑한다).”
- 노자, 『도덕경』, 49장
聖人無常心, 以百姓心爲心, 善者吾善之, 不善者吾亦善之, 德善. 信者吾信之, 不信者吾亦信之, 德信. 聖人在天下, (歙歙焉)爲天下, 渾其心, 百姓皆注其耳目(百姓皆屬耳目), 聖人皆孩之

성인은 자기를 고집스럽게 주장하지 않는다. 학문과 지식을 가지려는 마음이 없어야 천하를 얻을 수 있다. 그러면 일 없이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어떠한가? 성인은 선한 자나 선하지 못한 자나 모두를 있는 그대로 품는다. 선한 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지식을 잘 아는 사람이고, 믿음이 있는 자는 다스림을 잘 따르는 자이다.

선한 자나 믿음이 있는 자는 노자 시대의 상황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나라에 쓸모가 있는 사람을 착하다고 하여 상을 주는 것은 일을 만드는(有事) 정치이다. 일이 있는 정치를 하면 백성이 인위적으로 삶을 구하게 된다.

ⓒGetty Image

성인은 자신의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무수한 사람들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믿고 따르게 하기 위하여 이익과 재화를 수단으로 삼으면 사람들은 더 많은 풍요를 요구하게 되어 마음이 혼탁해진다. 백성의 마음을 흐리게 하여 지식이나 이익을 구하는 태도를 가라앉힐 때, 백성이 눈과 귀를 밖으로 쓰지 않고 어린아이와 같은 소박하게 된다. 잘 다스리는 성인은 사람들 모두를 똑같이 대하고 사랑해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에게 맡기지 않고 사물에 맡기기 때문에,
취함과 버림도 없으며 거스름과 순응함도 없다.
어리석은 사람은 사물에 맡기지 않고 자신에게 맡기기 때문에,
취함과 버림이 있으며 거스름과 순응함이 있다.
만약 마음을 활짝 열고 사물에 맡겨 최후로 천하를 잊을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사물에 맡겨 시간에 따르는 것이다.
사물에 맡겨 시간에 따르는 것이 易行이며
저항하여 사물을 변화시키는 것은 難行이다.
사물이 오면 그에 맡겨 거스르지 말며
떠나가면 떠나가는 대로 좇지 말며
무엇을 하였든지 간에 지나간 것은 후회하지 말며
아직 오지 않은 것은 염려하지 말라.
이를 두고 도를 행한다고 한다.
- 야나기다 세이잔, “달마” 중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나라의 지도자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경제적 성과를 수치로 나타낸 지표이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공직자들의 활동으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이익과 이윤을 취했느냐 하는 것을 보여주는 숫자에 따라서 지지도와 인기는 오르내린다. 그 수치는 경제성장률, 국민소득통계, 국제수지 지표, 고용과 임금 지수, 주식지표 등이 있는데, 이 숫자에 의해서 사람들이 마음이 놀아난다. 이러한 숫자가 삶의 질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숫자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아전인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모두가 더불어 어르면서(사랑하면서) 함께 사는 삶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이 지지도를 위해서 숫자에 연연하기도 하고, 반대하는 세력은 숫자로 공격이나 위협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자의 성인이 사람들 모두를 위하여 무위의 정치를 하고 모두를 사랑하는 것처럼, 편중되지 않고 모두의 삶이 평안하기를 바라면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노자의 정치를 따르는 현대의 성인이 아니겠는가. 소위 정치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표를 얻을 때만이 아니라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하는 동안에 새겨둘 말이 있다.

“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위대하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

“디아코니아를 현대적인 의미로 표현한다면 “하느님 선교”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공동체 내적인 일을 넘어서 외부에서도 봉사하고 구제하고 선교하는 모든 것을 디아코니아라고 합니다. 가정이나 교회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것, 그리고 하느님 나라를 위해 선교하는 것, 이 모두가 디아코니아의 행위입니다. 교회에서, 교회를 통하여, 교회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함께 활동하고 일할 때에 누구에게든지 가장 기본적으로 요청되는 것이면서도 가장 지켜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섬김과 봉사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누군가를 대신하는 희생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우려해서, 그리고 제자들 사이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예수님은 맡은 자들의 섬김과 희생을 가르쳤습니다.
섬김과 희생을 말할 때에 흔히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나는 섬김과 희생을 의무로 받아들이거나 강요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섬김과 희생의 목적과 대상입니다. 예수님의 디아코니아는 그의 고난과 죽음을 초래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 걸어갔던 길 위에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우리에게 그의 잔을 마시고 그의 세례를 받을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예수님은 불의한 일을 당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사도로, 억울한 일을 당하는 모든 사람을 섬기는 종으로, 소외된 모든 사람을 위한 집사(섬기는 사람)로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섬김과 희생은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 위에서 구체적으로 따르고 배워야 합니다. 또한 예수님의 일을 위해서 함께 가는 교우들을 섬겨야 합니다. 보이는 형제자매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합니다. 이 말은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예수님의 일을 하는 형제자매들을 서로 섬기고 사랑하는 것이 예수님을 구체적으로 따르고 섬기는 일입니다.”
- 이병일, 『미친 예수』(서울: 도서출판 밥북, 2017), “섬김과 다스림” 중에서>

이병일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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