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저서는 박 교수님이 1958년부터 한신대학과 여러 신학대학들에서 강의한 내용들을 다시 수정하고 분석하고 재정리하고 절차탁마하여 출판한 내용들로써 구성되었다. 교수님은 두렵고 떨리는 심정으로 본 저서를 내놓는다고 말한다. 이 저서의 목적은 신학의 전통이 깊지 못한 한국 신학계와 학생들에게 독단적으로 교의학의 분야만을 제시하지 않고 다양한 신학적인 사고들을 대하면서 폭넓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본 저서는 입장이 없는 것이 아니고, 개혁신학의 정체성을 가지고 신학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교의학은 무엇인지를 방법론적으로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신학, 복음에 충성하는 목회를 지향

어떠한 자세로 신학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신학을 공부하려는 이들의 신학적인 실존이 무엇인가를 해명한다. 그리고 신학적 사고를 다시 새롭게 세우고 특히 교의학의  대상과 과제를 확연하게 밝힌다.(미주 1) 그래서 저자는 신학적 실존의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본 저서의 첫 장에서 신학을 공부하려는 자들의 성실한 태도, 진리에 대한 열정, 개인의 실존적인 결단들을 강조한다. 그래서 저자는 신학하는 자들이 해야 할 결단을 ‘니고데모’와 룻의 결단과 관련하여 상세하게 천명한다.

신학은 단지 이론적인 지식을 연마하는 것이 아니고 구체적인 목회현장과 관련되어야 한다. 그래서 ‘신학과 목회’ 장에서 저자는 목회에서 실용주의, 적응주의, 성공주의를 지양하고 오직 복음에 충성하는 목회를 지향한다. 복음에 충실하는 책임적인 목회가 되기 위하여 신학하는 이들은 항상 하나님과 그리스도와 성령의 현존과 만나는 늘 새로움과 놀라움에 사로 붙잡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놀라움이 신학의 논리를 생생하게 만들고 설교를 생동하게 한다. 이 놀라움은 기적과 관련된다.

그러나 기적 자체가 아니라, 그 기적, 놀라움을 일으키는 예수 그리스도 자신과 만남이 중요하다. 이 놀라움이 결여된 신학은 아무리 그 논리가 정교하고 탁월해도 그 뿌리가 이미 죽은 것이다. 신학에  종사하는 사람은 이 놀라움에서 떠날 수 없다. 이 놀라움을 모르는 사람은 놀랄 필요가 없는 다른 일에 종사하는 것이 옳다고 한다.(2)

신학하는 사람, 변화된 요나

이에 첨가하여 저자는 신학도에게 요구되는 것은, 고기의 뱃속에서 회개하고 거듭나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요나와 같은 변화된 존재이다. 고기의 뱃속에서 참회하는 요나, 기도하는 요나로 변화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풀무불에서 다니엘의 친구들을 훈련시키는 하나님의 은혜다. 그가 하나님의 말씀에 복종하기 위하여 ‘새로운 요나의 탄생’만이 필요했다. 그것은 기도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요나의 옛 자아,  그의 편견, 고집이 뿌리째 뽑혀 나가는 자기 혁명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고집, 우리의 자존심, 우리의 실용주의, 우리의 이상주의의 ‘아성’을 무너뜨릴 자 누구인가? 하나님이 훈련뿐 아닌가?”(3)

저자의 확신에 의하면 하나님은 이렇게 변한 요나를 고기의 뱃속에 버려두지 않고 그를 살리시고 세워서 하나님의 거룩한 생명의 말씀을 선포하게 하신다.

전자는 이렇게 신학도와 목회자가 목회자로 나서기 전에 먼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복음의 빛에서 심도 있게 감동적으로 진술하였다.

교의학의 과제와 목적

저자는 이제 학문적 신학의 교의학의 과제들과 목적을 제시한다. 그것은 교회의 파수군의 역할이다. 신학은 교회가 선포하는 내용들이 성서의 표준과 일치하는지를 검토하고 교정하여 교회의 선포가 나갈 방향을 명시하는 것이다.

교회의 주변에는 복음과 유사한 성질을 지닌 사상체계들이 있고 이단들이 있다. 신학의 사명은 유사 복음과 진정한 복음의 진리를 판별하여 교회의 선포를 순수하게 지키는데 있다. 나무를 자르기 위하여 톱이 필요하지만, 철을 자르기 위하여 특수한 강철로 만든 톱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학문적인 신학은 특수강철과 만든 톱처럼 교회의 선포를 바르게 순수하게 판별하고 순수하게 보존하기 위하여 고도로 훈련된 신학과 비판적인 사고를 필요로 한다.(5)

저자는 이것을 위한 예증으로서 박태선의 전도관의 교리책 『원리강론』의 내용을 신학적으로 분석하고 비판한다. 원리강론에서 말하는 하나님은 그리스도교적인 삼위일체 하나님이 아니고 동양 사상의 양과 음으로 구성된 어떤 것이다. 예수는 하나님의 구속의 역사를 성취하지 못하였고, 그의 십자가 죽음에서 일어난 속죄는 미완성이다. 그가 죽고 부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리강론은 전적으로 반성서적이다.(6)

교의학적인 언어와 논리의 적합성과 심화를 위하여 저자는 한국 신학계에서 처음으로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L, Wittgenstein) 논리실증주의의 역사와 내용을 그의 사상의 전후를 나누어서 절연하게 다룬다. 저자의 글을 요약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비트겐슈타인에 의하면 객관적으로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는 것만을 말하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침묵하라는 것이다. 어떤 문장의 진위여부는 그 문장이 지시하는 대상물과 실지로 일치할 때만 그 문장이 참되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금 밖에 비가 내린다.”는 문장은 사람의 문을 열고 밖을 보고 비가 오는 것이 확인될 때, 그 문장은 참되다, 그래서 이상적인 언어는 그림언어이다. 그러나 형이상학적인 언어와 신학적인 언어와 문장들은 이러한 그림언어를 주장하는 논리실증주의에 맞지 않는다. 신의 죽음의 신학에서 현실과 무관한 하나님에 관한 진술이 논리실증주의자에게 무의미한 것이 되었다.(7) 논리실증주의자 에이어는 “나의 이성의 한계 안에서 나는 시, 종교, 윤리를 이해할 수 없다.”(8)

이러한 논리실증주의자들이 논리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이 가해졌다. 실험과 경험적인 감각으로 증명될 수 있는 문장과 단어만이 진리가 아니고, 인간의 시적인 상상력, 인간의 꿈과 희망도 현실을 창조하고 변혁하는 힘을 가진다. 법학의 용어는 수학의 논리가 아니고 사랑의 언어는 물리학의 언어가 아니다. 모든 언어와 문장은 삶의 놀이고 삶을 반영한다. 그러므로 법학의 언어는 수학의 언어를 통하여 그 진위를 결정할 수 없다.

비트겐슈타인도 후기에 들어가서 언어의 다양성과 언어는 삶의 다양한 반영이고 언어는 쓰이는 문장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그는 최후 심판을 믿고 사는 사람과 그것을 믿지 않고 사는 사람의 삶의 질과 방향은 전적으로 다르다고 인정하였다. 이와 관련한 여러 신학자들의 연구와 바르트의 하나님의 말씀론을 근거로 신학의 언어의 박 교수님은 신학언어의 특이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자유하고 전능하신 하나님의 존재를 미리서 알 수 있는 선험적인 인간의 지식도 없고 그것을 자력으로 해설하고 파악할 수 있는 언어는 없다. 신학의 언어는 역사 안에서 일어났으나 인간의 언어 자체로써 완전히 파악하고 지배할 수 없는 계시사건에 대한 언어이다. 언어 자체는 계시를 지배할 수 없고 계시 사건이 언어를 지배한다. 그것이 성서의 언어이다.

계시가 하나님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을 허락하고 요구한다. 언어 자체가 계시가 되려고 하면, 계시의 현실성은 사라진다. 그러나  계시가 언어를 지배하는 곳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난다. 하나님의 계시는 언어에게 침묵을 요구하지 않고 말하게 한다. 그래서 계시는 언어의 참된 본질을 가져온다.(9) 여기에 신학의 독자적인 학문성의 성격이 드러난다.

박 교수님에 의하면 이러한 모든 논리실증주의는 신학자들에게 적절한 표준을 가지고 신학의 언어와 신학의 문장들을 가능하면 가장 구체적으로 가장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강요한다. 논리실증주의는 신학의 진술은 과학의 진술과 심리학의 진술과 혼합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신학의 진술은 객관적인 대상에 대한 진술이 아니고, 계시의 하나님에 대한 인격적인 신앙과, 성령의 역사를 통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인격적인 감동과 동의의 진술이다.(10)

신학과 자연과학 간의 관계

본 저서는 신학과 자연과학 간의 긴장과, 대결과 분리와 상호무관심의 문제를 다룬다. 박 교수님은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기초로 신학은 과학과 분리할 수 없다고 한다. 그것은 신학의 실존의 영역으로 후퇴를 의미한다. 그러면 하나님을 상실한 세계. 하나님에 대하여 무관심한 세계에 대하여 그리스도교는 구원을 제시할 수 없다. 신학은 과학자의 구원 때문만 아니라, 과학자의 세계 자체를 관심해야 한다. 그것은 구원과 희망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몰트만에 의하면 물리학자의 공헌만 아니라, 물리학 자차가 신학적인 물음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가공할 핵무기의 시대. 생태계의 거대한 위기 시대에서 살고 있다. 천체의 놀라운 새로운 발견과 무한한 우주 속으로 인공위성의 발사를 통한 우주적인 세계관이 형성되는 시대에서 신학은 자연과학의 결과와 자연과 우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이에 대응하는 적절한 대답을 추구하는 것이 신학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저자의 결론을 요하면 다음과 같다.

복음은 사람들이 해방을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아니라 우주적으로 선포한다. 영혼과 육체의 전적인 해방과 구원을, 인간을 억압하는 개인과 사회적인 조건들로부터, 자기 폐쇄성과 무신적인 것과 개인적인 죄와 구조적인 죄에서 해방을 선언한다. 그리스도의 선포는 이 모든 해방의 선포이고 고 새로운 계약의 선포이다. ‘그리스도의 피’에서 오고 있는 하나님의 새 계약의 선포가 선언되었다. 복음의 선포의 중심에는 죄와 죽음의 힘에서 해방, 공허한 삶의 허무와 삶의 무의미에서 해방이 존재한다. 그리스도의 교제를 통하여 열리는 하나님 나라와 상응하는 지상의 나를 건설하기 위한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된다. 교의학 방법론 1권은 이를 위해서 신학도가 무엇을 신학적으로 인식하고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심화해야 할 것인지를 폭넓게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신학사상의 장구한 역사와 증언의 지층을 꿰뚫고 관철하면서 흐르는 복음의 진리들에 대한 서술들을 뛰어난 능력으로써 탁월하게 정리하면서 저자의 사상을 겸손하게 드러낸다. 그런 점에 이 교의학방법론 1권과 2권은 신학의 천박함을 떠나서 신학의 풍부하면서 놀랍고 예리한 사상의 세계로 진입하기를 원하는 신학도에게는 필독서이다.

오영석 명예교수(한신대)  ofre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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