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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에도 초월적인 종교경험이 있나요?_수령 숭배심(1)북한 선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주체사상 100문 100답(18)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 승인 2019.01.09 19:29

Q : 주체사상에도 초월적인 종교경험이 있나요?_수령 숭배심(1)

A : 모든 종교는 경험적 차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교를 받아들일 때, 사람들은 그 종교가 제공해 주는 교리에 근거한 독특한 경험을 가지게 됩니다. 루돌프 오토(Rudolf Otto)는 모든 종교의 핵심에는 ‘누미노스(numinous) 경험’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누미노스 경험은 ‘공포심과 경외감을 유발시키고 황홀하게 해주며, 무서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잡아끄는 신비스런 것’에 대한 경험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누미노스 경험을 통해서 힘이나 영광의 면에서 장엄하며, 자신을 넘어서 있는 완전한 타자(wholly other)로서의 존재, 무언가 ‘다르며’, 초세속적(other-worldly)인 실재와 조우한다는 것입니다.

주체사상에도 이러한 초월적 누미노스 경험이 있습니다. 주체사상 신봉자들이 경험하는 누미노스 경험은 바로 ‘수령 숭배심’입니다. 2002년 1월 4일자 「로동신문」의 사설은 ‘수령 숭배심’에 대해, ‘수령의 사상에 대한 절대적인 매혹의 감정’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수령 숭배심에 대한 이 짧은 정의는 종교를 ‘절대의존의 감정’이라고 말한 슐라이에르마허의 정의와, 거룩한 것의 속성을 ‘두렵고도 동시에 매혹적인 신비’에서 찾았던 루돌프 오토의 정의를 조합한 것으로 보입니다.

슐라이에르마허와 루돌프 오토는 그리스도교 신학의 정립에 지금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철학자이자 신학자들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주체사상의 신봉자들이 자신들의 종교 경험을 설명하는 데 있어 그리스도교 신학에 빚지고 있는 지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을 숭배하는 그리스도교의 문법으로 수령을 숭배하는 자신들의 종교 경험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리스도교의 신 숭배와 주체사상의 수령 숭배는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닙니다. ‘수령’은 관념적 존재가 아니기에, 형이상학적인 절대 타자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수령 숭배심’의 경험은 ‘역사-내재적 초월경험’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기를 넘어서는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초월경험’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 초월이 유물론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현실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역사-내재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북한의 주체사상 신봉자들이, 초월의 양상에서는 서로 다르긴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신 숭배심’과 유사한 ‘수령 숭배심’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들이 자신들의 종교 경험을 설명해내기 위해 그리스도교 신앙 전통에 속해 있는 신학적 성과에서 핵심 개념들을 차용하고 있고, 더 나아가 전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적극적으로 대화의 접점을 모색해야 합니다. 주체사상 신봉자들의 종교 경험과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종교 경험을 서로 비교하고 분석하는 것을 통해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주체사상이 종교화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열린 ‘수령 숭배심’이라는 종교 경험의 지평에 대해 일방적으로 논평하거나 매도하거나 지적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먼저 우리 자신들을 돌아보고, 우리 그리스도인들 안에 있는 ‘신 숭배심’ 경험과 주체사상 신봉자들이 증언하는 ‘수령 숭배심’ 경험을 허심탄회하게 비교하며 대화를 시도할 때, 성숙한 상호이해의 공동 지평에 다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Getty Image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jungs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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