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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같은 성인의 다스림”도덕경과 마가복음을 묵상하면서 66
이병일 목사(광주무등교회) | 승인 2019.04.08 19:02
“강과 바다가 모든 계곡의 왕이 되는 도리는 그들의 아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능히 모든 계곡의 왕이 된다. 이럼으로써 성인은 백성 위에 있고자 하면 반드시 말로써 그들의 아래에 있고, 백성 앞에 서고자 하면 반드시 몸으로써 그들의 뒤에 선다. 이럼으로써 성인이 위에 있어도 백성이 무거워하지 않고, 앞에 있어도 백성이 해를 입지 않는다. 이럼으로서 천하는 즐거이 변화하지만 싫어하지 않으니 싸우지 않는다. 그러므로 천하는 능히 더불어 싸우지 않는다.”
- 노자, 『도덕경』, 66장
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 以其善下之, 故能爲百谷王. 是以(聖人之)欲上民 必以言下之, 欲先民 必以身後之, 是以聖人處上而民不重, 處前而民不害. 是以天下樂推而不厭, 以其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지식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 인의나 예법으로 인민을 다스리는 것은 나라의 적이라고 노자는 말했다. 그러면 노자가 모범으로 삼고 있는 성인(聖人)은 어떻게 나라와 인민을 대했는가? 노자는 강과 바다와 계곡에 있는 물에 비유하면서 성인의 정치를 설명하고 있다.

성인은 인민의 아래에 처하고 인민의 뒤에 선다. 그러면 성인이 위에 있어도 인민은 무거워 하지 않고, 앞에 있어도 인민이 해를 입지 않는다. 이 얼마나 기특한 말인가?

독재자들은 인민 위에 군림하고, 인민들은 그가 위에 있는 동안에 억압에 기가 눌려 허덕인다. 그러나 독재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이 인민이다. 그래서 그들은 인민 앞에 나서기 위해서는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 철통같은 경호를 해야 한다.

그러나 성인은 바다와 같다. 바다가 큰 이유는 포용력이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는 온 갓 강에서 흘러드는 물이 모여든다. 바다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찬물 뜨거운 물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크게 되는 것이다.

인간사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에게 조금 이롭다고 사귀고, 조금 감정을 상하게 했다고 떠나면 결국에 자신의 옆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 바다는 강물이 싱겁다고 차별하지 않는다.

ⓒGetty Image

자신의 품에서 짜게 만든다. 강물은 자신의 개성을 잃어버린다. 그래도 강물은 바다로 몰려든다. 그것은 바다가 스스로 자신을 낮추기 때문이다. 천하가, 자연이 변화하면서 다투지 않는 것처럼.

밀물로 몰려드는 사람들과
썰물로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
해변은 언제나
만남이 되고
사랑이 되고
이별이 되어 왔다.

똑같은 곳에서
누구는 감격하고
누구는 슬퍼하고
누구는 떠나는가?

감격처럼 다가와서는
절망으로 부서지는 파도

누군가 말하여 주지 않아도
바다는
언제나 거기 그대로 살아 있다.
- 용혜원, “바다는”

남의 위에 서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힘과 권력, 돈으로 남의 위에 선다. 그러나 이런 자리는 항상 위협을 받는다. 언제 자신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 자신을 거꾸러뜨릴지 모른다. 그리고 자신이 거꾸러지면 자신을 따르던 사람들은 그를 멸시하게 된다.

그러나 성인은 스스로 낮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렇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그를 추대한다. 그리고 그와 다투지 않는다. 왜냐햐면 그는 항상 자리에서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다른 사람이 하고 싶어 하면 자리를 비워준다.

자리가, 권위가 무엇인가. 부정부패를 하지 않는다면 그 보다 힘든 자리도 없다. 그는 항상 물러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는 바다로 남는다. 강물이고자 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으뜸이 되고자 하면 종이 되어야 하고, 위에 있고자 하면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의 섬김은 섬김을 받는 사람보다 내가 잘 나서도 아니고, 내가 남는 힘이 있어서도 아니다. 베풂은 내가 우월하거나 많이 가졌다고 생각하면서 시혜적 차원의 일이고, 나눔은 평등한 관계에서 서로를 돕는 일이다.

그러나 섬김은 내가 스스로 종이 되어 기꺼이 나를 희생하고 포기하는 일이다. 이름 없는 한 여인이 예수님의 머리에 기름을 붓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에서 이름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그녀의 이름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복음서에서 연약하고 소외받던 여인이나 아이들의 이름이 생략되어 있다. 마가복음에서 굳이 그녀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은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도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또한 어떤 일을 하면서 꼭 자기의 이름을 알리려고 하는 것을 경계한다.

“예수님의 머리에 향유를 부은 한 여인의 행동은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서 위임받는 즉위의식(coronation)을 연상시킵니다. 이 사건의 이야기는 다윗적 메시아사상을 반박하면서 뒤틀고 있습니다. “성전이 아닌 예루살렘 성전과 마주 한 올리브산 베다니의 집에서 기름부음을 받습니다. 집권층의 권력 승계와는 무관한 소외 계층인 문둥병자의 집에서 기름부음을 받습니다. 대제사장이 아닌 당시 사회에서 주변화된 여인이 기름 붓습니다. 기름부음을 통해서 특권이나 지배권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례가 준비됩니다.”<켈버>
예수님의 남성 제자들이 예수님의 길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극구 만류하던 상황에서 이 여인의 행동은 수난당하는 메시아로서의 예수님의 길을 예비하는 예언자의 일이었습니다. 세 번에 걸쳐서 수난을 예고한 그 예수님이 바로 메시아임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서 선포한 사람은 바로 이 이름 없는 여인입니다. 이름 없는 한 여인의 행동이지만, 예수님은 이 일이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기억될 것임을 분명하게 말합니다. 아낌없이 자신의 것을 예수님을 위하여 바치는 이 여인의 헌신은 값 비싼 향유를 부었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손님 접대를 위하여 기름을 부은 것도 아닙니다. 헌신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위하여 헌신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 여인의 헌신은 예수님이 걸어갈 길을 잘 알고 그 길을 열어준 사실에 있습니다. 아무도 예수님의 죽음을 원하지도 않았고 준비하지도 못할 때에 예수님의 죽음을 준비하고 장례를 위하여 행한 아름다운 일입니다.”
- 이병일, 『미친 예수』(서울: 도서출판 밥북, 2017), “기억하자, 한 여인을” 중에서

이병일 목사(광주무등교회)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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