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9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발생 1시간 반 만에 진화되었다. 원자력연구원은 방사능 누출이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핵위험 불감증

하지만 다음날 폐기물처리시설에서 또 한 번 화재가 발생했다. 하루만에 또 한 번의 화재는 원자력연구원이 핵안전에 불감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또한 핵발전소와 원자력연구원의 안전을 관리, 감독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높다.

기독교, 안전한 평화의 자리를 만들 책임

시민사회의 여론이 거센 가운데 교계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12월13일(목) 저녁에 촛불교회와 핵그련(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그리스도인연대)이 원자력안전위원회 건물 앞에서 탈핵기도회를 진행했다. 이번 기도회에는 들꽃향린교회 교인들이 기도와 특송에 참여했고, 박순웅 목사(동면교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집행위원장)가 말씀을 전했다.

▲ 촛불교회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연대가 한국원자력연구원 앞에서 안전 불감증에 걸린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비판하며 촛불기도회를 개최했다. ⓒ김준표

박순웅 목사는 “이 세상에서 안전한 곳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으로 설교를 시작했다. 24살 꽃다운 김용균 청년이 태안 화력발전소의 컨베이어벨트에 몸둥이가 두동강 나고, 강릉을 출발한 KTX 열차가 탈선하는 자본의 문명에서 과연 어디가 안전한가 반문한 것이다.

“조금 불편한 곳과 그 불편함을 서로 보듬어주는 그곳에 안전함이 있다. 평화가 그렇다. 서로 나눠먹으려면 조금 덜 먹어야 모두 나눌 수 있다. 결국 이해, 배려, 함께함 속에 안전함이 있다.  구약의 예언자들이 그랬듯, 지금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살자고 외치고 있다. 수천 년 동안 외쳐도 변한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외침으로 세상이 따뜻하게 되었고, 그 핏 값으로 지금 안전한 평화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고 말하였다.

마지막으로 박 목사는 “핵, 핵무기, 핵발전소 모두 권력이고 자본이며 기득권이다. 그곳에서 안전은 뒷전이다. 핵폐기가 생명이라고, 핵없는 사회가 안전이며 평화라고 외쳐야 한다. 이 외침에 불편함이 따르지만 그것이 곧 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원장도 부재, 무력화된 원안위

시대의 증언을 위해 나선 임준형(핵그련) 간사는 원자력연구원 화재, 영광 한빛 핵발전소의 부실시공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없으면 재가동하겠다.”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무책임함을 꼬집었다. 또한 올해 1월 취임한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장이 사퇴함으로써 현재 원안위는 의결정족수도 채우지 못한 상태로 무력화된 상황임을 지적했다.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면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공황상태라는 것이다.

기도회에 참여한 이들은 핵관련 시설의 안전, 생활방사능 문제에 대한 규제와 대책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책임 있게 나설 수 있도록 감시 끈을 놓지 말것을 촉구하고, 예언자적 외침을 멈추지 말자고 다짐했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앞에서 기도회를 가진 촛불교회와 핵그련 소속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핵없는 안전한 세상을 촉구하고 있다. ⓒ김준표

김준표  siram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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