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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와 교회의 일상이 강남역강남역 혐오범죄 3주기 추모예배 열려
김준표 | 승인 2019.05.17 16:45

해가 길어져 빛의 잔상이 남아있던 저녁7시30분, 대한문에서는 의미 있는 연합예배가 열렸다. 여러 기독교 단체가 3년 전 여성혐오 범죄로 죽임당한 이를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이 사회에 여전히 계속되는 여성혐오와 성폭력을 고발하고, 특별히 교회 성폭력의 공동체적 해결을 다짐하는 예배였다.

참여단체 중에는 사회와 교회 속에 존재하는 여성문제를 공부하고 그 해결을 위해 실천하는 청년모임들 뿐 아니라, 감리교신학대학, 한신대학교 신학대학, 장로회신학대 학생들, 서울YWCA, 촛불교회, 향린교회 성정의 위원회, NCCK여성위원회 등이 함께했다.

한국사회와 교회 일상이 강남역

예배는 강남역 이후에도 계속되는 죽음 앞에, 교회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성폭력, 차별, 혐오 앞에 방관하며 외면했던 모습을 회개하는 기도로 시작되었다.

먼저 임지희(감리교신학대학교 총대학원 여학생회) 학생은 ‘여성혐오범죄 피해자를 생각하는 기도’를 드렸다. 임지희 학생은 “여성들에게 집, 직장, 학교, 일상의 모든 곳은 강남역”이라며 “이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의 우월함을 확인시켜주는 존재로 규정되고, 남성의 욕망을 위해 희생이 정당화되며, 혐오폭력을 당한 후에도 잘못을 추궁당한다.”고 고발했다.

▲ 추모예배 성찬식을 순서를 맡은 NCCK 여성위원회 민숙희 위원장(사진 왼쪽)과 성정의실현을 위한 기장 교역자모임 김모란 목사. ⓒ김준표

또한 “이러한 폭력과 차별을 방조하고 묵인하는 사회의 분위기는 더욱 여성들을 억압하고, 배제해 왔다.”고 지적했다. “여성혐오범죄로 희생된 이들이 고통과 슬픔이 없는 주님 품에서 평안히 쉬게 하여 주십시오. 삶이 깨어진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빛을 비추시고, 함께하여 주십시오.”라고 마무리했다.
 
이어 박해린(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 청년은 ‘교회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기도’에서 “지금 한국교회는 가부장성에 물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각자가 주체적으로 살아내야 하는 신앙은 잊은 채 (남성)목회자의 리더십에 의존해 교회를 구성하고 신앙을 추구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박해린 청년은 “이제는 교회가 가해자를 옹호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성폭력이 발생하는 고리를 끊고 피해자의 존엄을 보장하는 공동체로 거듭나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마지막으로 박세론(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여학우회) 학생은 ‘교회성폭력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 정의로운 회복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 박세론 학생은 “교회 안에서 성폭력이 쉽게 자행될 수밖에 없는 남성중심적, 가부장적인 문화를 바꿔낼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며 “함께 책임지는 교회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교회가 다시 사회에 예수 그리스도를 전할 수 있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주여, 정의를 비처럼 내려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

착잡한 심정을 대변한 노래

기도에 이어 특별한 순서가 참석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랩과 선율에 담아 노래를 만든 ‘호락’이 예배 참여자들에게 직접 노래를 들려주었다. ‘원래 그런 거야’라는 곡에는 이런 가사가 담겨 있었다.

남자의 욕구와 본능은 억제할 수 없대
남잔 원래 그리 태어난 애 아니면 개래
아무리 미투 터짐 뭐해
무조건 꽃뱀프레임 정치공작으로 몰잖아
세상은 바뀌는데 낡은 패러다임 고수하는 꼰대
갇힌 우물안 개구리는 살아남지 못해
‘너 피해의식 있어’ 한마디로 정리하지마
난 단지 피해를 의식하고 있을 뿐이야

한국 사회와 교회의 남성중심성과 폭력, 그리고 미투마저도 왜곡되는 현상을 적나라 하게 폭로하고 비판한 노래였다. 노래 가사가 담고 있는 한국 교회와 사회 현실에 대해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참석자들을 더욱 착잡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현실이 돌파되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시간이기도 했다.

현실의 저항 만만치 않아

▲ 추모예배 참석자들이 제단을 향해 놓여진 천 위에 양초를 한국사회와 교회에 더 이상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염원했다. ⓒ김준표

공연에 이어 조은화 목사(향린공동체 성정의위원회)는 “정의를 뿌리고 사랑의 열매를 거두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이었다. 조 목사는 호세아서 10장12절의 말씀을 통해, 호세아 예언자가 북이스라엘이 멸망하기 전 타락한 지도층들과 고통받는 민중들에게 외쳤던 것처럼, 이 시대 또한 단순히 썩은 나무만 뽑을 게 아니라, 묵은 땅을 갈아엎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대라고 주장했다. 정의와 사랑의 열매를 맺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변화의 길을 가야 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조 목사는 “돌을 멀리 보내고 싶을 땐 돌에 대한 저항이 있다.”며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이들이 맞닿뜨리고 있는 모습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어진 성찬식에서는 예배참석자들이 각자 가지고 있던 양초를 가운데 제단을 향해 놓여진 천 위에 놓고 떡과 잔을 받았다. 참석자들은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고 사랑과 평등의 하나님 나라를 만들기 위한 각자의 다짐을 공동체의 힘으로 모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준표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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