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음과 정성과 힘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명령은 신명기의 가장 중요한 명령이며 마음의  '가죽'을 벗겨내라는 명령도 앞에서 이미 주어진 명령입니다. 여기엔 그 두 명령들이 결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명령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행을 전제합니다. 그런데 혹 명령받은 자가 이를 실행할 능력이 없거나 그렇게 할 의지가 없어서 명령이 이행되지 않는 상태로 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명령자는 명령받는 자를 포기하거나 명령 자체를 취소할 수도 있습니다.

▲ 하나님을 온 맘을 다해 사랑하라는 뜻을 깊이 새겨보아야 한다. ⓒGetty Image

하지만 둘 다 할 수 없다면, 어찌 될까요? 명령하는 자가 바뀌는 길 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이스라엘, 곧 사람의 무능력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하나님 자신을 바꾸게 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덮고 있는 저 질긴 '가죽'을 하나님이 벗겨내겠다 하십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향하게 할 수 없고 그의 말씀을 지키지 못하게 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들고 자연의 신음소리를 들을 수 없게 하는 '가죽'입니다. 자기마저 사랑할 수 없게 하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생명조차도 얻을 수 없게 합니다. 그렇게 사람의 길을 가리고 사람을 어리석게 하고 심지어 괴물로도 만드는 그 '가죽'입니다.

이를 벗겨낼 사람의 '책임'을 하나님이 떠맡는 변화는 하나님 편에서 볼 때 또 한번의 변화입니다. 홍수 때에도 하나님은 악한 생각에 젖어 사는 사람을 품고 그를 견디기로 작정하심으로 인간의 역사를 가능케 하셨습니다. 이 변화의 결과가 사람의 존재 허용이라고 하면, 여기서의 변화는 사람의 존재 변화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근본적인 변화는 예레미아야의 예언대로 아직 약속의 단계에 있습니다.(렘 31,31-34) 현재 우리에게는 이를 기다리면서 이를 향해 우리 자신을 정렬하는 것이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그 방법은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 것, 곧 정의와 공의와 사랑으로 평화를 이땅에 이루는 것입니다. 그때 우리의 현재는 하나님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기쁨으로 하나님의 미래를 사는 우리의 현재이기를. 생명에 잇대어 즐거움과 희망을 나누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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