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임금차등지급이 가져올 암울한 미래

우리 속담에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지난 12년 동안 이주노동자 상담을 하면서 자주 떠올리곤 했다. 이유인즉슨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의 임금에서 기숙사비, 식대, 관리비 등을 공제하기 때문이다. 공제하는 것이 뭐 잘못되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임금수준이 거의 대부분 최저임금인 것을 감안하면 그 공제액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12년 동안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조건을 제시한 사업주를 본 적이 사실상 없었다. 손에 꼽힐 정도이니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업주들이 35만원에서 50만원도 공제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기에 벼룩에 간을 빼먹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 최저임금을 받지 못해 그리고 시간당 최저임금에 따른 연장 및 야간수당을 받지 못해 상담을 의뢰하는 이주노동자의 비율이 진행 상담의 70%를 넘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모른다, 너무 모른다

그런데 지난 2월 8일 야당 소속 국회법제사법위원회 모 국회의원이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해서 지급하는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 목적은 이주노동자의 수습기간에 최저임금액의 일정부분 감액을 도입함으로써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려는 것에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발의 안의 주요 내용은 이주노동자 입국 후 1년 내에는 최저임금을 30%, 1년~2년 사이에는 20%를 감액하여 사업장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 내용을 담고 있다.

▲ 이주노동자들이 노동하는 한 일터 ⓒ이기호

기가 막힐 노릇이다.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2월부터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을 발표했다. 이주노동자의 숙식비 제공과 관련하여 징수 상한 금액을 안내한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월 최저임금에 8% ~ 20%를 숙식비로 공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18년 기준 월 최저임금으로 산정할 때 8%면 125,901원이고, 20%면 314,754원이다. 이것은 순수 숙식비용이고 기숙사 관리비는 별도로 공제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숙식비를 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징수’한다는 표현 자체가 어이없다. 세금도 아닌 것을 ‘징수’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는 사업주와 이주노동자의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임금에서 숙식비를 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합의에 따른 문제인데 일방적으로 징수해도 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상당수의 이주노동자가 숙식을 모두 제공 받는다고 가정할 때 위 지침에 따르면 20%를 공제하므로 314,754원과 별도의 관리비(전기세, 수도세, 인터넷 등)가 청구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기숙사 환경은 매스컴을 통해 우리는 어렵지 않게 알고 있다. 컨테이너 박스나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 상당수이이며, 환경이 조금 괜찮다고 하는 경우에도 공장 안의 별도의 공간에서 살고 있어 열악하기는 정도의 차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많이 공제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현실이 이와 같음에도 여기에 더 공제가 가능하도록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될 법한 이야기인가.

노동시장 악화를 가져올 뿐

한편 이는 노동경제학적으로도 국내노동시장의 악영향을 줄 뿐이다. 고용허가제는 근본적으로 내국인이 3D업종을 기피하기에 내국인을 고용할 수 없어 외국인을 고용하는 제도이다. 여기에 외국인의 임금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고용할 수 있기에 이미 고용주 우월적 제도임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까지 차등적으로 적용하게 되면 내국인의 일자리를 더욱 침탈하게 될 것이다.

즉 이주노동자의 임금수준이 하락하게 되면 내국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외국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고되고 반복적이며 더럽고 위험한 일을 학력과 경제수준이 높아진 내국인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굳이 노동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았어도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 3D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내국인이 설자리는 더욱 없어질 것이다. 임금수준이 높은 내국인은 더욱 고용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외국인의 임금수준을 낮추면 궁극적으로는 내국인의 임금수준도 낮아질 수밖에 없게 되어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즉 외국인의 임금수준의 보장이 내국인의 임금수준을 보장하는 것이고 이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과 연결되어 있지 떨어져 있지 않은 것이다.

또한 이러한 법안은 법적으로도 가능하지도 않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에 반할 뿐만 아니라 현행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용자는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세계인권선언 제23조는 “모든 사람은 일할 권리,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권리, 공정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일할 권리, 실업상태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동일한 노동에 대해 동일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였다.

노동인권차별국가로 낙인 찍히길 원하는가

UN인종차별철폐협약에서도 “인종, 피부색, 혈통 또는 민족적 종족적 출신”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당사국이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게 되어 있다. 그리고 1998년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국제조약인 국제노동기구(ILO) 111호 협약인 ‘차별금지 협약’에서도 “인종·피부색·성별·종교·정치적 견해·출신국 또는 사회적 출신에 기초하여 행하여지는 모든 차별, 배제”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제6조에서는 위와 같은 국제법에 대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렇듯 국제법과 국내법이 인종, 피부색, 국적에 따른 차별적인 대우를 할 수 없도록 강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적용 법안은 노동인권의 문제이다.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의 노동인권 보장의 문제인 것이다. 살펴보고 따져보아도 더욱 그렇다. 세계인권선언 제29조가 “모든 사람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해 한 인간으로서 의무를 진다.”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연결되어 있기에 이주노동자의 노동인권 보장은 곧 우리의 삶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전태일 열사가 여공들의 노동현장을 보며 분노하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쳤던 것처럼 그 때 그 여공들이 현재 우리사회의 이주노동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기호(의정부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dlflq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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