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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이고 방치한 사람이 아니었나 회개하는 심정으로”NCCK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를 만나다
이정훈 | 승인 2018.12.22 19:27

“파인텍”, 신문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 거기에 400여일을 두 명의 노동자가 75m 굴뚝에서 농성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굴뚝 위에 올라가 있는 두 명의 노동자는 박준호·홍기탁.

악순환 시작은 헐값 매입에서부터

이들이 이런 농성을 시작한 데에는 길고 긴 세월이 놓여 있다. 그 출발은 스타케미칼(구 한국합섬)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당시 노동자들은 회사의 매각, 해고에 맞서 싸워 온 것이다.

2005년부터 5년 간 분할매각에 반대하는 싸움을 이어오던 중, 2010년 한국합섬이 파산한다. 이 당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스타플렉스에 회사를 매각한다. 스타플렉스는 당시 700억~800억원 상당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던 한국합섬 자회사인 HK 2공장을 2010년 8월 산업은행으로부터 399억원에 헐값 인수한다.

이어 스타케미칼로 사명을 바꾸고 이듬해 3월 공장을 재가동했다. 하지만 스타케미칼은 공장가동 2년도 되지 않아 2013년 1월 지회와 한 마디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곧이오 법인 해산을 결정하는 등 폐업을 선언하고 노동자들 250여 명을 해고했으며, ‘노조원 고용 승계 거부’ 입장을 밝혔다.

첫 번째 408일

이에 맞서 스타케미칼 지회 차광호 조합원(현 금속노조 경남지부 파인텍지회 지회장, 이하 지회장)은 2015년 5월27일부터 분할매각 중단과 공장가동을 요구하며 공장 굴뚝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 시작 408일만에 노조승계·고용승계·단협승계라는 3승계라는 노사합의를 이끌어냈다. 차광호 조합원의 408일간의 굴뚝 고공농성으로 스타플렉스가 충남 아산에 설립한 자회사가 바로 ‘(주)파인텍’이다.

그러나 노사합의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에 박준호·홍기탁 두 노동자는 2017년 11월12일부터 75m 굴뚝 위로 다시 올라갔고 노사합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차광호 지회장이 농성을 진행 중일 때만 해도 고공농성 최장기 기록은 한진중공업 김진숙 위원의 309일간의 투쟁이었다. 하지만 차광호 조합원의 408일이 그 기록을 넘어섰다. 그런데 박준호·홍기탁 두 노동자의 농성은 이제 이 기록마저 갈아치울 기세가 된 것이다.

두 번째 408일은 안 된다

상황이 이렇게 변해가면서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차광호 지회장이었다. 자신의 고공농성 기록을 넘어 더 장기간의 농성으로 치닫는 것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차광호 지회장은 오체투지로부터 시작했다.

▲ 지난 12월18일 종교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파이텍 문제 해결을 위해 무기한 동조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병희

지난 12월6일 청와대 앞을 출발 4박5일간 19.1km를 온몸으로 걷는 오체투지를 감행한 것이다. 그리고 오체투지가 끝나는 10일 정오 스타플렉스 본사가 입주해 있는 목동 CBS 사옥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홍기탁·박준호 조합원이 또다시 야만의 408일을 넘기게 할 수 없다. 두 명의 동지가 하루라도 빨리 땅으로 내려오도록 이 시간부터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을 이어 갈 것이다.”라고 밝힌 것이다.

이러한 차 지회장의 호소는 급기야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의 계속적인 노력이 있어왔음에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답답해 하던 종교시민사회단체들도 동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것이다. 그저 수사에 불과한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이 아니라 인권, 시민, 종교단체 관계자들이 
스타플렉스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장을 마련하고 스타플렉스 김세권 사장과 문재인 정부의 해결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소극적이고 방치한 사람이 아니었나 회개하는 심정으로

무기한 동조 단식에 들어간 이들은 노동자들의 시인으로 더 잘 알려진 송경동 시인,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 대표 나승구 신부 그리고 NCCK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이다. 본지는 이들 중 박승렬 목사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단식에 들어가기 전 이미 몸살 감기로 힘들었지만 단식을 시작하게 된 이유부터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박 목사의 답변은 종교적 회개에 가까운 것이었다.

“목사로서 그분들의 고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돌아보면 저도 소극적이었고 방치한 사람 중 하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개하는 심정으로 기도하며 단식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힘들어 하는 이웃을 곁에 두고도 소극적으로 임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자책감에서 시작하게 되었다는 박승렬 목사. 어쩌면 그래서 더 간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음은 박승렬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단식을 결정하신 계기가 있으셨습니까?

파인텍노조의 지회장인 차광호 씨가 어떻게 해서든지 굴뚝에서 408일 넘기지 않게 해달라며 호소하고 자신이 오체투지를 하고 단식에 돌입하였습니다. 그 요청과 단식에 돌입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람사는 세상에서 400여일이 넘도록 굴뚝에 방치하고 있는 기업가나 정부는 무책임하기 그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민사회나 종교계에서는 나름 노력해왔지만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을 본 몇몇 분들이 시민·종교계를 대신해서 무엇이라도 해보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모으게 되어 단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목사로서 그분들의 고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돌아보면 저도 소극적이었고 방치한 사람 중 하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개하는 심정으로 기도하며 단식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08일째 되는 날이 성탄전야인 24일입니다. 2018년 성탄의 소식은 높은 곳에서 하늘에 호소하고 있는 굴뚝노동자들에게 가장 먼저 기쁜 소식이 알려지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단식농성장에 교우들이 오셔서 찬송하시고 기도하실 때 큰 감동이었고 귀한 은혜였습니다.

단식 기간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계신가요? 완전 해결을 생각하시는 것인가요?

일단 기한은 정하지 않고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408일이 되는 12월24일을 넘어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현재 박래군 소장과 나승구 신부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참여하실 예정인가요?

차광호 지회장이 먼저 시작을 해서 10여일 넘었고 저희는 화요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시민사회에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의 소장님, 노동자 시인을 널리 알려져 있는 송경동 선생, 천주교 사제단의 전대표인 나승구 신부, 그리고 우리 기독교계에서는 제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 박준호·홍기탁 두 노동자의 굴뚝 농성 408일을 막기 위해 종교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무기한 동조단식에 돌입했다. 사진 오른쪽부터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 NCCK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 차광호 금속노조 경남지부 파인텍지회 지회장, 송경동 시인. ⓒ에큐메니안 자료 사진

현재로서는 정부의 개입이 힘들어 보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고 계시는데요, 가능성은 있어 보이나요?

사주인 김세권씨는 2012년에 경북 구미에 있던 한국합섬을 헐값에 인수했습니다. 그는 한국합섬을 인수할 때 3가지를 약속했습니다. 하나는 고용을 승계하겠다. 둘째는 노동조합을 승계하겠다. 셋째는 단체협약을 승계하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1년 반만에 기업을 도산시켰습니다. 그리고 충남 아산에 파인텍이라는 회사를 창립해 노동자들을 고용했습니다. 노동자들은 구미에서 아산으로 옮겨왔지만 회사는 1년여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공장도 빌리고 설비마저 빌린 회사였고 1년여만에 문을 닫은 것입니다.

결국 노동자들을 기만한 것입니다. 이에 노동자들이 지난 3년여 동안 문제 해결을 촉구해왔지만 사주인 김세권은 노동자들을 만나지도 않고 철저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바꿔보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김세권은 단 한 번도 노동자들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정부도 역시 수수방관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노동자들이 약속을 파기했다면 경찰, 검찰이 어떻게 했을까? 엄청난 제재가 뒤따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기업가가 약속을 파기하고 400여일 동안 방치해도 전혀 제재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태도가 불공정하게 보이고 분노가 쌓여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단식을 하는 것은 이런 정부의 불공정한 태도를 드러내고 이제라도 정부가 책임있는 태도를 보일 것을 요구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김세권 씨가 결사 거부하고 있다’, ‘경영이 어렵다’고 한다며 기업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을 뿐 입니다.

사면이 막혀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벽도 밀면 길이 열린다는 심정으로 단식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스타플렉스 사측도 인권단체들이 단식에 들어가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인가요?

사측도 시민사회 원로들이 기자회견을 하였다는 사실과 우리가 단식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NCC, 천주교, 불교 등 3종단 사회·노동담당 책임자들이 방문하여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측은 여전히 아주 소극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 들어 유독 노동문제 관련 사건·사고가 많아 보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떤 말씀을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국민들이 크게 환영했습니다.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남북의 평화에서는 큰 진척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외 분야에서는 전혀 진척이 없습니다. 청와대 앞에서 집회의 자유 외에는 변환된 것이 없지 않느냐는 자조섞인 비판이 있습니다.

과거 정부도 모두 노동 문제를 잘 해결하지 않았을 때 정권에 대한 반대운동이 시작됐고 정권이 흔들렸던 것을 기억합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도 그 길을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현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이 촛불혁명을 통해 세운 정부입니다.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민들기로 했고 큰 기대를 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답답하고 오히려 비난을 받는 상황입니다. 심시숙고 하지 않는 노동정책을 발표하여 조삼모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 종교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파이텍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농성장에 각계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왼쪽이 NCCK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 ⓒ윤병희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했지만 이러저러한 예외를 두고 변형 조처를 허용해서 여전히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의 길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올리겠다고 하고서는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켜서 오히려 퇴보시켰습니다. 주 52시간제로 노동시간을 줄이겠다고 하고서는 탄력근로제의 범위를 허용해서 오히려 장시간 노동의 길을 열어주면서도 초과 근로 시간에 대한 임금은 삭감시키고 말았습니다. 노동자들은 조삼모사로 우롱당했다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민주노총에 대해 비난여론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삼고초려의 모습으로 협력을 구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더구나 최근 일어난 고 김용균 노동자의 참사에 대응하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들이 계속 노동자들과 어긋나고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 현 정부가 성공하여 민주주의가 뿌리 내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잘될까 정말 걱정입니다.

NCCK인권센터가 독자적인 조직이 아니라 NCCK 가입 교단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이고, 그리고 교단들 중에서는 아직 이런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곳이 개신교입니다. 한 말씀 해주세요.

그런 우려가 있습니다. NCC회원교단들도 물론 이견이 있을 수도 있고 지도자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회원교단들은 노동 및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를 한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노동문제는 사회 문제 중 하나가 아닙니다. 교우들의 삶의 문제이고 자녀들의 미래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노동과 청빈한 삶은 개신교의 기본 방향이어서 노동을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기도하고 연구하는 것이 교회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가 반사회적 종교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반개신교적 사회 분위기가 교회의 선교에 최대 장애물입니다. 선교를 위해서도 노동자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교회의 품은 언제나 포근하고 넉넉하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품고 사랑하는 넉넉한 교회 어머니 같은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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