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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상숭배자가 될까(에스겔 8:1-18)천천히 걷자
여상범 목사(제주신흥교회) | 승인 2019.05.24 14:13

여호야긴과 함께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 온 지 여섯째 되는 해에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찾아온 유다의 지도자들에게 에스겔이 자신이 본 환상을 전합니다. 그 환상은 예루살렘에서 행해졌던 네 종류의 우상숭배에 관한 목격담의 형태로 주어졌습니다. 성전 북문 어귀에 세운 우상, 성전 안에 그려진 그림들, 담무스를 위해 통곡하는 여인들, 동쪽에서 행해진 태양신 숭배가 그 네 가지입니다.

그중에 첫 번째인 ‘북문 근처에 세워진 우상’은 므낫세 왕이 세운 아세라 상인 것으로 봅니다(왕하21:7). 아세라 상이 성전 안에 세워졌다는 사실은 깜짝 놀랄만한 역사입니다. 아무리 우상숭배가 극에 달했다고 하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용납될 수 있었을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쿤틸렛 아주르에서 발견된 토기 몸체에 ‘사마리아와 그의 아세라를 위하여’라는 고대 히브리어와 그 아래로 두 마리의 소 형상과, 그 옆으로 한 여인이 의자에 앉아 악기를 연주하는 그림. 학자들에 의하면 서 있는 두 인물들이 야훼와 아세라를 가리키거나 수금 연주자가 아세라를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Getty Image

아세라는 여신인데 아스다롯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바알과 짝을 이루어 숭배될 때는 제단 곁을 지키는 나무 조각상으로 세워집니다. 이것이 성전에 세워진 아세라상의 의미를 가늠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즉, 우상숭배자들이 바알의 아내였던 아세라를 야훼 하나님의 아내로 바꾸어서 숭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고대의 일반적인 역사에서는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지만, 유일신 사상을 절대적인 것으로 알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나님에게도 아내, 혹은 조력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하나님께서 알파와 오메가가 되시는 존재이며, 천지의 주재이시고, 만물의 섭리를 주관하는 분이라는 믿음이 익숙하지만, 고대인들에게 혼자 모든 것을 다 하는 신은 낯선 신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님이 ‘왕의 왕, 주의 주’라고 할지라도 그분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으니, 그분을 섬기는 다른 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일상에서 겪는 여러 잡다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는 어머니 같은 신이 필요했을 수 있습니다.

에스겔은 이런 생각과 행동이 용서받을 수 없는 죄가 된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합니다. 모든 우상숭배는 실천 지향적인 믿음이 아닌 기복적 신앙을 부추기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자가 반드시 지키고 따라야 할 말씀, 곧 공의의 법을 섬기는 일에 집중하기보다, 현실적인 애로사항들을 주술적인 기도로 풀려고 하는 신앙에 몰두하게 하는 것이 우상숭배이기 때문입니다.

복을 빌고, 현실적으로 닥친 문제들에 대한 도움을 하나님께 구하는 일 자체가 잘못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믿음이야말로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분임을 증언하게 하는 믿음이 됩니다. 하지만 거기에만 매달려서 본질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현세에서 일이 술술 잘 풀리고, 만사형통하더라도 하나님의 공의의 말씀을 외면하는 사람은 우상숭배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현세에서 겪는 흥망성쇠로 인해 일희일비 하지 말고, 하나님의 나라를 향한 소망으로 말미암아 참된 기쁨을 얻는 것이 참된 성도가 아닌가 합니다.

여상범 목사(제주신흥교회)  uptig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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