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칼럼
조영래 <전태일 평전>[내 인생의 책 2] 언제나 위로가 되는
이수호 | 승인 2018.12.31 18:44
▲ 조영래 변호사가 집필한 <전태일 평전>의 초판 ⓒGetty Image

야간 대학을 다니며 어렵게 교직과목을 이수하고 교사 자격증을 땄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생이 되기에는 많이 모자랐다. 교사가 부족한 시절이라 스물일곱에 발령은 쉽게 받았지만 학생들 앞에 서는 일이 여간 버겁지 않았다. 교사로서의 자기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았으니 오죽했겠는가?

대학원을 진학하고 연수를 받고 따로 야학에서 가르치기도 하며 몸부림을 쳤지만 헛헛한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다. 너무 힘들어 다른 길로 가볼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전태일 평전>을 만났다. 상당한 두께였는데 한 번 든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삼키고 삼키며 밤을 새워 읽었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던 1965년에 그는 천신만고 끝에 평화시장 삼일사에 미싱보조로 들어가서 본격적인 노동자가 됐고, 1970년 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근로기준법>을 끌어안고 분신 항거하던 때 나는 대학 3학년이었으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전태일이가 나와 동갑내기라니 나는 뭔가 크게 빚진 것 같은 마음을 버릴 수가 없었다. 대학생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하던 그의 소원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전태일 평전>은 대부분 전태일이 직접 쓴 일기 등 수기에 근거하고 있음에도, 비슷한 나이(조영래는 전태일보다 한 살이 많음)의 조영래 변호사의 시대를 꿰뚫는 뜨거운 눈길 속에서 되살아나 우리 모두를 감동시키고 있다. 나는 다시 나를 다잡으며 학생들에게로 다가갔다.

그 뒤 나는 운명처럼 교육운동을 시작했고 이어 노동운동으로 연장되는 삶을 살고 있다. 때론 힘들고 고달프지만 태일이가 끌어안았던 <근로기준법>처럼 내 안에 언제나 있는 <전태일 평전>을 통해 위로를 받고 힘을 얻고 있다.

이수호  president1109@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수호의 다른기사 보기
icon관련기사 icon신영복 <강의>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55(충정로 2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 생명의집 204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19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