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부장의 대답을 πίστις로 이해한 예수의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수가 국가를 어떻게 생각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예수의 국가관이 잘 드러나는 본문은 바알세불 논쟁의 본문이다(Q11:14-23). 그 중 국가와 연관된 주요한 본문은 다음과 같다(Q11:14-20).

예수의 하나님 나라, 사사시대의 이스라엘

여기서 예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βασιλεία의 핵심사항에 대해서 논의한다. 예수는 하나님의 나라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무릇 국가라고 할 때 그 국가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Q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βασιλεία 개념에 관한 연구 한 논문은 Q에 있는 예수의 국가관을 다음과 같이 논하였다. 다소간 긴 내용이지만 인용하도록 하겠다.(1)

Q복음서의 예수에 따르면 사단도 βασιλεία를 가지고 있다. 올바른  βασιλεία의 상태는 통일된 상태이다. 예수의 국가관에서 서로가 반목하고 불화하는 상태는 진정한  βασιλεία의 질서에 역행적인 것이다. 심지어 사단의 나라도 분열되지 않고 단결하고 있다.

▲ 귀신 들린 사람에게서 사단을 쫓아내시는 예수 ⓒGetty Image

분열되지 않고 단합된 나라를 강조한다고 해서 하나님의 나라가 곧 황제를 정점으로 해서 이루어진 군사적 조직체와 동일한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Q복음서의 마지막 구절인 Q22:28-30을 보면 알 수 있다. Q22:28-30은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끝난다.

이 말씀에서 예수가 생각했던 하나님의 나라는 왕국시대 이전의 사사시대에 근접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Q복음서에는 예수를 다윗의 자손으로 언급하는 구절이 없다. Q에는 다윗이라는 단어조차 없다. Q복음서가 생각했던 하나님의 나라의 모습은 사사시대에 더 가깝다. 황제와 왕이 있는 상명하복의 경직된 권위체계가 아닌 열 두 지파의 유기적 연합이 예수가 생각했던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었다. 예수가 생각했던 단결은 황제에 대한 군사적 충성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연합이었다.

예수의 탄식

이런 입장에서 보면 백부장의 태도에 대한 예수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다. Q7:9에서 예수는 비록 잘못되고 왜곡된 정체성을 가지고 예수를 오해했지만 자신이 소속된 제국 시스템에 대해서 신뢰하고 충성을 다 바치는 백부장의 충성에 감탄한 것이다. 그래서 Q7:9의 본문에 있는 πίστις는 예수와 예수의 말씀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이러한 βασιλεία(이 경우에는 로마 제국)에 대한 충성으로 번역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Q복음서가 전반에 걸쳐 예수의 메시지를 거부하는 이스라엘과 논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불의한 시스템에 대한 백부장의 충성은 올바른 하나님의 나라를 두고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스라엘과 대비되면서 예수의 주목을 끌었을 것이다. 예수의 애매모호한 감탄은 동시에 올바른 하나님의 나라가 예수에 의해서 선포되고 있는데,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탄식이다. 예수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서 그러한 충성을 가지지 못한 이스라엘에 대해서 안타까워했다.

Q복음서에는 바울서신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이 πίστις로 말미암아 의롭게 된다는 신학적 관점이 없다. 또한 공관복음서에서 볼 수 있는바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와 같은 기적 이야기의 공식구도 발견되지 않는다. 사실 Q복음서에는 πίστις라는 단어가 별반 발견되지 않는다. πίστις는 가버나움 백부장 이야기를 제외하면 무엇을 먹고 마시며 입을까 염려하는 자들에 대한 염려 금지의 말씀과 관련한 “믿음이 적은 자들아”(ὀλιγόπιστοι, Q12:28)와 비유말씀의 형용사형 πιστός(Q12:42, Q19:17,19)과 동사형 로 나타난다. ὀλιγόπιστοι에서 πίστις는 확실히 신뢰를 의미한다.

반면 Q12:42, Q19:17, 19의 비유에서 나타나는 πιστός는 신실함, 충성을 뜻한다. 심지어 개역한글 마태복음서와 누가복음서는 이 단어를 “충성”으로 옮겼다(마25:21,23, 눅19:17). 예수가 칭찬한 것은 예수에 대한 백부장의 믿음(신뢰)이었을까? 제국에 대한 백부장의 신실함(충성)이었을까? 본 논문은 후자의 해석을 주장하고자 한다.

Q복음서에서 백부장과 관련된 이야기는 Q7:9의 말씀으로 끝이 난다. Q복음서의 백부장 이야기에는 마태복음서나 누가복음서와 같이 기적을 통해서 치유를 해 주었다는 결말이 없다. 예수의 말씀으로 이야기가 끝이 나기 때문에 일종의 열린 결말(open ending)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Q4:1-13에서 사단의 요구가 거절된 것처럼 백부장의 요구가 거절되었다는 것도 생각할 수도 있는 결말이다. 마8:13이나 눅7:10과 같은 치유로 끝이 나는 결말과 달리 예수의 대화로 끝이 나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일종의 논쟁적 아포프테그마 혹은 선언문 이야기의 형식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2) 이 이야기는 “기적 이야기”의 자리가 아니라 “논쟁 이야기”의 자리로 볼 여지가 있다. 예수와 백부장은 하인의 치유를 놓고 서로 다른 입장에서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다. 마태복음서와 누가복음서는 Q복음서를 자신들의 복음서 저술에 사용할 때 그들이 사용했던 또 다른 자료인 마가복음서의 기적 이야기의 범례를 따라서 대화와 논쟁에 초점이 있었던 Q복음서의 백부장 이야기를 변경해서 수용했을 것이다.

나가면서: 하나님 나라에 대한 복종

일반적으로 백부장 이야기는 백부장이 예수에 대한 믿음을 가졌고, 그 믿음을 예수가 놀랍게 여기고 칭찬했다는 이야기로 파악된다. 심지어 백부장은 이스라엘 사람들조차도 가지지 못한 예수의 권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 “예수 말씀에 대한 믿음의 본”(a paradigm for belief in Jesus' word)(3) 혹은 “제자들의 믿음의 본”(paradigm for the faith of disciples)이 되었다고 칭송받는다.(4) 그러나 필자는 본 논문에서 이러한 통상적인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해석을 제안했다. 백부장의 진술은 로마-헤롯 안티파스 군대의 명령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예수를 이해하는 것은 잘못되고 왜곡된 이해이며, 심지어는 일종의 시험에 해당된다.

필자는 백부장의 잘못되고 왜곡된 고백에 대한 예수의 반응을 이해하려 할 때 예수의 국가관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필자는 통상적으로 주님으로서의 예수에 대한 ‘믿음’으로 해석되는 πίστις를 예수에  대한 ‘신앙’이라는 의미보다는 로마 제국의 군사적 권위 시스템에 대한 ‘충성’이라는 의미에서 이해하고자 했다. 백부장의 예수 ‘이해’나 ‘고백’에는 문제가 많았지만, 그의 ‘충성’은 예수의 국가관에 부합했고,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를 거부하는 이스라엘이 새겨들을 만했다.

필자는 Q복음서의 백부장 이야기의 결말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Q복음서의 백부장 이야기는 Q7:9에 있는 예수의 감탄으로 끝나고 예수가 치료를 해 주었다는 이야기가 없다. 이는 일종의 열린 결말로서 Q의 백부장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할 단초를 준다.

현대 성서학은 πίστις가 로마 사회에서 어떤 의미였고, 교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를 특별하게 재발굴하고 있다.(5)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πίστις가 교리에 대한 관념적인 승인이나 자기 암시 정로로만 오해되는 상황에서 πίστις의 사회-역사적 함의가 재발굴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백부장의 군인 같은 충성심이 오늘날의 관념적인 믿음보다 진정한 믿음에 더 가깝다. 다만 그리스도에 대한 충성을 목회자나 교회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과 동일시하는 위험이 있음을 첨언하고자 한다. 예수의 칭찬이 이런 복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김재현 교수(계명대)  verticalkj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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