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는 하나님을 독점했다. 하나님은 더 이상 모든 인간 영혼의 주된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를 위한 일이다. 신학이 다시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끼여들었다.”(Weltreich Bd. 1, S. 233)

라가츠는 전 삶을 통해서 하나님 나라의 살아 있는 진리를 신학화하고 교의화하는 모든 시도들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반신학적이고 반교의적인 태도는 개인적으로 그의 세상성에 신세를 지고 있는 정신적 본질과 관련이 있다.

또한 그것은 정신사적으로 초기에는 하르락과 비더만에게서, 후기에는 키에르케고르와 베르그송에게서 강한 영향을 받았다. 라가츠는 키에르케고르적 실존의 관점을 통해서 진리의 주관성을 인식하는 법을 배웠고, 그 결과 헤겔의 발전 논리로 채색된 비더만의 변증법을 극복했다. 헨리 베르그송은 라가츠의 윤리, 사회학 그리고 인식론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라가츠는 그를 통해서 주지주의를 벗어날 수 있었다.(2)

왜 신학의 해방인가 1: 하나님 나라 진리를 경직시킨다

그러나 라가츠의 신학에 대한 투쟁은 “신학과 신학자로부터 떠나라”는 논문에서 처음 나타나며, 그 후 “성직 계급”이라는 논문에서 구체화되어진다. 라가츠의 신학에 대한 비판은 세 가지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첫째, 신학은 주지주의적 형식화를 통해서 살아 있는 하나님과 이 세상을 위한 그의 나라의 살아 있는 진리를 마비시키고 고정시킨 책임이 있다. 신학은 살아 있는 하나님과 그의 나라의 메시지와 그리스 철학, 특별히 정적이고 완성된 세계와 신성에 근거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의 결합의 산물이다. 따라서 신학은 두 사상 세계의 혼합이다.(3)

이러한 두 사상의 공동 작업은 그리스도와 세상 문화의 화해를 열망하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과 독일 관념론에서 나타난다. 또한 켄터베리의 안셀름이 하나님의 개념에서 그의 현실성을 연역할 때, 그의 신 증명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그러나 살아 있는 하나님은 오직 신앙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계시를 통해서 알려진다.

신학은 이러한 의미에서 “종교의 학문적 작업”이며, 기독교 신학은 “그리스도 사역의 학문적 작업”이다.(4) 라가츠는 교의학으로서 신학을 가장 날카롭게 거부한다. 신학은 언제나 하나님의 살아 있는 계시와 이 세상을 위한 그의 나라에 관한 메시지를 교의화 한다.

살아 있는 하나님과 그의 나라의 진리의 생명력은 신학화와 교의화를 통해서 경직되어진다.(5) 그러므로 신학은 이론이 아니라 행위들을 통해서 나타나는 하나님의 계시의 계속성을 부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복음과 하나님 나라에게 심각한 위험이 된다.

왜 신학의 해방인가 2: 신학과 신학자들의 오류

둘째, 신학과 신학자는 단순히 대학의 학문과 특별한 신분이 아니라 신학이 살아 있는 종교를 삼켜 버리는 곳, 종교적 이론과 학문이 하나님과 인간의 직접적인 교통을 대신하는 곳, 더 간단히 말하면, 신학이 하나님을 대신하는 곳에서 나타나는 “정신 상태”이다.(6) 이러한 정신 상태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소유를 의미하는 정신적(또는 종교적) 소유를 의미한다. 신학은 이러한 의미에서 “하나님의 독점”이다.(7) 신학자는 자신을 바리세인들처럼 신적 진리의 소유자로 생각한다.

소유는 항상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관계의 직접성을 파괴한다. 그것은 하나님과 인간을 분리하고, 그것을 통해서 인간과 인간을, 특별히 종교적 전문가(예. 신학자와 목사)와 평신도를 분리한다. 그것이 신학의 재앙과 큰 악이다.(8)

왜 신학의 해방인가 3: 신학이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만든다

셋째, 라가츠의 신학에 대한 투쟁은 본질적으로 살아 있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관계의 직접성에서 나오는 평신도의 경건성을 강조한다. 그는 언제나 “교회의 주지주의적 교의적 이론 체제에 반대하여 하나님 인식과 하나님 이해의 직접성과 비합리성, 다르게 표현하면, 하나님 계시의 초자연성”을 강조한다.(9) 그리스 철학의 죽은 하나님이 아니라 살아 있는 하나님은, 그가 바로 살아 있는 분이기 때문에, 철학과 학문이 아니라 오직 체험과 믿음에 의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 신학과 신학자들로부터 떠나라고 외쳤던 라가츠의 주장이 오늘날에는 해결되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Getty Image

살아 있는 하나님은 역사 안에서 행위의 계시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영혼에게 말한다.

인간은 신앙을 통해서 하나님과 직접적으로 결합된다. 이러한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직접성은 “가장 내적인 민주주의”이다.(11) “하나님의 직접적인 통지”와 “하나님 나라의 직접성”은 평신도의 권리와 의미 및 “평신도 종교”의 원천이다.(12)

하나님 나라는 “학문과 철학적 이성의 저 편”에(13) 있다(요 3:3, 3:8). 하나님 나라는 실제적 사건, 현실성과 사실이지 이론이 아니다. 하나님 나라는 거대한 대중적 사건과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이다(렘 31: 34. 마 18:3).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는 “사상의 형성물이 아니라 능력들 안에서, 세상의 정신적이고 물질적 생활에서 그의 현실성의 폭로를 통해서, 즉 목사 협회, 교회 신문들, 책들 그리고 팜플렛의 신학적 토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세상 한가운데서, 세상적 삶의 싸움과 소요 속에서 하나님의 용사와 동역자의 실재적 투쟁을 통해서 도래해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진리의 “단순성, 순진성, 평신도성”이다.(14)

신학과 신학자로부터 떠나라

라가츠는 하나님과 신학의 혼동 및 하나님 나라의 진리의 신학화를 극복하기 위하여 “신학과 신학자로부터 떠나라”고 요구한다.(15) 그는 “신학으로부터 해방”과(16) 동시에 신학의 폐지를 원한다.

또한 라가츠는 신학과 신학자로부터 그리스도의 해방과 동시에 “신학의 평신도화”를 요구한다.(20) 평신도의 권리와 “평신도 종교”는 “평신도 교회”가 아니라 평신도의 해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21)

라가츠는 블룸하르트가 말한 것 같이 세상과 역사의 발전 속에서 살아 있는 하나님을 발견하기 위하여 “큰 눈”으로 전 세상을 세밀하게 연구하는 “세계의 신학”을 요구한다.(22) 세계의 신학은 하나님과 그의 나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신학과 신학자로부터 해방을 돕는 신학이다. 라가츠는 종교적-사회적 운동과 그의 하나님 나라의 신학이 신학으로부터 해방의 수단을 제공하고, 신학과 하나님의 혼동을 폐지한다고 확신했다.(23)

이론을 앞세우는 신학에 대한 라가츠의 반박

라가츠는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인간되심에서 기인하는 세 가지 기본적인 진리를 들어서 주지주의를 반박한다. 첫째, “살아 있는 하나님과 그의 나라의 진리와 현실성은 개념과 이성, 논리와 체계가 아니라 오직 계시를 통해서만 인간에게 주어진다.”(요3:11).(24)

둘째, “하나님은 개념, 순수한 논리, 단순히 비인격적인 이 데를 능가하는 이러한 계시를 창조하기 위하여 인간이 되어야만 했다.”(25) 살아 있는 하나님은 오직 예수의 대리적 고난을 의미하는 “구원하는 사랑”을 통해서만 계시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진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구원하는 행위의 계시”를 통해서 인식되어진다. 말씀이 육신이 됨은 그리스 관념론과 인간의 모든 종족의 폐지와 동시에 성취이며, 주지주의의 극복이다.(26)

셋째, “진리는 그 자신을 스스로 증명한다. 진리는 그가 나타나고, 그가 등장하고, 그가 그 곳에 있다는 것을 통해서 자신을 증명한다.”(미주 27) 라가츠의 학문적 체계적으로 작업되고 정립된 신학에 대한 투쟁은 기독교 신학의 현대적 해석에 대한 요청이 아니며 또한 “계몽주의적-해방적 동기”에(28) 근거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살아 있는 하나님과 세상을 위한 그의 나라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라가츠의 신학에 대한 투쟁의 근본 동기는 “하나님 나라의 혁명적 직접성, 대중성 그리고 평신도성”이다.(29) 그리스도와 민중, 신적 사건과 인간적 사건이 그 안에서 화합한다.

그러므로 신학으로부터 해방은 모든 남용과 세상적 본질로부터 하나님과 그의 사역의 해방이다. 하나님과 그의 사역은 다시 안전한 소유로부터 찾음과 열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류장현 교수(한신대 신학부/조직신학)  jena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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