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학술 칼럼
“다툼이 없는 덕” - 不爭之德도덕경과 마가복음을 묵상하면서 68
이병일 목사(광주무등교회) | 승인 2019.04.22 19:40
“선비로서 잘 행하는 자는 무기를 쓰지 않고, 싸움을 잘 하는 자는 성내지 않고, 적을 잘 이기는 자는 마주쳐 겨루지 않고, 사람을 잘 쓰는 자는 그 아래가 된다. 이를 일컬어 다툼이 없는 덕이라 하고, 이를 일컬어 사람을 잘 쓰는 힘이라 하고 이를 일컬어 옛 하늘과 짝하는 자리라고 말한다.”
- 노자, 『도덕경』 68장
善爲士者不武, 善戰者不怒, 善勝敵者不與, 善用人者爲之下, 是謂不爭之德, 是謂用人(之力), 是謂(配)天, 古之極

무위의 다스림은 결코 연약하거나 수동적이지 않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행동하여 전쟁에서 적을 이기고, 정치에서 사람을 잘 등용하고 잘 다스린다. 그 방법이 다른 백가들과 다를 뿐이다.

스스로 강하거나 높아지려 하지 않고, 약함과 낮음의 길이 오래 가는 길임을 강조한다. 특히 백성을 잘 다스리는 정치는 함부로 인위적인 수단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인민들의 아래에 서서 인민과 싸우지 않는다.

ⓒGetty Image

이러한 삶의 태도와 다스림의 방편은 예로부터 있어 왔지만, 나라가 커지고 경쟁이 가열되면서 자연과 하늘의 도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정치는 다툼이 없는 덕이고, 사람을 잘 쓰는 힘이고, 이러한 다스림은 하늘과 짝하는 길이다.

말하기는 쉬워도
산다는 것은 만만치 않습니다
저만치 앞서 간 말들이
부끄러운 화살이 되어 되돌아와
아 안타깝게도
당신을 향한 내 붉은 심장에 박힙니다
나는 피를 흘리며
아니라고 하면서 나도 모르게
당신을 원망합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또 얼마나 많은 허튼 말을 하게 될까
두렵습니다
내 심장이 터지는 것도 아프지만
당신을 탓하는 내 마음이
너무 싫습니다
별빛같이 그리움이 반짝이는 시간
어둠이 나를 에워싸더라도
부디 내가 외롭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 이수호, “오해”

인간의 역사에서 정말로 사람을 움직이고 오래 가는 것은 무엇일까? 노자는 군림하는 것보다는 아래에서 섬기는 것, 다투는 것보다는 겨루지 않는 것, 싸움을 일으키려고 성내지 않는 것이 예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오래 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예수님으로부터 시작된 주의만찬은 이러한 길을 상징하고 있다.

주의만찬은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으로부터 유래된 것으로서, 예수님이 친히 그것으로 해방(구원)을 향한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 주었다. 주의만찬은 자기의 온 몸을 희생하여 뭇 생명들의 죽음을 대신하겠다는 예수님의 삶에서 시작되었다. 성서에서는 주의만찬이 교회에서 행하는 공동식사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식탁이다.

주의만찬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예수님의 이야기에서도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은 벽을 허물고 나눔을 강조한다. 따라서 예수님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기억하고 그의 길을 따르려는 사람들은 이 식탁에 참여할 수 있다.

“예수님의 피와 살을 취하는 상징으로써의 주의만찬이 의미하는 것 중에 하나는 주의만찬을 통하여 예수님을 기억함으로써 예수님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걸었던 길을 따르는 의지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모든 생명을 살리기 위한 하늘의 밥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삶을 더듬어 찾으며 닮으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또한 모인 사람들끼리 서로를 배려함으로써 이루어 가는 공동체의 평화입니다. 공동체 안에서의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다름으로 인해서 유익이 아니라 해를 끼쳐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를 돌아보고 살피며, 서로를 배려해야 합니다. 그것은 함께 먹고 마심을 통하여 나눔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주의만찬이라는 예전 속에는 먹고 마심의 공동식사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식을 행할 때에는 공동식사의 의미를, 먹고 마실 때에는 주의만찬의 의미를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주의만찬을 행할 때에는 그것을 너무 신비화 하여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지 말고, 일상에서 밥을 나누는 것처럼 생동감과 생명을 향한 예수님의 삶을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공동식사를 행할 때에는, 즉 무엇이든 먹고 마실 때에는 아무렇게나 하지 말고, 예수님의 삶과 죽음을 통하여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생명을 어떻게 가꾸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공동식사는 주의만찬처럼, 주의만찬은 공동식사처럼.”
- 이병일, 『미친 예수』(서울: 도서출판 밥북, 2017), “하느님 나라에서 새로운 것을 마실 그 날까지” 중에서

이병일 목사(광주무등교회)  dotorikey@yahoo.co.kr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병일 목사(광주무등교회)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19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