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에서 24세 청년 노동자 김용균 군이 목숨을 잃었다. 그는 한국서부발전의 태안발전본부에서 근무해온 용역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12월 11일, 떨어진 석탄을 치우려다 석탄이송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그의 주검은 약 5시간 뒤에야 현장에서 발견되었다. 야간에는 2인 1조로 근무를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인력수급 문제로 1명씩 근무했단다.

반복되는 참사들

매우 비슷한 사고가 2년 전에도 일어났었다. 바로 서울 구의역 참사다. 구의역에서 용역업체 직원인 19세 청소년 노동자 김 군이 열차와 9-4 승강장 스크린 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두 참사에는 공통점이 많았다. 업무규정이 원칙적으로 지켜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이란 이유만으로 그 원칙이 너무 쉽게 무시되었다는 것, 피해자들은 한 세대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이었다는 것,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을 해 왔건만 기업과 국가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는 것.

2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똑같은 모습의 참사가 대한민국에서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이전 참사 때와 조금이나마 달라진 것이 있었다. 수많은 시민들이 빈소를 찾아왔고 또한 각 지역의 광장에서 피해자들을 위한 분향소를 차려 유가족과 동료들이 겪어야 하는 아픔을 함께 공유하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한 해결책을 시행할 것을 함께 외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을 회고해보자. 철도민영화를 시작으로 한 공공기관에서의 신자유주의 광풍과 비정규직 노동자 확대, 4대강 정비사업이란 명분의 자연파괴, 2014년의 세월호 참사, 민주노총을 대상으로 한 노동자 탄압, 제1차 민중총궐기에서의 강압진압에 의한 백남기 농민의 사망 …. 수많은 비정상이란 이름의 야만의 시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버려지는 비극을 시민들은 목격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비정상의 일상화에 대하여 분노를 표하고 피해자들과 함께 연대하기 시작하였다. 공공기관의 민영화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세상에 우리는 모두 안녕히 살고 있었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했던 대학가들의 수많은 대자보들, 4대강 정비사업으로 시작된 자연환경 파괴에 맞섰던 시민환경단체들, 제1차 민중총궐기 이후 수많은 시민들이 매 주말마다 광장으로 나아왔던 촛불혁명 …. 사람도 자연도, 그 모든 것들을 위해 ‘더 이상 죽이지 마라!’고 시민들은 외치며 행동하였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현재에도 새로운 시대를 열어내고 있다.

한국교회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지난 시기동안 한국교회는 어떠했는가? 예수께서는 분명 우리들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 하셨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빛과 소금은커녕 자본과 권력에게 굴종함으로써 민중의 삶을 억압하고 우롱하는 적폐로써 전락하고 말았다.

예장통합 명성교회의 불법세습을 본 많은 시민들은 교회가 자녀·자손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기업들과 다를 바가 없음을, 신학생·전도사·목사 등 사역자들은 교회에까지 금수저·흙수저 논리가 잠식했음을 통렬히 비판하였다. 또한 예장합동 사랑의교회의 오정현 목사의 자격논란과 교회신축 시 공용도로의 지하 공간 점유 문제를 통해 교회가 더 이상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교회가 아닌 부르주아들의 정신승리를 위한 집회소로 전락해버렸음이 드러났다. 종교인 과세를 거부하는 모습에서 많은 시민들은 ‘교회 성도들은 시민으로써 국가에 당연히 내야하는 세금들을 성실히 내고 있는데 왜 목사들은 국민으로써의 의무를 거부하는가?’라며 제도의 유예시켜낸 교회를 이익집단으로 규정하였다.

예장합동 소속 전병욱과 김다정(김다현으로 현재 개명), 그 외 각 교회 및 선교단체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손 놓음을 본 시민들은 교회를 범죄집단으로 규정하였다. 대한애국당을 위시로 한 극우집단의 집회들에, 시민인권조례 및 성소수자행사에 성도를 ‘총력동원’이란 표현을 빌려 쓴 교회들의 극우적 행태를 시민들은 교회를 반사회·반민주적집단으로 규정하였다. 이쯤 되면 한국교회는 ‘불명예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고도 넘쳤다.

공교회로써 민중을 위해 존재해야 할 교회가 제 역할을 못하니 신천지나 하나님의교회·구원파·은혜로교회 등 각종 사이비들의 출현이 너무나도 쉽게 일어나고 이들이 저지르는 교계 및 사회적 범죄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한국교회의 현주소에 실망한 사람들은 교회를 떠나게 되거나(가나안 성도) 교회개혁운동단체에 함께 합류하여 이제 교계적폐를 청산하자고 목소리를 드높이게 되었다. 다시 정리해서 말하자면 한국교회는 현재 민중들로부터 적폐가 되어버린 것이다.

한국교회의 갱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교회의 갱신을 위해 수많은 단위에서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논하는 컨퍼런스가 최근 들어 심심찮게 열리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현상에 반갑지는 않다. 한국교회가 부패하게 된 것은 교리적인 문제도 물론 어느 정도 있지만 주요한 문제들은 교회가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하게 하는 이분법적인 근시안에 원인이 있다.

세월이 흘러가고 사람들의 관념들도 이전세대와 달리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한국교회는 이러한 급류를 전혀 읽지 못하고 오히려 거스르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종교가 없는 시민들에게 한국교회가 다시 정상으로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겠냐는 질문에 지금 교회가 대한민국 헌법을 잘 따르고 교회 내 범죄자들이 국가의 법정에서 엄중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오고 있다. 또 현재 교회에 있거나 지금 교회를 떠나간 가나안 성도들은 한국교회가 게토 안에서 정신승리라는 자위행위를 하는 것만 멈춰도 한국교회가 나아갈 미래가 보일 것이라는 참신한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이제 한국교회는 쳐내야 할 것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미래로 향하는 길에 나서는 사람들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세계의 인권상을 단체로 수상 받을 정도로 민주의식을 놀라운 속도로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시민들은 더 이상 부정과 모순에 침묵하지 않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이고 외치며 행동하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여기서 필자가 언급하는 한국교회의 개혁 방안이 잘 드러나 있다. 이제 한국교회의 적폐화를 극복할 일은 더 이상 신자들만의 일이 아니며 신자들만의 행동으로 바뀌지 않음이 드러났다. 솔직히 인정하자. 한국교회는 자체정화를 이뤄낼 동력이 없는 상태임을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인정을 하자.

그렇다면 그 동력을 어디에서 형성해야 하는가? 정녕 개혁을 원한다면 이제는 시민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개혁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에 함께 연대해야 한다. 지역 또는 전국적 이슈에는 우리 신자들도 국민으로써 책임을 져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교회의 신자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마땅히 올바른 시민윤리의식을 회복해내야 한다. 그래야 한국교회의 부패한 현주소를 정확하게 볼 수 있고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 것인지를 명백하게 볼 수 있게 된다. 공교회는 신자들만을 위한 게토가 아니라 민중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코이노니아의 실천임을 깨닫는 그 순간, 한국교회는 밑바닥을 박차고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임석규(기독청년학생실천연대 책임대표)  rase21cc@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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