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씀은 우리에게 큰 위로를 줍니다. 동시에 그것은 우리가 성서를 어떻게 읽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오해를 줄이는 길은 문맥 안에서 읽는 것입니다.

따로 떼어내서 읽고 인용하는지요? 혹 그러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이를 잠시 접어둔 채 문맥 안에서 읽고 그 의미에 나를 순응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구절은 앞의 두 절에 바탕을 둔 일종의 결론입니다.

거기서 저자는 비천한 자리에 있든 풍요로운 자리에 있든 거기에서 자족하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이것은 적대세력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전도여행을 그치지 않았던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한가지 이유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와의 관계입니다.

▲ 거대한 물결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Getty Image

그런데 그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확신한다고 해도 그가 부딪히는 여러 상황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그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사랑을 지킬 수 있는 내면의 힘이 필요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 자족하는 마음입니다.

풍부와 궁핍 같이 서로 대립되는 개념쌍을 사용해 모든 경제적, 사회적 상황을 다 나타내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평정과 평화 곧 평상심을 그는 배웠습니다. 배고프고 낮은 곳에 있어도 배부르고 ‘높은’ 곳에 있어도 한결 같이 자기를 지키고 비굴하거나 교만해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배움과 깨달음의 과정은 알 수 없지만, 안으로는 이 마음이 지배하고 밖으로는 사랑이 다스리기에 그는 그 긴 여정을 마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그와 같은 상태에 이른 것도 자신의 능력과 훈련때문이라 하지 않고 주님께서 그리할 수 있는 힘을 주셨다고 하며, 그 때문에 모든 상황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그 안에는 겸손과 감사가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바울이 이 구절로 말하는 것이 이것이라 해도 그렇게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를 떠나서 임의로 사용되면 숱한 오해와 오만과 그에 따른 좌절을 낳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족할 줄 아는 능력,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 하나님의 놀라운 선물입니다.

이 선물로 평화를 누리는 오늘이기를. 아픔도 실망도 좌절도 이기게 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우리를 감싸고 평상심을 낳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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