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을 뚫고 중풍병자가 들것에 실린 채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상상컨대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법합니다. 예수께서는 그의 동료들의 사랑과 정성과 용기에서 자신에 대한 그들의 무한한 신뢰를 봅니다. 그들에게는 예수께서 동료의 병을 반드시 고쳐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그 믿음은 사람의 숫자도 천장도 방해할 수 없는 '사랑'입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너의 죄들'이 용서받았다고 뜻밖의 말씀을 하십니다. 이 말이 저 사람의 중풍병을 그의 죄들 탓이라고 하는 것일까요? 그럴 리는 없습니다.

▲ 지붕을 뚫고 친구를 예수님께 인도하는 중풍병자의 친구들 ⓒWikipedia

눈 먼 사람을 놓고 그것이 누구의 죄때문인지 묻는 사람들에게 누구의 죄때문도 아니라고 단언하셨던 예수입니다(요 9,1-3). 하지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불치병 같은 불행이나 고통을 죄의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비춰보면 죄에 대한 예수의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은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의 '죄들'은 가공의 죄들로서 사람들의 '신학적' 편견과 무지의 산물들입니다. 예수께서는 너의 죄들이 용서받았다, 곧 벗겨졌다고 하심으로써 그를 사회적 멸시와 차별의 굴레로부터 해방시키십니다. 그렇지만 예수의 선언은 그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죄를 덧씌우던 사람들의 편견과 무지를 고발하고 그들도 이로부터 해방시키려고 하십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를 신학적 오해와 왜곡에 기생하는 종교적 권력들은 곱게 볼 수 없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이며 하나님 대신 모독감을 느끼고, '네가 무슨 근거로 죄를 용서해' 라는 식으로 반응합니다. 이처럼 해방적인 하늘의 권력과 억압적인 땅의 권력이 이 중풍병자에게서 충돌합니다.

예수께서는 그들 체제 하에서 병과 '죄'의 이중고를 겪는 그를 선언에 이어 질병에서 건져내심으로써 그들이 씌운 죄의 굴레를 파괴하고 그들의 위선과 허구를 통쾌하게 드러내십니다.

종교 권력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죄의 굴레를 권력유지 수단으로 삼지만, 그 굴레는 그로부터의 자유와 해방에 대한 예수의 선언과 함께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는 낡은 것이 되었습니다. 이로써 새생명을 위한 새질서의 새세계가 열립니다.

자리를 들고 일어나 자유와 평등의 나라로 들어가는 오늘이기를.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해짐과 쉼을 얻고 평강 누리는 이날이길.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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