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주체사상의 신화는 어떤 배경에서 태동하였나요?(3)_김일성주의의 탄생

A: 지난 연재를 통해 주체사상의 신화가 형성되기 위한 배경에 1967년의 「5.25교시」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사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1973년에 발간된 북한의 이론서를 중심으로 주체사상의 신화가 태동되는 배경을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북한에서 ‘김일성주의’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74년 2월 19일의 이른바 「2월19일선언」에 의한 것입니다. 이 날 김정일은 「온 사회를 김일성주의화하기 위한 당 사상사업의 당면한 몇 가지 과업에 대하여」라는 문건을 발표합니다. 여기에서 짐정일은 다음과 같이 김일성주의를 정식화하였습니다.

“김일성주의는 한마디로 말하여 주체의 사상, 리론 및 방법의 체계입니다. 다시 말하여 주체사상과 그에 의하여 밝혀진 혁명과 건설에 관한 리론과 방법의 전일적인 체계입니다.”

주체사상을 ‘사상, 리론, 방법의 전일적 체계’라고 규정한 것입니다. 이러한 넓은 의미의 주체사상이 바로 김일성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체사상의 ‘사상, 리론, 방법’ 중에서의 ‘사상’에 해당하는 것은 좁은 의미의 주체사상으로, ‘주체철학’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일성주의 연구실을 돌아보는 김정일(1974년 4월 10일) ⓒGetty Image

‘김일성주의’의 정식화가 중요한 이유는, 김정일이 1968년에 조직한 ‘4.15문학창작단’과의 대화에서 수령의 위대성을 잘 형상할 것을 당부하며, ‘위대성을 알아야 절대성이 나오고 신격화가 나온다’고 언급한 이후, ‘수령의 위대성, 절대성, 신격화’를 성취하였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선언이 바로 「2월19일선언」이기 때문입니다. ‘김일성주의’를 정식화 한 것은, 수령의 완전한 승리를 선언한 「5.25교시」의 뒤를 이어 ‘수령의 신격화’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가 모두 완료되었다는 선언이며, 이러한 배경에서 주체사상의 ‘신화’가 태동하게 된 것입니다. 

1974년의 「2월19일선언」이 발표되기 한 해 전인 1973년에 북한의 사회과학출판사는 ‘철학연구소 력사적 유물론 연구실’이 집필한 『혁명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창시하신 당의 유일사상체계를 세울데 대한 사상과 그 빛나는 구현』이라는 이론서를 발간하였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1974년의 「2월19일선언」 이전에 이미 ‘수령의 위대성, 절대성, 신격화’를 위한 준비작업이 상당한 정도로 진행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이론서는 “맑스-레닌주의 당의 통일단결은 그것이 당을 창건한 수령의 혁명사상에 기초하고 수령을 유일중심으로 할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으며 바로 그러한 통일단결만이 당의 유일사상체계확립의 혁명적 본질에 맞는 참다운 통일단결로 될 수 있다”고 주장하여 ‘수령’ 중심의 ‘통일단결’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령은 당을 비롯한 프로레타리아 독재체계에서 최고뇌수이며 심장이며 당과 계급, 대중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유일한 중심이다”고 하면서, “맑스-레닌주의 당과 로동계급과 인민대중의 운명은 전적으로 수령의 령도에 달려있으며 따라서 수령은 프로레타리아 독재체계에서 규제적인 최고의 령도적 지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수령’이 ‘당과 로동계급, 인민대중’의 ‘운명’을 책임지고 구원할 ‘구원자’라는 고백에 다름이 아니며, 바로 이러한 논리로 주체사상은 수령을 ‘신격화’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신격화’의 자리가 주체사상의 ‘신화’가 태동하는 자리가 되는 것입니다.

이 이론서는 “사람들의 사회정치적 생명, 혁명과 건설의 주인으로서의 생명은 자기나라 혁명의 최고뇌수인 수령에 의해서만 받을 수 있다. … 수령의 혁명사상은 사람들의 정치적 생명을 키우는 유일한 량식이다”라고 하면서, “우리 당과 우리 인민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우리 인민들에게 정치적 생명을 주시는 자애로운 어버이이시며 은인이시다.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의 혁명사상은 우리 인민들의 정치적 생명을 키워주고 고수하게 하는 유일한 량식이며 무기이다”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유한한 육체적 생명과 무한한 사회정치적 생명이 있는데, 영생하는 사회정치적 생명을 부여해주고 양육해주는 존재가 바로 ‘수령’이라는 일종의 신앙고백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우리에게 영생을 주시는 분을 그리스도이시라고 고백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생명의 양식을 주시는 분도 그리스도이시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고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때문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절대자’ 즉, ‘신’이라고 인정하게 됩니다. ‘하느님’이 아니고서는 우리를 구원할 수도,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실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늘 살펴본 북한의 이론서를 통하여, 주체사상의 ‘김일성주의’로의 정식화 이전부터 이미, 주체사상은 ‘수령’을 ‘영생의 부여자’이자 ‘생명의 양육자’로 고백하는 신념체계를 통해 수령을 ‘신격화’하였으며, 이러한 수령 신격화의 배경 속에서 주체사상의 ‘신화’가 태동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jungs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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