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싸고 일었던 소음이 잠시나마 잦아들었다. 그 법의 취지보다는 그 안에 포함된 성적소수자 관련 내용 때문에 특히 교회들, 더 정확하게는 ‘목사’들이 그 법 제정에 반대하였다. 2013년 4월 철회된 차별금지법안 제3조 1항은 성별, 장애, ...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前科), 성적지향, 성정체성, ... 그 밖의 사유를 이유로 교육, 재화와 용역, 고용, 법 등 어느 하나의 영역에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차별이라고 규정한다.(1)

이러한 취지의 법제정에 대한 반론근거로 그들은 차별금지법이 국민 통제 수단이라고 하거나 성서대로 설교하면 처벌받는다, 동성애가 만연한다 등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 법안이 제시하는 금지 목적과 영역에 대한 몰이해 내지 편견 등에 의한 억지에 불과하고 실제로 차별을 옹호하는 목적을 숨기고 있을 뿐이다.

또한 그들은 성서 안에 있는 동성애 금지 규정들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성서에는 물론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평가들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새로운 평가기준을 성서 안에서 찾아낼 수 있고 또 이를 그 평가들에 적용함으로써 재평가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를 필자는 기대한다. 동성애 금지를 명시 내지 암시하는 구절들로는 레 18:22; 20:13; 롬 1:26-27; 고전 6:9-10; 딤전 1:9-10 등이 있다.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에 동성애 반대 본문이 있는가

이에 대해 논하기 전에 동성애 사건을 다루는 것으로 간주되는 창세기 19장의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를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이에 따르면 하나님의 두  천사들이 소돔의 롯을 찾아온다. 롯이 간청하여 겨우 그의 집에 들어온 천사들이 자리에 눕기 전에 온 소돔 사람들이 노소 할 것 없이 롯의 집으로 몰려와 “우리가 그들을 ‘야다아’ 하겠다”고 하며 그 두 사람을 내놓으라고 한다(5절).

‘야다아’(알다)는 때때로 성관계를 나타내는데 사용되고, 여기서도 일반적으로 그렇게 해석된다(HALOT 391 L). 그러나 이 낱말에 의거해 노소할 것 없이 온 소돔 사람들이 그들과 성관계를 위해 몰려왔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상식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해석이다. 그렇게 해석해 온 전통이 있다고 해도, 그 전통이 그러한 해석의 정당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

동일한 표현이 사사기 19:25에도 창세기 19장과 유사한 문맥에 나온다. 여기서 ‘야다아’는 성관계 뉘앙스를 갖는가? 불량배들이 하려는 일은 악행 또는 어리석은 짓으로 일컬어진다. 집주인은 그들이 손님에게 그런 일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자기 딸이나 손님의 첩을 내주려고 하지만 그들은 거절한다.

그러나 손님이 그의 첩을 밖으로 끌어내 그들에게 내주자 그들은 이를 욕보인다(이때도 ‘야다아’라는 말이 사용된다). 이 상황에서 악행 또는 어리석은 짓에 동성애적인 행위가 포함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정말 그렇다면 손님이 그의 첩을 자기 대신 내줌으로써 그 자신은 위기를 모면한다는 사실이 설명되지 않는다. 불량배들의 목표가 손님과의 ‘동성애’ 류의 관계였다면, 어떻게 그들이 손님 대신 그가 내준 그의 첩에 만족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22절의 '야다아'를 성관계의 의미로 보는 해석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것이 옳다면, 구약성서에는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가 없는 셈이다. 신약은 어떤가?

누가복음 7장에는 ‘어떤 백부장이 사랑하는 종’ 이야기가 있다. 개역의 이 번역은 로마인 장교와 그 종의 관계가 무엇이기에 ‘사랑하는’이라는 말을 쓸 수 있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의문을 낳기도 한다. 그들은 동성애 관계인가?

그러나 ‘사랑하는 종’으로 옮겨진 ‘엔티모스 둘로스’는 ‘소중한 내지 신망이 두터운 또는 매우 아끼는 종’ 정도로 옮겨질 수 있다. 성적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은 말이지만, 경우에 따라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런 해석을 고집할 근거도 없다. 따라서 이로부터 예수가 그들의 동성애 관계에 침묵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추정에 불과하다고 해야 한다.

이처럼 성서 전체에는 동성애에 대해 지침을 마련해줄 직접적인 이야기는 없다.(2)

성서의 동성애 반대 본문들 과연 그러한가

이제 동성애를 금지하는 규정들을 살펴보자. 레위기 18:22; 20:13은 하나의 작은 의미단위를 이루는 레위기 18-20장에 나온다. 그 구절들의 의미를 명확히 하려면 이 단위의 성격을 우선 밝혀 둘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을 주변민족들과 구별하는 정체성 형성과 그에 부합하는 삶의 구성에 관한 규정들을 포함하고 있는 18-20장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레위기 18-20장

18장과 20장은 혐오스런 일들(토에보트)을 주제로 한다는 점에서 서로 짝을 이루고 그와 대비되는 거룩한 삶을 다루는 19장이 중심에 있어서 18-20장 전체는 ABA 구조를 이룬다. 동시에 각 장도 ABA 구조로 짜여 있어서 나름대로의 독립성을 갖는다. 이같은 18-20장은 이스라엘이 유업으로 받은 땅에서 쫓겨나지 않도록(3) 법을 지킴으로 깨끗하고 거룩한 삶을 살게 하는데 목표가 있다. 이를 위협하는 중대한 요인들 가운데 하나가 주변민족들의 성풍속이었다.

동성애는 레위기 18:22; 20:13에서 가나안 원주민들의 성풍속 가운데 하나로 분류되고 ‘혐오스러운 일’(토에바)로 간주된다. 반면에 여러 유형의 근친상간들은 악행/추행(짐마)로 일컬어진다(18:17). 양자는 다시 자신을 더럽히는 일들로서 혐오스러운 일들(토에보트)로 총괄되고 이를 행하는 자들은 그 백성 가운데서 끊어지는 벌을 받는다(29절).

20장의 목록에는 이와 목록이 일치하지 않으나 형벌은 죽임당하는 경우와 백성 중에서 끊어지는 경우로 나눠진다. 동성애는 죽임당하는 경우에 속한다. 이러한 동성애는 이스라엘의 가나안 거주권과 연관된 여러 가지 성관계들 가운데 하나였다.

신약의 본문들은 이러한 생각을 이어간다. 고린도전서 6:9-10은 동성애(~남색: 아르세노코이톄스)를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불의한 일들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디모데전서 1: 9-10 도 참조). 로마서 1:26-27은 이를 부끄러운 정욕 때문에 일어나는 일로 규정하고, ‘본성에 어긋나는’(파라 퓌신) 행태라고 설명한다. 엄밀히 말해 ‘본성’은 문화적 규범이기에 현대적 시각에서 그의 설명이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렇지만 바울의 그 말은 유대교와 초기 기독교의 ‘창조질서’ 관점을 반영한다. 그렇기에 바울은 그렇게 한 남자들이 마땅한 보응을 ‘그들 안에’(엔 헤아우토이스) 받았다고 한다. (이에 상응하는 말이 여성에 대한 26절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러한 이해 이면에서는 이성애가 창조질서로 간주되고 성정체성/성적 지향은 몸(소마)에 새겨진 본질적 요소가 될 것이다.

이같은 성서의 이성애/동성애 이해는 동성애가 신분과 계급에 의한 ‘성폭력’ 성격을 가질 수 있었던 당시 로마 세계에서는 상당한 도전이 되었을 수 있다. inpudicitia 곧 “성적 시중은 태생적 자유인에게는 범죄이고, 노예에게는 필연이며, (명예) 자유인에게는 의무이다”(세네카)(4)라고 할 만큼 주인과 종 사이의 동성애적 관계는 일반적이었다. 성서의 동성애 금지는 이러한 억압적 질서를 고발하고 동성애 자체는 아니더라도 그 질서 폐지의 단서를 제공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규정은 적어도 어떤 특정한 사회적 환경에서는 해방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이것은 혹시 있을 수도 있는 모방적 동성애와 함께 성소수자가 아닌 성폭력의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대의 동성애 이해

현대와 같은 다른 사회적 환경에서 성서의 이 규정은 어떻게 이해되고 어떻게 수용될 수 있는가? 이렇게 묻는 이유는 동성애에 대한 이해가 특히 뇌과학의 발달로 더 깊어지고 인권의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임신 중에 태아의 신체적 성 분화 시기가 태아의 뇌에서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이 결정되는 시기와 다르기 때문에, 양자의 불일치 가능성이 발생한다.(5)

다시 말해 동성애는 타고나는 것이며,(6) 그 가능성이 이성애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에 동성애자들은 성소수자가 되고, 다른 소수이기 때문에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렇지만 그러한 불일치는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주어진 것이다.(7) 적어도 이 경우의 동성애자는 그의 ‘본성’을 거스르는 것도 아니고 ‘부끄러운 욕심’을 따르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성서의 규정들이나 창조질서를 내세우며 그들을 정죄할 수 있는가? 교육이나 사회화에 의한 전환가능성 등을 운운하며 이를 강제할 수 있는가?

성서가 이야기 하는 동성애

성서가 동성애에 대한 일치된 규정들만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는 이를 시대를 넘는 불변의 규정으로 받아들이고 선포하며 정죄수단으로 삼아야 하는가? 간접적이지만 성서는 다른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성서는 그 안에 자기 갱신의 경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몇 가지 예들에서 찾아내 동성애 문제에 적용하고자 한다.

레위기 11장은 깨끗한 짐승과 더러운 짐승을 구분하고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만질 수 있는 것과 만질 수 없는 것 등을 구분한다. 이 구분은 오랫동안 지켜져 왔고 이스라엘의 내면을 형상화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로마서 14:14.21에 따르면 만물은 다 깨끗하고 그 자체로 속된 것은 없다. 심지어 고린도전서 10:25-26은 시장에서 파는 것이 어떤 경로를 거쳐 시장에 나왔든지 따지지 말고 먹으라 권고하며, 이 땅에 있는 것이 모두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행 10장에서 천사는 베드로에게 유대인으로서는 속되고 깨끗하지 않아서 먹을 수 없는 것을 먹으라고 한다. 그는 이를 거부하는 베드로에게 너는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말라 한다. 이것은 이방인과 이스라엘의 구별을 제거하는 상징이다. 이로써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보증하던 음식의 경계와 깨끗함과 더러움의 차이, 그리고 이스라엘과 이방인의 차별이 소멸되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이방인의 구별은 ‘하나님과 연합한 이방인’이라는 말 속에서 이미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사 56:2-7). 이러한 인식은 하나님이 아브라함 곧 이스라엘을 이 땅의 모든 민족들에게 그의 복을 전하는 통로로 공표하는 창 12:3b에서 절정에 이른다. 이처럼 한때는 이스라엘을 이스라엘 되게 했던 표지들이 세계를 위한 하나님의 계획안에서 그 의미와 기능을 상실하고 만다.

이사야 56:2-7에는 ‘하나님과 연합한 이방인’ 외에 ‘고자’(싸리스: 환관)가 언급된다. 그가 안식일을 지키고 하나님이 기뻐하는 일을 선택하고 그의 언약을 굳게 지키면, 하나님은 그를 그의 집과 성안에서 아들이나 딸 보다 더 낫게 대해주리라고 약속한다. 이것은 고환이나 음경이 잘린 사람들은 야훼의 총회에 들어올 수 없다는 신 23:1의 규정을 폐지하는 약속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자기를 해체하는 경향이 성서 안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경향을 동성애에 적용할 수 있는지가 관심사다. 적용될 수 있다면, 그 조건은 무엇인가?

요한복음 9:1-3에는 날 때부터 눈 먼 사람이 나온다. 사람들은 이 사람이 맹인으로 태어난 까닭을 누구의 죄든 죄에서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예수는 그것이 누구의 죄 때문도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이스라엘에는 오래 전부터 선천적 장애나 불치의 질병 또는 커다란 불행 등의 원인을 죄에서 찾는 사고가 있었다. 이를 부정하려는 노력들이 시편 기자들이나 특히 욥에게서 발견된다.

더 나아가 이사야 35:5-6에서 하나님의 구원은 보지 못하는 자, 못 듣는 자, 저는 자, 말 못하는 자들의 근원적인 고침으로 묘사된다(눅 7:18-23, 특히 22도 참조). 그들이 보고 듣고 뛰고 노래한다. 이 변화는 불모지였던 광야와 사막이 못과 샘으로 바뀌는 변화에 상응한다.

범주는 다르지만, 눈 먼 자나 다리를 저는 자 같이 신체적 결함이 있는 자들을 제사장 직무에서 배제하는 레 21:17-23의 규정들-이것들은 오랫동안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정당화하는데 이용되어 왔다-을 고려하면, 이들이 바로 하나님의 구원의 수혜자요 그 놀라움과 큰 기쁨을 나타내는 자들로 등용되는 것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변화다.

이 예들의 공통점은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선천적 내지 전통적 한계들이 하나님의 구원사를 위해 철폐된다는 데 있다. 동성애도 개인이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윤리적 일탈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선천적 현상들 가운데 하나이다.

성서 시대 이후 최근까지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증폭되어 왔고 또 성서의 금지규정들이 그 근거로 이용되어 왔다. 그렇지만 생물학적 이유가 그 원인임이 밝혀진 지금은 동성애가 불편하더라도 이를 보는 눈이 달라져야 하고,(8) 그 규정들도 위의 다른 경우들과 마찬가지로 구원사의 관점에서 제한되어야 한다. 이러한 성소수자 이해는 다름의 인정이라는 점에서 성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이유로 행사하는 차별을 중단시키고 인권 침해를 방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것은 성소수자 관련 문제들이 모두 해결된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향한 최소한의 발판이 마련됨을 뜻할 뿐이다.)

새로운 지식 수용을 통한 성서 재해석

교회가 성서를 그 경향을 따라 읽음으로써 바리새적인 같은 독선을 떨쳐버리고 그 현상을 단순히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교회는 동성애자들을 하나님의 구원사에서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교회는 새로운 지식의 수용에 따라 재해석의 가능성이 열리는 동성애 문제가 교회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이름으로 맘몬숭배를 전파하고 교회를 기업화하고 반사회적 망언을 서슴지 않는 목사들 자신과 태극기/성조기 교인들이 교회를 파괴하는 주범임에 주목해야 한다.

하나님 나라를 상속받지 못할 고린도전서 6:9-10의 불의한 자들 목록은, 그 가운데서 동성애자를 위와 같은 이유로 제외하면, 교회가 정작 경각심을 갖고 경계해야 할 자들이 누구인지 알려준다. 우상숭배, 탐욕, 음행, 막말, 갈취, 도둑, 술주정 등은 미래에도 재해석의 여지가 없는 불의에 속한다. 교회가 이를 걸러내기 보다 오히려 동성애 문제로 가리려고 한다면,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가로막는 불의의 집단이 될 것이다.

“불의한 자들은 하나님 나라를 상속받을 수 없음을 알지 못합니까? 착각하지 마십시오. 음란한 자들, 우상숭배자들, 간음하는 자들, 여성적 남자들, 동성애자들, 도둑들, 탐욕부리는 자들, 술주정하는 자들, 언어폭력자들, 등쳐먹는 자들은 하나님 나라를 상속받을 수 없습니다.”(고전 6:9-10)

▲ LGBT in Bible ⓒGetty Image

김상기 교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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