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서는 하나님 계시로서 하나님의 말씀인 동시에 인간의 말로 된 책이기도 하다. 그 성서가 이야기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빵의 세계이다. 특히 왕정체제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나라를 잃고 이방 땅에서 서글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책이다. ⓒGetty Image

오늘날 “성서를 읽고자 하는” 사람은 수 천 페이지로 구성된 한 권의 두꺼운 책 앞에 마주 서게 된다. 그러나 그 작품의 제목에 해당하는 “성서”는 독자들로 하여금 그것이 매우 상이한 여러 텍스트들이 비동시적으로 수집되었다는 사실을 잊게 하는 경향이 있다.

성서는 어떤 책인가

『롤랑의 노래』(The Song of Roland; 1150), 쥬엥빌(Joinville)의 『성 루이의 역사』(The History of Saint Louis; 1309), 『삐에르 드 롱사르의 시편』(The Poems of Pierre de Ronsard; 1550), 『몽떼뉴의 몇 가지 삽화』(1580), 루이 14세 시대의 법전 발췌와 나폴레옹 법전, 1968년(프랑스) 5월(혁명) 벽보, 그리고 쟝 뽈 사르트르의 에세이 등을 함께 엮은 것과 같이, 성서는 이와 유사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선집은 프랑스와 프랑스인들의 본성을 표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임에는 틀림 없지만, 독자는 누가 그리고 어떠한 목적으로 이러한 선택을 했는가를 반드시 묻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성서도 차례대로 또는 동시적으로 편집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성서를 읽기 전에 위에서 제기한 물음을 반드시 제기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성서에 대한 접근방식은 “물질주의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물질주의적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러한 인간의 “현실적인 활동성”, 즉 이 실천은 “특정한 생산에 있어서 주어진 기본 재료의 변화과정으로서, 다시 말해 특정한 인간의 노동에 의해 초래된 변화”로서 정의될 수 있다.(2) 이러한 생산과정을 통해서 (생산의 동인으로서의) 인간은 사회적 생산관계(생산수단의 소유형식 또는 생산물의 분배형식, 계급구조)로부터 규정된다. “이러한 생산관계의 관한 총체성은 이익사회의 경제적 구조를 형성한다.”(3) 그로부터 “사회의 각 시대의 경제적 구조는 언제나 법적이고 정치적인 제도들의 모든 상부구조 뿐만 아니라 종교적, 철학적 제도들과 그리고 그 외의 각각 역사적 시기의 사고양식들이 설명될 수 있는”(4) 현실적 토대를 형성한다.

정치적 차원은 생산 대행자들의 위치와 역할을 규정하는 여러 제도들(국가, 국가기구, 군대, 학교 등)을 통해서 특징지어진다. 이데올로기적 차원은 인간들이 생산의 법칙성으로부터 만들어낸 모든 이념들(표상들), 그리고 구체적인 생활양식으로 나타나는 이념들을 수단으로 하는 모든 행동양식들을 포괄한다. 우리는 계급사회에서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대부분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을 덧붙여서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다.(5)

이에 상응하는 우리는 <성서>를 구성하는 텍스트들로 이데올로기적 생산물로서 간주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과제는 어떠한 조건 하에서 성서의 텍스트들이 생산되었는가를 연구하는 것이다. 그 첫 단계에서는 상이한 성서 텍스트들의 “역사적” 내용이 개괄적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성서 각 책들의 역사적 개요

주전 1850년경 몇몇 셈족 계통의 유목민 집단들이 팔레스틴(후에 가나안이라고 불려졌다)에 출현했다. 이 시기를 반영하고 있는 문서들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은 “샘물의 노래”(민 21:17-18)와 같은 몇몇 단편들 뿐이다.(6)

약 6세기가 지난 후에, 주전 1250년경 소수의 셈족 지파들이 종살이 하던 이집트에서 탈출(또는 추방)하게 되었다.(7) 이 가운데 한 지파는 남쪽으로부터 가나안으로 들어왔으며, 브엘세바와 헤브론 지방에 정착했다. 또 다른 지파는 요르단 강을 건너서 세겜 주변의 북쪽 지방에 정착으로 이주했다.(8) 시간이 훨씬 지나서 그들은 그곳에 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북쪽 지파는 그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원주민들과 일종의 동맹을 맺었는데, 그 흔적은 <세겜 계약>(수 24장)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주전 11세기에 블레셋족들이 그 지방을 점령하게 되자, 그들의 이름을 따라 팔레스틴이라 불렀다. 철제무기와 군마로 무장한 블레셋은 강력한 군주국가의 형태를 이루었다. 블레셋 사람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셈족은 북쪽 지파 출신의 사울을 왕으로 세웠다. 주전 1030년에 사울은 침략 전쟁 도중 길보아산 아래에 있는 에즈르엘(Jezreel) 평야에서 퇴각하던 중 화살을 맞고 죽었다.(9) 그 후 남쪽 지파 출신인 다윗이 권력을 장악했다. 다윗은 처음에는 남쪽 유다의 왕으로 등극했으나, 그 후에 유다와 북쪽의 이스라엘(북쪽 지파)까지 장악했다. 다윗은 주전 1000년 예루살렘을 수도로 정하였다.

다윗의 여러 아들 중 솔로몬이 그의 왕위를 계승했다. 주전 950년경 솔로몬의 궁전에서 다윗의 계승에 관한 첫 번째 기록본이 누군가에 의해 편집되었는데, 이것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우리에게 전해 내려온다(삼하 9-30장, 왕상 1-2장).(10)

▲ 이 책의 번역자인 김명수 경성대 신학과 명예교수 ⓒGetty Image

우리는 다음 장에서 매우 상세하게 이 기본적인 텍스트들 다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지적해 둘 점이 있다. 텍스트 독해는 그 고유한 텍스들이 형성된 조건들을 다루고, 주석가들이 “야훼기자 문서자료층(약자로는 J)”이라고 부르는 텍스트들을 반드시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문서는 남지파와 북지파의 구전전승에 관한 <왕조편찬>인데, 그것은 솔로몬 왕조의 요굿에 의해서 수록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현대성서 번역판에서 이러한 J문서에 관한 원형을 찾아볼 수 없다. 이제 우리는 그 이류를 살펴볼 것이다. 그러나 주석가들의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우리는 그것을 거의 확실하게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의 성서 편집물들은 “이 텍스트 단편이 야훼문서 편자에 속한 것”이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를 간편하게 하기 위해 성서의 두 책인 창세기와 출애굽기로부터 “야훼문서”의 구절들을 다음에 소개하도록 하겠다.(11) 당신의 성서에 이 텍스트를 표시해 둔다면, 시간낭비는 아닐 것이다.

미셸 끌레브노/김명수  kmsi12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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