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부장이 이처럼 부정적인 인물, 심지어 마귀와 비견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예수가 백부장의 믿음을 칭찬한 것으로 보이는 말씀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앞에서 살펴본 논의에 의거하면 백부장의 예수 이해와 예수의 기적 이해에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예수가 그의 그러한 잘못된 이해에 대해서도 감탄하고 놀라워했고, 그의 말과 태도를 믿음이라고 불렀으며, 그의 믿음을 칭찬했단 말인가?

예수님의 퉁명스러움, 왜?

이러한 충격과 감탄과 칭찬으로 보이는 부분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예수가 칭찬한 것으로 보이는 백부장의 πίστις는 어떠한 것이었을까? 아래에서는 백부장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새롭게 접근하면서 이러한 물음들을 해명하고자 한다.

Q복음서의 흐름을 보면 예수가 평지설교를 마치고 가버나움으로 들어왔을 때 한 백부장이 예수에게 와서 자신의 하인이 병들었다고 탄원했다. 이에 대한 예수의 반응은 퉁명스러웠다. 예수는 “내가 가서 그를 고쳐주어야 합니까?”라고 반응했다.

예수가 이방인 백부장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은 백부장 이야기의 전후를 살펴보면 보다 더 큰 설득력을 지닌다. 백부장 이야기 바로 앞에 위치한 평지설교에서 예수는 세리와 이방인에 대해서 비판적인 말씀을 전하고 있다.

백부장 이야기의 바로 앞에서 예수는 이방인들에 대한 비판의 말씀을 했다.

백부장 이야기의 뒤에 위치한 말씀 가운데 Q7:24-25는 타이센에 의해 헤롯 안티파스에 대한 비판의 말씀으로 해석되었다. 본문은 다음과 같다.

타이센은 이 말씀에서 “갈대”는 헤롯 안티파스의 수도였던 티베리아스 호수의 갈대를 상징한다고 보았다.(1) 그리고 왕궁에 있는 “부드러운 옷 입은 사람”은 단수로 지칭되어 있는데 헤롯 안티파스를 가리킬 가능성이 높다.(2) 예수는 백부장과 만난 이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상관인 헤롯 안티파스에 대해서 비판적인 진술을 한 것이다. 이러한 전후의 맥락은 헤롯 안티파스의 부대에 속했을 백부장에 대해서 예수가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을 것이라고 추정하게 한다.

백부장의 유연함?

예수의 거친 반응에 백부장은 다소간 유연하게 대처한다. 백부장은 예수가 자신의 집에 올 필요가 없다고 대답한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자신의 군사적인 체계에 기초한 것이다. 백부장 자신은 권세 아래에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상급 권위의 말씀(명령)을 따른다.

백부장은 예수가 치유에 있어서 그러한 권세를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직접 가서 고쳐줄 필요가 없고, 말(명령)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백부장의 예수의 정체성에 대한 이해는 오해이며 왜곡이다. 예수가 생각하는 기적과 하나님의 나라는 백부장이 로마 제국의 모델로 이해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백부장의 πίστις는 충성이다

리처드 호슬리(R. A. Horlsey)는 Q복음서에서 로마제국과 예루살렘 지배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의 메시지를 읽는다. 그는 Q복음서를 “성령(건설적 갱신)과 불(파괴적 심판)”의 세례를 말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시작해서 열 두 제자가 이스라엘 백성의 대표가 되어 열두 보좌에 앉아 정의를 확립할 것이라는 선언으로 끝나는 큰 틀에서 이해한다.(3) Q복음서의 곳곳에 이스라엘의 현실적인 지배자들에 대한 암시적인 비판을 읽을 수 있다.

▲ 예수님과 백부장 그리고 백부장의 하인 ⓒGetty Image

그러했기에 예수는 백부장의 진술을 기이하게 여겼다. 백부장은 예수와 기적과 하나님의 나라를 오해했다. 그러나 예수가 보기에 그의 진술에서 인정할만한 점은 있었다. 그것은 그의 태도에서 보이는 로마 제국에 대한 πίστις, 충성이다. 백부장이 사탄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로마 제국과 그 하부 체계에 대해서 바치고 있는 충성은 이스라엘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것이었다.

Q7:9에 있는 “이스라엘”이라는 단어는  백부장에 대한 예수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이다. Q복음서에는 “이스라엘”이라는 단어가 두 번 나온다. Q7:9과 Q22:30이 이스라엘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구절이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나라와 더불어 Q복음서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이다.

Q복음서의 마지막 단락인 Q22:28-30의 말씀은 이스라엘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Q복음서의 마지막 단어는 이스라엘(Ἰσραήλ)이다. 이스라엘에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하는 것은 예수의 궁극적 관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백부장에 대한 예수의 반응의 배후에는 예수의 국가관이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백부장의 대답을 πίστις로 이해한 예수의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수가 국가를 어떻게 생각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김재현  verticalkj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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