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환경이며 이는 개인과 타자에게 있어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렌즈를 환경과 그로인한 감정이 흐리게 한다고 이야기 하였다. 그리고 우울증은 이와 같은 방어 기제로 작용한다고도 이야기 하였다. 그러나 강한 우울증은 이미 질병이라 불릴 범주에 들게 된다.

조울증이라는 질병

그렇다면 조울증은 어떠한가를 이야기하면 조울증은 이미 질병과 가까이 있거나 상태로 넘어갔다고 여긴다. 인간은 우울증을 방어기제로서 활용한다고 언급하였다. 조울증 이전의 조증 또한 그러하다.

切齒腐心(절치부심)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과거 진시황에게 가족을 잃고 연나라로 망명을 온 “번오기”라는 진나라 장군이 있었다. 진시황을 만나기 위한 명분으로 그의 목이 필요했던 형가는 그를 찾아가 사실을 말하자 가족이 몰살당한 뼈에 사무친 원한 때문에 우울 속에 살던 그는 자신의 목숨이 시황제 암살에 쓰일 것 이라는 순간적인 엄청난 기쁨에 죽음에 대한 슬픔이나 두려움을 잊은 채로 스스로 자신의 목을 자른다. 시황제를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기쁨은 스스로의 목을 잘랐다.

극단적 조증의 결과 또한 이러하다. 번오기의 순간의 희열은 시황제 암살시도라는 대의를 위해 두려움 없이 스스로의 목을 찔렀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죽음이라는 존재로서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이 증상과 질병이 가지는 힘의 차이이다.

조증은 가벼운 기쁨을 동반한다. 마치 마약과도 같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플레이 하는 도중에 이런 감정을 느낀다. 어떤 사람은 사람이 달라진 듯 헤드폰으로 언성을 높이며 상대를 죽였을 때 희열을 느끼며 가벼운 조증을 느낀다. 이런 흥분상태의 조증은 쾌락을 지속시키고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이 상태를 반복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것이 조병으로 넘어가면 당연히 중독을 일으킨다. 조울증은 이 조병과 더불어 우울증의 극단이 함께 있는 것이다. 조와 울의 경계에 있는 제어 스위치가 망가진 경우를 조울증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증상 완화의 가능성

그러나 이 경우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주체인 이성이다. 환경과 감정이라는 렌즈가 급작스럽게 색을 바꿀 때 일어나는 발작이 조울증이 되는 것이다. 본래 우울증이 도수를 맞추어야 했던 이 작업을 강한 조증이 방해하고 사람은 변화하는 환경이나 감정에 영향을 주는 사소한 물질에도 극단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더 이상 컨트롤 할 수 없을 때 비로소 조울증이 발병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불치의 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신질환의 경우까지 가기 전 스스로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조울증은 어느 정도는 초기 증상에서 예방이 가능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 조울증(Bipolar Disorder)을 묘사한 일러스트 ⓒGetty Image)

이번에는 필자의 예를 들겠다. 나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1학년 까지 스스로 왕따라고 생각하며 결국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울증을 이기지 못하고 자퇴하여 2년 가까운 시간을 원룸에서 혼자 보낸 경력이 있다. 물론 내가 느낀 우울증 또한 다른 사람들은 우울증인 것처럼 느낀 것뿐이라는 혼동도 같이 있었다.

그렇기에 위의 언급한 사례들을 대조하며 감정의 기억을 더듬을 수 있었는데 나는 새로운 환경에 들어갈 경우 극심한 우울증을 느낀다. 그리고 그 상태를 분석하고 안정을 취한 그 다음에야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행동을 취한다.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2년의 시간 동안 혼자 격리되어 있었기에 (누구도 나를 격리시키지 않았다. 스스로 선택해 나간 곳이다.) 스스로의 조증과 우울증 두 가지를 모두 느낄 수 있었다. 극심한 우울감과 더불어 갑작스런 기분의 상승을 느낀다. 이런 상승은 대개 몇 가지 스위치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종교음악이었다. “내 이름 아시죠.”와 같은 가사들은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그 순간 만큼은 모든 것이 가능할 것만 같아 스스로 공부해 수능에 성공해 대학에 가는 것쯤은 남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내 자아를 실현시키는 일인 것처럼 또 신의 뜻인 것처럼 그러나 그런 마음으로 밖을 나가 운동을 끝내고 방에 돌아오면 칠흑처럼 느껴지는 방의 어둠이 나를 반기며 다시 우울의 스위치를 켠다.

서울대쯤은 쉬운 것으로 여기던 사람은 다시 현실의 초라함을 느끼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방으로 돌아가며 스스로 이상함을 감지할 정도로 기분의 상승폭이 컨트롤 되지 않는 것들을 경험한다. 이 경험덕분에 나는 내가 감정이 혼동되는 시기를 감지하고 사람들의 접촉을 피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 전과 달리 큰 문제없이 지나간다.

그리고 이런 우울 증상은 행동과 이성의 조작을 동반한다. 보통 나는 모두가 나를 더럽다고 여기며 왕따를 시키려 여긴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더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거나 구석으로 숨거나 일부러 빈 좌석으로 가거나 모두에게서 도망쳤다. 물론 몇몇 무리는 실제로 정신적 또는 육체적 폭력을 가하기도 하였으나. 적지 않은 경우는 스스로가 나에게 가한 가해였다. 그들 중 많은 나에게 악감정을 품은 적이 없고 무엇보다 별로 관심도 없었으며 심지어 몇몇은 나에 대한 매우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긴 시절의 그런 문제들은 지금도 PTSD와 같은 문제를 가져온다. 모르는 사람들 속에 홀로 가있는 상황은 나에게 극심한 불안을 가져온다. 제어는 쉽지 않았고 여전히 그럴 때는 음악으로 위안을 받고 난 뒤에 제정신이 들어 다시 이 감정기복을 눈치 챈 나는 이미 또 홀로 나와 무리 밖에 있으려하였다. 불안이라는 환상이 만들어낸 이 환상인 초라한 나는 아직도 지금의 나보다 더 큰 영향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고자 하는 점은 이를 스스로 인지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이성과 감정 사이 무언가를 자각하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도착해 겪는 우울감과 무기력은 매번 행해진다. 그러나 전과 같이 극단 까지는 빠지지 않는다. 적어도 기쁨에 취해 홀로 크게 노래를 부르거나 우울에 빠져 다리를 모은 채로 하염없이 구석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느끼는 감정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이 있다면 회복 속도다. 조증과 울증 사이에 중단이라는 평상시의 지점이 있다고 정한다면 과거는 어느 쪽으로 한번 빠지면 돌아오는 것이 오래 걸렸다. 스스로 돌아가야 한다는 인식이 된 이후에도 제어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 다는 점이다.

나는 지금 동시에 여러 환경에 살고 있다. 학교 또는 교회 그리고 지금 방안의 나를 대표적인 환경이라 여길 수 있는데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은 끊임없이 나를 힘들게 하지만 스스로를 재평가하게 한다. 그 재평가는 나의 위치를 또 스스로 재조정한다. 미움 받으면 안 된다, 인정받지 않으면 안 된다, 하는 감정이 올라오면 스스로를 사로잡는 감정을 컨트롤 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돌아오려 한다. 그리고 기존의 상태로 다시 돌아오고 나는 안정기라 부르는 이 상태로 돌아온다.

하지만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빈도수의 감소와 회복 속도는 분명히 증상의 완화를 의미한다는 것일 수 있다고 여긴다. 물론 발작적인 것 보다 환경에 의한 스위치의 작용이 강했기에 아직 질병까지의 단계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우울감에 있는 시간들이 분석적인 시간으로 작동해 점차 다음 증상이 짧아진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발작수준 이전의 조울증은 어느 정도는 완화가 가능한 것인데 이는 초기에 약물보다 개인의 의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주체를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많은 예화와 당연한 사례들을 내어 놓은 이유는 스스로의 이성과 감정 속의 정체성을 혼동하고 타자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체의 한계에 대해 언급하기 위해서다. 사람은 자신의 주체를 형성함에 있어 그 시점의 욕망 기준점으로 형성한다. 물론 그 욕망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욕망의 본질 자체가 숨겨져 있기도 하거니와 타자에 의한 것일 가능성 그래서 그 욕망의 방향이 온전히 욕망의 본질로 향하는 것이 아닌 욕망의 대상을 착각하고서 욕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은 자신의 정체성보다 타인의 만족에 비치는 자신을 욕망했고 그 결과 자신이 무엇을 욕망하는 알지 못한다. 그는 온전한 자신의 주체와 타인속의 주체를 동일화하며 자신을 찾는 과정을 거치지 못한 것이다. 여기서 일어나는 동일화의 과정은 끝없는 오인 속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그 오인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은 환경에서 작용한다. 조울증의 전체 발병률은 일반 적으로 0.5% 정도이다. 이는 자연적인 조울증의 확률이다.

하지만 부모가 조울증인 경우 그 발병률이 40%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단순히 조울증이 유전된다고만 여기기는 아직 어렵다고 본다. 조울증은 우울증과 달리 직접적으로 외형으로 드러나는 질병이다. 감정의 기복을 극단적으로 외부에 표현하기 때문이다. 우선 아이는 부모와 자신을 동일화 하려는 본능을 가진다. 이런 모방은 인간뿐만 아니라 많은 동물들이 가지는 특성이다. 아이는 자라면서 자연히 그 습성을 배우게 될 것이다. 때문에 그 확률 조사가 태어나자마자 조울증 부모에게서 분리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을 가능성은 적기에 40%의 통계를 온전히 신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여기에서 이어가면 주체가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이다. 조울증 증상을 보이며 발작하는 부모를 바라보는 아이와 같은 환경 말이다. 개인의 의지가 아무리 강인하더라도 그 모든 감정제어 하나하나를 다룰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은 이미 성인들로 불리기까지 하니까 말이다.

이분법적으로 개인의 주체와 타인의 주체를 나누면 개인의 주체만 하더라도 생각하는 나와 생각하는 나를 지켜보고 판단하는 내가 있으며 타인의 나도 내가 볼 수 없는 타인이 보는 나 그리고 타인이 볼 거라고 생각되어지는 나 벌써 간단하게만 나열해도 4가지 이상의 모습을 신경써야한다. 더군다나 이런 상황 속에서 민감하게 반응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이미 증상을 드러낸 사람들이다. 정상적인 이성으로도 힘든 작업이 가능할 리는 없다.

이미 이 사람들(과거의 나의 경험을 포함) 에게는 “내가 경험해 보았다.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본인이 “아, 그거 아무것도 아니었었지.”라고 하더라도 과거의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치열한 자아의 전쟁터이다. 이런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것은 이성과 감정의 싸움이다. 결코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이 이성을 완전히 갉아 먹으면 더 이상 그곳에 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욕망이라 생각되어지는 것 충족되더라도 더 이상 다음 욕망이 상정하는 것이 아닌 그대로 사라져 공허를 느끼고 빈 상태가 되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이 하염없이 허공을 바라보는 증상을 보이는 것 또한 여기에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때문에 개인이 스스로의 감정을 제어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선택권은 두 가지다. 즉시 자신의 환경을 바꾸거나 떠나 스스로 자신을 재분석하거나 현실적으로 약에 의존 하거나 이 두 가지가 가장 우선 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진짜 나를 바라보는 유일한 통로는 무의식에 있다

개인의 정체성은 타인과의 관계에 의해 나온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 명심해야할 것은 나 또한 분명한 타자이다. 다시 말하지만 엄밀히 말해 현재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하는 나 또한 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나를 생각한 순간 이미 그것은 과거의 나이다. 나는 그저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대조하며 현재의 나를 상상하는 것만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간과하는 것은 그런 나와의 관계이다. 타인과의 관계는 나와의 관계에 비하면 오히려 원만하게 해결이 가능하다 나를 타인의 거울로 꾸미거나 그 환경에서 벗어나면 된다. 그러니 그 전에 나라는 첫 번째 타자와의 동일화를 먼저 이루려 시도하지 않으면 결국 끝나지 않는 감정의 굴레 에 머물게 될 것이다.

급격한 감정기복이나 우울증이 온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응급처방은 의사에게 달려가는 것이 아닌 잠시 조용한 곳으로가 명상으로 감정을 다스리는 일일 것이다. 마치 허황된 말처럼 들려도 실제로 나 또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또한 온전한 치료법은 되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감정기복은 돌아온다.

그럼에도 전기신호 같은 물리적인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개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결국 자신과의 대화이다. 내가 본받아야할 “나”를 상정하고 그 “나”와 끊임없는 대화를 해야 한다. 선을 행하는 나를 모델로 삼았다면 그와 동일화 하는 과정 중 빈틈을 찾고 보완하고 관련된 지식을 축적해 이성적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만일 종교를 모델로 삼았다면 그 종교에 충실 하는 것이 또 다른 안정제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이는 큰 불안이 닥쳐오면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주어진 환경에 즉각적으로 이성을 넘어 반응하는 나라는 존재도 있다. 누구나 아차 하는 순간이 있지 않은가 이성을 넘어 나라고 생각한 주체를 무시하고 답하는 나도 있다. 나는 나를 제대로 안다고 하지만 내 감정을 내 신체만큼 제대로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은 아직까지 나라는 존재에 대해 깊은 사유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인간 개개인의 다양성은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한 개체의 다양성을 문서로 정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애초에 그 주체는 이미 정리한 순간에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관찰 가능한 유일한 것은 무의식이 하는 감정의 컨트롤이다. 유일한 결과를 보는 창이다. 불안한 상황에 발생하는 즉각적인 감정은 무의식이 일으키는 것이다.

이미 한번 일어난 무의식이 일으키는 감정은 그 다음번엔 강도가 약해진다. 같은 공포영화라도 몇 번 본다면 그 장면은 더 이상 놀라거나 공포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감정 또한 동일하다. 이미 많은 일을 겪고 대비할수록 그에 대한 대처는 그 순간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타자로 존재하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발현하는 나다. 내가 환상 밖의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런 무의식적인 모습들은 내가 나의 정체성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모습이 될 것이다.

김인(감리교신학대학)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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