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본문을 담은 나사로 이야기는 마태복음 25장의 마지막 심판 비유와 짝을 이룹니다. 나사로를 무시하고 멸시하며 개돼지 취급한 부자는 사후에 지옥으로 옮겨지기도 하는 아랫 세상 하데스에서 생전에 겪어보지 못한 고통을 당합니다. 아마도 그가 아브라함 품에서 평화를 누리는 나사로 보았을 때 그의 고통은 뒤바뀐 처지 때문에 더욱 심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하늘에서 전복된 땅의 질서입니다. 약자를 편드는 하나님의 모습이 이렇게 극적으로 실현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약자 편에 서서 강자에게 말씀을 건네는 하나님이심을 기억해야 합니다.

곧 모든 사람의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에게 문제가 되는 사람은 자신과 달리 약자를 편들지 않는 사람이고, 이 범주에 강자들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대체로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마음의 귀가 없습니다.

▲ Fresco from Rila Monastery, Bulgaria ⓒGetty Image

부자는 아랫 세상에 가서야 비로소 깨달은듯 합니다. 그래서 그의 형제들이 자기와 같은 운명에 떨어지지 않도록 나사로를 보내 깨달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간구합니다. 이것은 불행하게도(?) 가능하지 않은 부탁이었습니다.

아랫 세상과 아브라함 품 사이의 건널 수 없는 간격이 듣는 것과 들을 수 없는 것 사이에도 있기 때문입니다. 모세와 예언자들을 통해 이미 주어진 말을 듣지 않는다면 죽은 자가 살아나 어떤 말을 할지라도 그 간격은 극복될 수 없습니다. 현재 주어진 말이 갖는 중요한 역할이고 의미입니다.

그러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은 무엇이고 또 복음은 무엇입니까? 하나님처럼 약자 편에 서서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를 마음으로 듣고 그에 따라 사는 사람을 하나님은 찾고 계십니다.

마음의 귀가 열려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고 그에 따라 몸이 움직여지는 행복한 오늘이기를.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보고 모든 어려움을 이기고 기뻐하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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