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사람의 불의가 하나님의 의를 세운다면, 하나님은 불의를 심판할 수 없고, 심판한다면 하나님은 불의하게 된다고 함으로써 사람의 불의가 하나님의 의를 세울 수 없다고 앞에서 말한다. 여기서는 자신의 경우를 들어 말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앞에서처럼 가정이 그에 대한 비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거짓을 말한다는 험담입니다. 그 거짓으로  하나님의 참됨이 더 넘쳐나고 그래서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한다면,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죄인으로 심판받을 리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 가운데는 그가 '선을 이루기 위해 악을 행하자' 이렇게 말한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고 합니다. 바울은 그런 사람들이 심판받는 것은 마땅하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 그리스도교 신앙과 폭력이 공존할 수 있을까요? ⓒGetty Image

악과 선을 대비시킬 때 선이 더 분명해지고 거짓과 참을 대비시킬 때 참이 더 뚜렷해지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거짓과 악이 참과 선의 실현에 기여할 수 없고 그 도구일 수는 더욱 더 없습니다.

이러한 논리를 폭력과 평화에 적용할 수 있겠는지요? 폭력이 평화 수립에 기여할 수 있거나 그 도구가 될 수 있는지요? 강자들은 평화를 위한 폭력을 말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강자들의 논리는 자기의 이익을 수호하고 억압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기에 결코 그럴 수 없습니다. 적어도 그렇게 말하는 강자들에게 바울의 심판선언은 지극히 정당할 것입니다. 폭력에 의한 평화는 피압박자들의 절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억압당하는 자들은 집단적 차원에서 비폭력으로 폭력을 이기고 평화에 이를 수 있는지요?  하나님의 나라도 악의 세력과 결전을 치루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온다면, 그것은 역사에 없는 길일 뿐 아니라 역사가 끝나기 까지 없는 길일 것입니다.

폭력적 평화를 거부하는 하나님에게서 저항의 용기를 얻는 오늘이기를. 거짓 논리들이 진실을 왜곡하지 않도록 깨어서 행동하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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