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듣는 사람은 예수를 따르려하는데 먼저 가족과 작별할 시간을 달라고 한 사람입니다.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예수의 답변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예수께서는 그 바로 앞에서 더 충격적으로 들릴 말씀을 하십니다. 그는 (그를 따르기 전에) 먼저 ‘가서’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게 해달라는 사람에게 ‘죽은 자들이 그들의 죽은 자들을’ 장사지내게 하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장사지낼 ‘죽은 자들’이 무슨 말인지 얼른 알기 어렵고 당혹스럽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신 까닭이 ‘가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라는 데 있기 때문에 그 말씀은 이 일이 그만큼 중요하고 그만큼 시급한 일임을 강조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 해도 당혹감은 쉽게 떨쳐치지 않습니다. ‘죽은 자들’은 무엇일까요? 이들을 ‘영적으로’ 죽은 자 운운하는 것은 쉬운 해결책처럼 들리지만 적절하지는 않습니다.

▲ 예수의 초정에 누구나 주저할 수 있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Wiki Commons

혹시 이를 문맥 속에서 읽으면 당혹감이 덜어질까요? 예수께서는 이 단락 첫머리에서 자기를 따르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자신은 여우나 새만도 못하게 머리둘 곳도 없다고 거절(?)하셨습니다. 위의 두 경우들은 이를 들었을(!) 다른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그러한 빈털털이 예수를 따르는 것은 희망도 없고 두렵기도 한 일일 것입니다. 이러한 실망과 두려움에 그들은 예수의 자리를 일단 떠나고 싶어했던 것은 아닐까요? 이 경우라면 예수의 말씀이 좀 심하다 해도 조금은 이해될 수는 있을 듯합니다.

예수께서는 그가 가는 것을 막지 않으십니다. 다만 ‘가는’ 목적을 바꾸라고 하십니다. 목적을 바꾸지 못하면 그 역시 ‘죽은 자들’에 속할까요? 만일 그렇다면 ‘죽은 자들’은 특정한 자들이 아니라 실망과 두려움 때문에 하나님 나라 선포 대신 장례 치르는 일을 선택하는 바로 그같은 류의 사람들을 가리킬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심으로써 그 어떤 명목으로라도 생명의 세계를 떠나지 말라고 하십니다. 가족을 떠나 예수를 따르려 하는 이에게 작별인사는 뒤에 남아 있을 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내지 예의일 것입니다. 이것이 세상에 대한 미련일까요?

그 자체로는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동기가 위와 같다면 그것은 쟁기를 잡고 주저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의 표현일 것입니다. 예수 때문에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 앞에서 이렇게 주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의 모든 것을 걸고 투신해야 하는 그 무엇이며, 그 나라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입니다.

십자가 위의 빈털털이 예수에게서 하나님 나라를 보는 오늘이기를. 자기를 비운 예수에게서 실망 대신 희망을, 두려움 대신 용기를 얻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