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대화 내지 말다툼 끝에 하시는 말씀일테지만, 말라기는 앞은 생략하고 이렇게 시작합니다. 앞에서 이스라엘은 자신의 처지를 탄식하며 하나님을 원망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나님은 이러한 이스라엘을 달래며 그 끝에 사랑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은 현재 그 사랑을 체감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님이 우리를 도대체 어떻게 사랑했냐고 반박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 있습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서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이를 불신이라고 몰아붙일 수 있겠습니까? 너희들 탓이라고 쏘아붙일 수 있습니까? 그렇다고 할 측면도 꽤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그들에게 믿고 인내하고 끝까지 견디라고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허공만 때리고 말 것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신뢰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무관심과 불개입이 그 원인입니다. 하나님과의 지난 역사가 붙들어 줄 수 있는 흔들림이 아닙니다.

▲ 예언자 말라기 ⓒGetty Image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십니다. 그 자체가 변화이고 또 변화에 대한 기대를 낳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의 발언에는 이스라엘이 그의 사랑을 몰라주는 것에 대한 자기변호의 섭섭한 기운이 배어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소통의 시작입니다.

하나님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스라엘의 발언과 행위들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하나하나 반박합니다. 그 앞에서 이스라엘은 할 말을 잃습니다. 자신들의 잘못에 잔뜩 움츠려들었을 이스라엘의 모습이 선합니다.

놀라운 반전이 여기서 일어납니다. 주께서 이스라엘 오시기 위해 그 길을 닦을 사자를 보내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변화와 해방을 위해 오실 주님입니다.

이스라엘은 이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자신을 고치고 악을 거부하며 스스로 그 길을 닦아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이땅에서 억압과 학대와 수탈이 그치도록 하나님의 정의를 따라 작을지라도 변화와 해방의 그 길을 닦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입니다.

하나님께서 남겨둔 숨은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그 길을 닦으며 뿌듯함과 행복을 얻는 오늘이기를. 흔들리는 기반 위에 있는 우리에게 말씀을 건네오시는 하나님에게서 용기와 의지와 위로를 얻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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