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 전반부에서 이스라엘의 종교제의에 대한 절대적 거부의 원인으로 지목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불의한 법정의 문제를 거론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심판주로 그리는 메시야의 도래는 사회 약자들을 위한 정의의 재판을 거론했다(11장). 이사야 11장은 ‘야훼의 영’이 임한 이새의 뿌리의 새로운 싹에 의한 정의의 판결이 이루어진 후, 유토피아의 평화의 모습을 그린다. 곧 동물들의 약육강식이 사라지는 진정한 평화의 세계이다(11:6-8).

단순한 유토피아가 아니라 정의가 실현된 땅

이 동물들의 유토피아적 평화의 세상에 대한 이미지는 바로 65장에서 ‘새 하늘과 새 땅’의 모습인 ‘울부짖음’(쩨아카, צעקה)이 들리지 않는 ‘정의’(쩨데카, צדקה)가 이루어진 그 다음에 이루어진 모습으로 등장한다(65:25). 유토피아적 동물들의 평화의 이미지를 그리는 이 두 본문은 구약성서 전체에서 오직 이 두 곳에만 나타난다.(1)

일반적으로 이사야 65장 25절은 11장 6절에서 9절까지의 수용이라고 여겨져 왔다.(2) 두 본문에 나타난 동물들의 평화의 이미지는 단지 약자와 강자가 함께 사는 세상이 결코 아니다.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지 않는 평화 공존의 전제는 약자가 강자와 같은 힘(폭력)을 소유해 그 힘의 균등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약자를 해치는 강자의 힘, 그 폭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전제다.(3)

새로운 제의는 사회정의 실현이 전제

이사야 11장의 메시야적 종말론적 메시지와 65장의 ‘새 하늘 새 땅’의 종말론적 메시지는 사회 약자들에 대한 불의와 불법이 사라지고, 정의가 실현될 때에야 진정한 평화가 도래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4) 이사야 11장과 65장의 평행본문이 말하는 것은 이사야서 전반부에 나타난 이스라엘의 종교제의에 대한 부정이 사회적 불법과 불의의 문제였다면, 이제 새로운 세상, 새 하늘과 새 땅에서의 종교제의의 긍정은 곧 사회정의 실현이 그 전제라는 사실이다.

이사야 11장 1절의 ‘이새의 뿌리에서 새 싹’ 언급은 10절에 다시 한 번 반복된다. 이는 11절 이하에 온 열방이 몰려오는 주제와 ‘영광’을 보게 되는 구도이다. 11장 1절에서 9절까지가 65장 17절에서 25절까지와 동일한 주제의 구성을 보여주었다면, 11장 10절 이하의 온 열방의 시온 순례와 야훼의 영광을 보게 되는 종교제의에 대한 긍정의 주제는 이사야서 마지막 장인 66장과 그 구성을 같이하는 것이다.

▲ 13세기 경에 제작된 캔터베리 대성당의 “이새의 뿌리의 새 싹”이 새겨진 스테인드 글라스 ⓒWikipedia

65장의 ‘새 하늘과 새 땅’의 표상은 시온에 정의가 실현되고 그 후 진정한 평화의 세계를 말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66장은 이제 그 곳 시온으로 온 열방들이 몰려올 것을 말한다. 11장 10절과 66장 1절은 야훼가 머무르는 장소에 대해 동일한 단어(מנחה)를 사용한다. 야훼는 자신이 머무르는 곳으로 온 열방들을 불러 모아, 그들로 하여금 야훼의 ‘영광’을 보게 하는 것이다(11:10; 66:18).(5)

‘야훼의 영광’을 본 다는 것은 곧 종교제의 행위에 대한 긍정을 말하는 것이다(66:23). 전제는 야훼가 계시는 장소인 시온/예루살렘은 무엇보다도 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열방이 시온으로 몰려와서 야훼의 영광을 보는 것이 곧 거기서 정의를 보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62:2).

새로 시작된 제의 제물, 모든 육체

65장에서 ‘새 하늘 새 땅’이 이루어지는 예루살렘/시온에 정의가 실현되고 진정한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언급했다면, 이제 그 다음 장이며 이사야서의 마지막 장인 66장 18절 이하는 그곳 시온으로 모든 열방이 몰려올 것임을 언급한다. 특히 이들이 시온으로 오는 모습은 이스라엘이 야훼께 경배하러 나올 때 깨끗한 그릇에 ‘제물’(מנחה)을 가져 오는 것처럼(66:20a), 시온으로 몰려오는 열방 자신이 야훼께 바쳐질 ‘제물’(מנחה)이다(66:20b). 이는 현 이사야서 전체 최종형태 구성에 있어서 매우 주목할 점이다.

왜냐하면 이사야서 시작에서 이스라엘의 모든 종교제의 행위에 대한 절대적 부정을 명할 때, 그들의 모든 ‘제물’(מנחה)을 부정했다면(1:13), 이제 이사야서 마지막에 그 ‘제물’(מנחה)을 매우 특이한 표상으로 영원한 야훼 종교제의의 긍정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야훼의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보지도 못했고, ‘야훼의 영광’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이들이다(66:19). 바로 이들이 곧 이스라엘이 야훼께 바치는 ‘제물’(מנחה)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시온으로 몰려와 종국에 ‘야훼의 영광’을 볼 자들이며(66:18), 야훼는 이들 가운데서 제사장과 레위인을 뽑겠다고 말한다(66:21). 이런 표상은 구약성서 어디에도 없는 표상이며 토라의 그 어느 법에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66장 22절은 ‘그 새 하늘과 그 새 땅’이 야훼 앞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전에 없던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상이 이루어진 후, 온 육체가 매월 초하루와 안식일에 야훼께 경배하러 올 것임을 증언한다(66:23). 이사야서 시작에서 초하루와 안식일의 모든 집회를 금지할 것(1:13)을 명했던 것이 이사야서 끝에 와서 극적인 반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평화, 공의와 정의의 회복

이사야서의 시작(1장)에서 종교제의 행위의 거절은 이스라엘(예루살렘/시온)의 죄악 때문이다. 이들의 사회 불의(16-17절; 21-23절), ‘정의’와 ‘공의’가 충만했던 곳이 살인(피)만이 있을 뿐이다(21절). 그러나 야훼는 예루살렘/시온을 ‘정의’와 ‘공의’로 다시 회복시키신다(27절). 시온이 ‘공의’와 ‘정의’로 회복된 후, 그곳으로 온 열방이 몰려온다.(6) 그곳이 진정한 평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평화의 세계란 모든 전쟁(죽임)의 무기들이 농기구(살림)로 바뀌고 다시는 전쟁의 연습도 없는 세계다(2:4, 참고, 미 4:1-4). 이사야서의 마지막(65-66장) 역시 동일하다. 이사야서 최종 결론부(65:17-66:24)가 말하는 구도는 단순하다. 착취가 없고, 강자들의 폭력이 사라지는 평화의 세계가 이루어지는 ‘새 하늘과 새 땅’의 모습이 전제될 때, 그곳으로 온 열방이 몰려올 것이며, 그것이 바로 ‘그 새 하늘과 그 새 땅’이 된다는 것이다.

본 연구의 결론이다. 이스라엘의 종교제의의 절대적 부정은 사회 약자들에 대한 불법과 불의 때문이며, 이스라엘 종교제의의 영원한 긍정은 공의와 정의가 실현되고 강자들의 폭력이 사라진 진정한 평화가 이루어진 그 전제하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이는 단지 이스라엘 뿐 아니라 생명이 있는 모든 육체에게 허락된 것이다.

나가면서

한국교회의 개혁을 위해 당면과제를 열거하자면 그 수를 나열하기도, 우선순위를 정하기도 힘들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 교회에서는 개인 복음과 사회 복음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와 신앙 및 교회와 신학의 대립이 진행되어 왔다. 이는 보수와 진보로 양분하는 틀을 제공하기도 했다.

500년 전, 종교개혁운동이 당시 사회개혁운동과 분리될 수 없듯이 기독교 복음의 내용과 신학의 가르침이 그 둘을 분명하게 나눌 수 없음은 자명할 것이다. 본 연구는 구약성서 특히 이사야서를 통해서 고대 이스라엘의 종교제의 행위와 사회정의 실천의 관계가 무엇인지를 규명하고자 했다. 무엇보다도 이사야서는 그 시작과 마지막에 종교제의 행위에 대하여 극명하게 정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그러한 상반관계를 보여주는 지를 살펴 본 것이다.

본 연구를 위해 현 이사야서의 최종형태 구성을 통해서 공시적 연구방법을 사용하였다. 이는 서로 다른 여러 본문들의 ‘삶의 자리’(Sitz im Leben)를 통시적 역사비평방법을 통해 각 본문들의 편집사적 연유들을 추적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 최종형태 구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책의 자리’(Sitz im Buch)로서 그 시작과 마지막을 중심으로 해서 연구한 것이다. 그것이 본 연구의 목적인 이사야서가 말하는 종교개혁과 사회개혁의 관계를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이스라엘의 종교제의 행위에 대한 절대적 부정을 말하는 이사야서의 시작과, 영원한 종교제의 행위의 긍정을 말하는 이사야서 마지막이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이 둘의 상관성에 어떤 사회정의 실천의 문제가 관여하는 지를 살펴보는 데 가장 적절한 방법이기도 하였다.

박경철 교수(한신대 구약학)  otrek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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