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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3.1혁명 100주년과 한반도의 미래
김명수 명예교수(경성대, 예함의집) | 승인 2019.03.15 18:49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 그들은 하나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5:9:사역)
Blessed are the peacemakers, for they shall be called sons of God.(Matthew5:9; NSB)

(1)

신약성서에서 구약성서의 내용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경전이 마태복음이다. 마태복음은 기원후 90년 경 쓰였다. 갈릴리 접경인 시리아 남부에 있는 어느 디아스포라 유대인촌(村)을 선교지로 삼았던 공동체의 작품이다.

구약의 유대교 전통과 역사에는 모세라는 위대한 영도자가 있었다. 마태교회 공동체는 유대인을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벌이면서, 그들이 신앙하고 따르는 구세주 예수를 그들이 가장 위대한 성인(聖人)으로 꼽는 모세에 버금가는 인물이라고 소개하였다.  

기원전 13세기 출애굽 당시,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십계명을 받아 하나님의 뜻을 유대인들에게 펼쳤듯이, 구세주 예수 역시 산에 오르시어 유대민중을 향하여 하늘아버지의 뜻을 설파하시는 장면을 복음서 편자는 산상수훈(山上垂訓)의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모세가 십계명을 하사(下賜)받은 것처럼, 마태는 예수의 산상수훈을 하나님의 계시사건(啓示事件)으로 말하고 있다.

물론 마태는 그보다 30.40년 전에 존재했던 예수말씀 큐(Q)공동체로부터 산상수훈을 전해 받은 것이다. 큐(Q)교회는 예수를 신으로 숭배하거나 하나님과 동급(同級)으로 섬기지 아니하였다. 하늘아버지 뜻을 선포하고 이를 지상에 펼치는 것을 그의 사명으로 알았다. 예수는 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위임받은 예언자(預言者)요 선각자(先覺者)였다. 예수는 모든 인간이 가야할 ‘보편적인 가치와 길’을 제시한 지월(指月)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사는 것인가? 인간답게 사는 삶이란 무엇인가? 참 행복을 얻는 길은 무엇인가?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다. 큐(Q) 예수의 답변이다.

하나님나라의 수혜자(受惠者)는 누구인가? 영(靈)으로 가난한 사람들이다. 정의를 위해 일하다가 박해당하는 사람들이다. 누가 하나님을 보는가? 마음이 맑고 깨끗한 사람들이다.

하나님의 자녀로 불리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무슨 일을 해야 구원받게 되고 하늘나라에 들어가게 되는가? ‘주여, 주여’하며 외치는 사람도 아니다. 예수 따라, 하늘아버지 뜻을 펼치는 사람이다.(마태7:21)

지상에서 이루어야 할 하늘아버지 뜻이 무엇인가? 평화(eirene)이다. 삼위일체(Trinity) 교리의 확장이 아니다.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는 배타성을 지닌 교리(도그마) 전파도 아니다. 교회세력의 확장도 아니다. 성시화(聖市化) 운동도 아니고, 전군신자화(全軍信者化) 운동도 아니다. 세계의 기독교화(化)도 아니다.

교리에 물들기 이전의 순수한 예수말씀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큐(Q)는 누가 그리고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컬어 하나님 자녀라고 하는가? “호이 에이레노포이오이(hoi eirenopoioi)”이다. “피이스메이커(peace maker)”이다. 지상에 새로운 평화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다.

평화는 기독교적 가치를 넘어선 인류 보편의 가치이다. 어떠한 형태로든지 평화를 창조하는 일에 참여할 때, 하늘아버지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고, 모두가 하늘아버지의 자녀로써 살 수 있는 하늘나라가 임하게 된다는 것이다.

(2)

3.1혁명 100주년을 맞은 3월1일, 서울 광화문광장의 정부 기념식을 비롯해 전국에서 각계의 기념행사가 다채롭게 열렸다.

▲ 베트남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로 냉전체제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세력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SBS 화면캡쳐

문재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우리가 주도하는 미래 100년의 큰 밑그림을 담은 ‘신한반도체제’의 구상을 제시했다. 금번에 제안한 한반도 ‘평화와 경제협력공동체’ 구상은 팔천만 조선민족의 염원을 담은 것이며, 3.1혁명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100년 전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백만여명의 민중이 독립만세를 외치며 시위에 가담하였다. 칠천오백여명이 살해당하였고, 일만육천여명이 다쳤다. 오만여명이 체포·구금됐다. 당시 한반도 전체 인구가 이천만명 정도였음을 감안할 때, 규모면에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비폭력평화혁명 사건이었다.

그러나 3.1혁명을 진정 빛나게 하는 것은 다른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조선민족의 자주독립만을 외치는데 그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와 세계 평화의 가치 실현을 선언하였고 이를 민족의 차원에서 집단적으로 실천한 일대 휴머니즘선언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중국 5.4민중항쟁과 간디의 독립운동 등 약소민족의 비폭력 해방평화운동에 영향을 끼쳤다.

3.1혁명의 휴머니즘 정신은 대한민국임시정부 헌법 전문을 넘어서 현재 헌법 전문에도 오롯이 계승되고 있다. ‘독립선언서’에는 나라의 주인이 어디까지나 ‘조선인’임이 명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선민족의 독립이 갖는 의미가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넘어 대승적(大乘的) 차원에서 세계평화와 인류행복의 지평에서 풀이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백 년 전 삼일혁명에서 보여준 선조들의 자주독립 정신과 세계평화 의지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으며, 앞으로 한반도 역사가 나아가야 할 나침판이 되고 있다.

(3)

지난 2월 말에, 팔천만 한민족과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시민들의 기대 속에서 시작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허나, 유감스럽게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회담은 결렬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관적으로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금번 회담에서 우리 모두가 기대했던 종전선언, 비핵화, 경제제재 해제를 통한 평화공존선언은 한반도의 명운(命運)이 걸린 문제이다. 우리 정부는 한편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강구(講究)하고, 다른 한편으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외교력을 발휘하여 북미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하면서, 보다 넓고 긴 안목에서 한반도 평화 문제를 바라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미국이 요구한 비핵화와 북한이 요구한 경제 제재 해제는 양국 정상들이 한두 번 만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다.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 증오, 대립, 적대 관계는 단 시일 내에 풀 수 있는 사태들이 아니다. 육이오 전쟁 이후, 70년간 형성된 얽히고설킨 복잡한 문제들이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인내심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기념주화(紀念鑄貨)까지 발행되었다. 트럼프가 고의로 결렬을 염두에 두고 정상회담에 임한 것 같지는 않다. 결렬의 원인을 볼튼이나 일본 탓으로 돌리는 것도, 사태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 소아병적인 주장들이다.

금번 사태를 통해서 그동안 암중모색되어 오던 비핵화와 제재해제를 둘러싼 양국 간의 인식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다. 정상회담하고 있는 시간에 미국국회에서는 코엔의 청문회 증언이 있었다. 그는 청문회에서 트럼프를 협잡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였다.

트럼프는 미국 내에서 자기가 없는 사이에 돌아가고 있는 불리한 여론을 만회하기에는 협상타결이 그다지 득(得)이 된다고 생각하지 아니했던 것 같다. 오히려 결렬시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미 정상회담 전 언론에 유출된 합의문 내용에 대해 미국 내 여론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뭔가 더 큰 승부수가 없이는 청문회 국면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보았던 트럼프의 전략적 판단이 회담결렬로 이어진 것 같다.

그리하여 트럼프는 볼튼을 배석시켜  ‘플러스 알파’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였고, 김정은 위원장은 저면해제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의 예상은 적중하였다. 회담 결렬은 미국 국민의 트럼프 개인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가라앉히는데 성공하였고, 그를 반대했던 민주당에서도 비교적 찬성하는 분위기로 반전(反轉)되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북한 내 강경파의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의 로드맵은 무엇이었을까? 첫째로 미래의 핵은 포기하되 과거 핵은 유지하는 것일 수 있다. 둘째로 경제개발을 견인해내어 인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민생안정을 기반으로 정권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신뢰가 쌓이지 않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무리한 요구를 다 들어준다는 것은 하나의 도박이 아닐 수 없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요구를 다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문제해결의 열쇠라고 주장하는 국내 유력 진보정치인들의 TV 토론을 본 적이 있다. 상호간 불신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에게 백기(白旗) 들고 투항하라는 말인가? 유아기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정치는 어디까지나 현실정치(real politics)이다. 현실조건에 발을 딛고, 단계적으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나가야 한다.

경계해야 할 일이 있다. 이번 결렬사태가 모처럼 한반도에 불어 닥친 평화 화해무드를 무산시키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오바마 시절의 ‘전략적 인내’나 그 이전의 냉전 상태에로 회귀(回歸)하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금번 정상회담 결렬 배후에는 또 다른 변수가 숨어있다. 북한은 경제제재의 일부해제를 요청했다고 한다. UN 제재 결의 11건 중 2016~2017년에 채택된 5건이 그것이다. 민생경제에 지장을 주는 항목(項目)의 일부라고 했다. 헌데, 미국의 입장은 이를 두고 사실상 전면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양자(兩者) 간의 이러한 차이는 왜 생겼는가? 해제 이후 전개될 예상결과에 따른 인식 차이에서 온 것일 수 있다. 북한이 요구한 최소한의 민생경제 부문의 해제가 그 자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사실상 전면 해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미국은 보았을 것이다.

왜 그런가? 현재 북한의 경제현실에서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가히 절대적이다. 북한의 대외무역은 중국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유엔의 경제제재가 일부 해제된다면,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지금보다 더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결코 이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단계적 제재완화를 꺼리는 이유는 바로 이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북한의 경제발전의 모델로 미국이 제안한 것은 어느 나라인가? 중국이 아니다. 중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비록 미국과 전쟁을 치른 국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자본이 아니라, 서방과 글로벌 자본을 유치하여 성공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루어내고 있다. 금 번에 베트남은 미국 산 비행기를 100대 이상 구매했다.

미국이 북한에게 우선 핵문제 해결을 제안했다. 그리고 남한과 서방국가들의 자본을 유치하여 글로벌 경제시스템에 편입하기를 바라고 이다. 베트남이 걸어갔던 경제발전 로드맵을 트럼프는 김위원장에게 주문하고 있다.

금번 회담결렬이 겉으로 보기에는 비핵화와 경제제재 문제로 보인다. 허나, 다른 시각에서 볼 수도 있다. 미국은 동북아에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할 수 있는 마지노  선으로 한반도를 활용하려고 한다. 일본과 남한뿐만이 아니다.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통하여 한반도 전역(全域)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하여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다.

동북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 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북한은 지금 중대한 선택의 기로(岐路)에 서 있다. 북한에게는 위기이자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4)

금번 협상 결렬은 한국에게도 더 없는 기회이다. 트럼프가 귀국길에 중재자(Negotiator) 역할을 주문했듯이, 이제 문 대통령은 단순히 뒤에서 중재자 역할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할 때가 되었다.

문 대통령은 북미 간 평화의 중재자(Peace Negotiator)에서 한반도 평화의 창조자(Peace Maker)로 역할을 바꾸어가야 한다. 북한과 미국, 양국(兩國) 모두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한반도 미래에 대한 로드맵과 대안을 하루속히 제시해야 한다.  이 문제는 한 정권에게 맡길 일이 아니다. 국민 모두에게 위임된 시대적(時代的) 과업이기도 하다.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특정 정권이나 계층에 의해서 독점되거나 전유물(專有物)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공동선이다. 팔천만 한민족 모두를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건국이념이기도 하다. 이를 소수를 위한 정략(政略)의 대상으로 이용해서도 안 된다. 시민사회나 여야정치권은 이를 각성하고, 각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성사를 위해 한 마음이 돼야 한다.

삼일절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신한반도 체제’ 구상을 밝혔다.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평화·경제협력 공동체를 구성하여, 앞으로 한반도의 미래는 남북한이 주인이 되어 주도해나가자고 했다. 옳은 말이다.

앞으로 남북 간 평화경제협력 공동체 구성은 기존의 북한과 중국 간의 경제협력 수준을 능가하는 것이어야 한다. 북한이 경제발전의 동력을 중국에 기대서가 아니라, 남한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강화시키는 데서 찾도록 힘써야 한다.

그렇다면 한반도 평화와 경제협력 공동체 구상의 내용은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중국을 대신하여 남한이 북한의 경제발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도도록 해야 한다. 북한 경재발전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을 줄여나가고, 그 대신 남한의 역할을 증대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길이야말로, 미국이 원하는 동북아 전략을 성사시키는 길임을 트럼프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일단 국제사회의 협력 하에, 트럼프는 남북 간 경제협력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어야 한다. 남북 간 경제협력의 경우, 유엔 제재 조치로부터 예외 조항을 만들고 이를 허용하면 된다.

예를 들면,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간 철도 연결 및 기간(基幹) 도로 건설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 간을 잇는 물류와 에너지 망(網)을 통해 북한 경제의 대동맥이 러시아로 이어져 글로벌 경제와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 남한의 경제협력이 북한에서 확장되도록 지원하고, 남한과 합작한 외국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미국과 서방국의 기업이 북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우리에게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우리는 이제 북미 정상회담을 뒤에서 지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전면에 나서야 한다. 주도적으로 ‘신한반도 체제’ 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펼쳐나가야 할 때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들의 협력과 동의하에, 한반도의 미래 운명을 팔천만 우리민족의 손으로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한반도 평화의 행군을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명수 명예교수(경성대, 예함의집)  kmsi12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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