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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이 아닌 자유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을 만나다발달장애인 장혜정 작가의 전시회
권이민수 | 승인 2019.05.17 19:06

신체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 3자의 도움이 없으면 활동하기 힘든 사람들을 ‘중증장애인’이라고 한다. 또한 병으로 인해 특히 뇌의 성장이 느린 사람들을 ‘발달장애인’이라고 한다. 발달장애인도 중증장애인의 범주에서 사고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장애인 거주 시설을 사이에 둔 갈등

이러한 장애인들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거주할 수 없을 때 일정 공간에서 생활하는 곳을 ‘장애인 거주 시설’이라고 한다. 대부분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이 70-80%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문제는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발생하는 각종 신체 폭력이나 성폭력이 사회의 문제로 등장한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 18년만에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던 2년 동안 만든 작품으로 첫 개인전을 연 장혜정 작가 ⓒ권이민수

장애인 인권 단체들은 이러한 장애인 거주 시설을 ‘죽음의 수용소’라고 주장하며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지차체는 예산을 이유 삼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거주 시설을 운영하는 협회와 장애인 인권 단체 간의 갈등도 만만치 않아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여기에 장애인이 가족 구원성인 가정에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장애인들을 장애인 거주 시설로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도 존재한다. 한 작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수면 위로 다시금 떠오른 장애인 거주 시설 문제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 가족 구성원인 가정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중증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이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가족 구성원의 “희생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 거주 시설에 가족 구성원이 입소해 있는 가정은 죄인된 심정으로 삶을 살아가기도 하고, 아예 인연 자체를 끊기도 한다. 장애인 거주 시설 입소 후에는 누구도 찾아가지 않는 것도 한 사실이다. 나이나 병으로 인한 죽음에도 누구 하나 돌보지 않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현실이다.

장애인 당사자의 의지와 전혀 무관하게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평생을 스스로가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활동하는 자유없이 살아가는 것이 한편 장애인들의 삶이다. 장애인 거주 시설을 나와, 장애인 인권 단체에서는 이것을 탈시설이라고 하는데, 지역사회에 살고자 하는 꿈 아닌 꿈이 있더라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번번히 실패하는 것도 장애인들의 삶이다. 탈시설 하고자 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탈시설을 돕는 장애인 인권 단체들과 시설들과의 갈등은 종종 폭력 사태로도 나타날 정도이다.

탈시설, 그리고 시작된 작품 활동

그런데 가족 구성원이 직접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을 탈시설 하도록 돕고 장애인 당사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조력하는 모습은 어떨까.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이런 꿈같은 현실이 실제로 이루어진 모습을 발견했다. 바로 장혜영·장혜정 자매이다.

언니되는 장혜영 님이 발달장애로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생활하던 동생 장혜정 님을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탈시설을 돕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여기에 그간의 작품들을 모아 전시회 또한 개최했다. 어느 한편에서 보면 정말 꿈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장혜정 작가의 첫 개인전이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갤러리 ‘레인보우큐브’에서 개최되었다. 장혜정 작가의 첫 개인전 제목은 ‘너의 궁금한 정원 how your gorden grows’로 2019년 5월 11일부터 시작해 17일에 막을 내렸다. 크지 않은 전시 공간이지만 많은 이들이 장혜정 작가의 작품을 찾았다.

장혜정 작가는 발달 장애인으로 13살이 될 무렵부터 30살이 될 때까지 총 18년간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생활했다. 그 시간은 그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느껴왔는지 질문조차 던져지지 않은 채 ‘아무 생각도 감정도 없는 존재’, ‘아무 것도 모르는 존재’로 치부된 시간이었다. 하지만 장 작가는 “복수의 칼 대신 미술 도구를 손에 쥐었다.”

장혜정 작가의 작품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전시회가 진행 중이던 15일 찾아간 레이보우큐브 갤러리는 오래된 양옥집이었다. 총 다섯 개의 방으로 꾸며진 전시실에는 인물화가 전시된 방, 아크릴화로 꾸며진 방, 커피콩와 커피잔을 그린 그림으로 가득한 방, 영상실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취재를 위해 방문했을 때 장혜정 작가는 열정적으로 작품활동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그 대신 작가의 작품 활동을 곁에서 지켜보고 작가의 작품전을 기획한 기획자 장혜영 님을 만났다. 장혜영 기획자는 ‘할 수 있음’과 ‘할 수 없음’에 갇힌 장애에 대한 편견 속에서 비장애인들은 정말 장혜정 작가의 그림을 볼 수 있는지를 묻게 된다고 했다. 비장애인들은 정말 그 그림을 볼 수 있는 것일까?

장애에 대한 몰이해 속에서 함부로 장애 예술을 규정하는 사회를 향해 장혜정 작가의 작품들은 그간 비장애인들이 애써 눈감아왔던 세상을 다시 보게 한다. 그리고 그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드러날 장혜정 작가의 세상을 비장애인들은 기대해볼만 하다.

▲ 동생 장혜정 님이 장애인 거주 시설에 나와 지역사회에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전시회를 기획한 언니 장혜영 님 ⓒ권이민수

아래는 장혜영 님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자기 소개를 먼저 부탁드립니다.

저는 “생각 많은 둘째 언니” 유투브를 운영하는 유투버이고, ‘어른이 되면’ 다큐멘터리와 동일한 제목의 책의 저자입니다. 여기 전시회에서는 장혜정 작가의 개인전을 기획한 기획자 ‘장혜영’입니다.

▲ 기획자 장혜영으로써 장혜정 작가의 ‘너의 궁금한 정원 how your gorden grows’이라는 제목의 작품전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단순하게 먼저 장혜정 작가의 좋은 그림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그림을 보여주는 게 아니었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이 그림을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너의 궁금한 정원 how your gorden grows’라는 제목은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요. 작가의 작품 활동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 커피처럼, 저는 작가의 작품 세계가 생활 세계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정원처럼요.

무언가가 성장하고 자라는 정원, 하지만 잘 관리 되고 가꿔진 정원이라기보다 자연스럽게 자기 멋대로 자라는데 그래서 굉장히 아름다운 정원인겁니다. 또 지금 살고 있는 장소의 이름에 정원이 들어가기도 하구요. 그래서 여러 의미로써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정원입니다.

▲ 그렇지 않아도 작품에 커피그림이 많던데요.

제가 작가가 아닌 기획자이기에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거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작가에게 굉장히 중요하고 소중한 거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어요. 그림을 보면 색채나 형태가 점점 발전되어 가는 과정이 재미있는 거 같습니다.

작가는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말이나 글을 가지고 자기 작품을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운 지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로 전달한다고 해서 잘 전달되는 것일까요?

저는 이 점에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그림에 이미 충분히 녹여 냈다고 생각이 듭니다.

▲ 인물화도 많던데 인물화는 작가의 자화상인 건가요?

자화상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물어보면 그때 그때 달라져요. 저는 그 해석을 보는 사람에 맡기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평소 작품 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여기에 있는 작품들은 2년 정도의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작품들입니다. 장혜정 작가는 13살부터 30살까지 시설에서 계속 살고 있었습니다. 그 시간동안 시설에서 작품 활동을 했는지는 남아있는 작품도 없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어서 알 수 없습니다.

탈시설 후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전시회엔 연대기적으로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작품 활동은 어느 순간부터 하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살면서 처음엔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가족들이 미술을 좋아했다는 점을 기억하고 화구를 준비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날 그림을 그리고 있더군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작품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첫 번째 방의 작품들인 텍스트와 함께 배치한 인물화들을 그렸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그림들은 일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장혜정 작가에게 중요한 요소들을 기록한다는 느낌이었어요.

그 후에 그림을 좋아하는 거 같아서 미술 수업을 8개월 정도 느슨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써보지 못한 재료들을 사용하고 선생님이 어시스트도 해주었죠. 그랬더니 작품 활동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면서 세 번째 방에 많이 등장하는 커피콩과 커피가 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들을 상상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네 번째 방에 영상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 앞으로의 작품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이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것이 많은데 처음엔 이 그림이 가진 오롯이 작품으로써의 가치를 깨닫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나면서 작품들이 쌓이고 정리하면서 쭉 보니 이 안에 명확한 작품으로써 경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체로 주목받아도 좋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그림을 보고 이 그림의 의미와 중요함에 대해서 같이 생각해보면 훨씬 풍부한 이야기가 나올꺼 같다, 라는 생각에 이번에 첫 선을 보이게 된 것이죠.

장혜정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지금도 그리고 있구요. 쉼없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장혜정 작가의 삶에서 시설에서 18년은 중요합니다. 자유가 허용되지 않은 경험, 인간으로써 큰 경험이 있지요. 그렇기에 사회와 상호작용하고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인간의 존재를 표현하는 기회를 갖지 못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그것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고 이게 기분이 좋구나 하는 것을 작가가 느끼고 있어요.

이 경험이 이 후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전시회를 진행할 예정이예요.

▲ 장혜정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레이보우큐브 갤러리 전경 ⓒ권이민수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우리는 작가의 그림을 어떻게 봐야하는지 알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 중요한거 같습니다. 장애 예술은 비장애인 관람객이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함정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단적으로 사회가 장애 예술을 접할 때 예술로 보는 게 아니라 장애를 먼저보고 장애를 훨씬 더 크게 보는 관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야 최대한 그것을 희석해서 작품을 작품자체로 즐길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항상 있어요. 왜냐하면 작가의 작품이 정말 좋으니까요. 이 세계는 장혜정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세계이고 저는 이게 가치 있고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전시회를 기획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걱정과 논쟁점이 항상 있습니다. 그림 자체의 중요성을 보지 못하고 장애가 있음에도 이렇게 했어, 장애인도 할 수 있어,와 같은 종류의 관점들이랑 저는 계속해서 싸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끝 차이인 거 같습니다.

장애를 빼고 장혜정의 그림을 말한다면 그것도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장애가 부끄럽거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저는 장혜정 작가 가진 발달 장애와 시설에서의 경험은 이 작가의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아이덴티티만으로 이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기에는 이 작품은 훨씬 더 훌륭한 이미지 자체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죠. 이 사실을 사람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활동할거예요. 그러니 모두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권이민수  simin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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