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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스스로 어떤 종교가 되어야 할지를 고민해 달라”한채윤 퀴어퍼레이드 기획단장을 만나다
이정훈 | 승인 2019.06.01 01:09

성소수자들의 최대 축제인 퀴어퍼레이드를 하루 앞둔 서울시청광장에 특별한 부스 행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러한 소식을 듣고 본격적인 행사 진행 중에는 인터뷰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 시간보다 일찍 부스가 차려진 시청광장에 도착했을 무렵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70여개가 넘게 차려진 부스 주위로 경찰의 보호 펜스가 빼곡히 감싸고 있어 긴장마저 감돌기도 했다.

▲ 퀴어퍼레이드 사전 행사로 마련된 부스 행사장 주위는 경찰이 세워놓은 보호 펜스로 둘러처져 있었다. 긴강잠마저 감돌았다. ⓒ이정훈

이러한 긴장감의 원인은 펜스가 일차적이기도 했지만, 부스 맞은 편 도로에 어느 개신교 단체 소속인지 모를 방송용 대형 차량 두 대와 “귀퍼 축제 척결”이라는 플랑이 붙은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척결’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오싹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행사장 안으로 진입할 무렵, 빨간색 모자를 쓴 80대로 보이는 한 분은 자신을 “3성 장군을 지낸 기독교”이라고 소개하며 행사 준비에 바쁜 활동가들과 경찰들에게 행사장 철거를 주장해 한참을 실랑이를 벌였다.

이러한 모습들을 뒤로한채 퀴어퍼레이드 한채윤 기획단장을 만나기 위해 행사 본부 부스를 찾았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기자를 만나러 온 한 단장의 모습은 마치 영화에는 등장할 법한 강한 인상을 남겨 주었다. 그렇게 만난 한 단장에게 건넨 첫 질문은 큰 규모의 부스 행사의 의미였다.

핑크닷, 차별과 혐오 속에 연대를 확인하는 부스 행사

이번 부스 행사에 대해 한 단장은 ‘핑크닷’이라고 소개했다. “퀴어문화축제 20회 기념 특별 이벤트”라는 것이다. 본격적인 퀴어퍼레이드를 앞두고 이번에는 개막식이 아니라 특별한 행사로 핑크닷 부스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 단장의 설명에 따르면 핑크닷 부스 행사는 싱가폴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특히 싱가포르에서 핑크닷 부스 행사가 시작된 것은 행진 자체가 금지된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스를 마련하고 서로간의 연대를 확인하기 위해서 시작된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2009년부터 시작된 핑크닷 부스 행사는 다른 나라에서도 “굉장히 좋은 행사”로 알려져 “지금은 대만, 일본, 홍콩, 영국, 캐나다에서도 진행하고 있다”며 “런던 핑크닷, 오키나와 핑크닷” 등으로 불리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소식을 일찍이 접한 퀴어퍼레이드 주관 단체들이 모여 “서울에서도 한번 해보자”는 의기를 투합해 “특별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그럼 이 핑크닷을 통해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 단장은 “핑크닷의 포인트는 성적 소수자 인권을 지지한다라는 사회변화를 촉구”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람들이 공원에 일년에 하루, 똑같은 마음이라고 하며, 드레스코드나 핑크 색깔이 들어간 무엇이든지 가지고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이야기 나누는 것”이 제일 첫 번째 목적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사회 변화를 촉구하며 동시에 불을 켜게 되요. 그리고 불을 켜게 되면 위에서 그 모습을 찍으면 정말 분홍색 점이 하나 크게 만들어 지는 거에요. 이 점이 점점 매년 행사할 때마다 커지는 거죠. 그것만 봐도, ‘아, 사회가 변하고 있구나,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구나’를 알 수 있어요. 사실 퍼레이드를 할 수 없어서 만들어진 행사이긴 한데, 퍼레이드를 하는 나라에서도 이 핑크닷을 동시에 하기도 해요. 어쨌든 퀴어퍼레이드 행진이 좀 힘든 분들도 계시고 야간행사이고, 불을 켠다고 하는 재미난 이벤트도 있고 매회 그런것들이 상징적인 하나의 이미지 컷으로 남게 되니까. 그런걸 다같이 우리가 더 큰 점을 만든다라는 참가자들의 의미도 있고 해서요.”

다양한 부스 행사 단체들, 기업에서부터 대사관까지
 
언뜻 보기에도 꽤 많은 부스가 보여 부스를 차린 단체들은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기자의 머리를 스쳤다. 또한 부스를 통해서 무엇을 하게 되는 걸까?

▲ 퀴어퍼레이드 한채윤 기획단장은 기독교의 외부에서 기독교를 사유하는 사람이었다. ⓒ이정훈

“부스 프로그램은 굉장히 다양해요. 부스 운영하는 단체들 자체도 오늘 한 서른개쯤 되고, 내일은 72개정도 되거든요. 그 부스 운영하는곳에는 인권단체, 인권단체도 여성, 노동, 시민운동 등 다양하게 있고 성소수자 단체들, 대사관, 국가인권위원회, 기업부스도. 특히 기업이 운영하는 부스는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한다는 뜻에서 회사 직원분들이 자발적으로 퀴어축제에 참여하고 싶다고 해서 운영하시는 거에요. 굉장이 다양해요.”

이러한 한 단장의 대답에 기자의 귀를 울리는 흥미로운 말이 들렸다. “대사관”에서도 부스를 마련한다는 것.

“2015년도부터 대사관이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서 부스를 운영하고 있고요. 제일 많이 참여했을 때가 16개국이었어요. 올해도 한 그정도쯤 됩니다.”

기쁨과 해방의 행진, 4.5km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중 부스 행사장을 찾았을 때의 장면들이 떠올라 물었다. “제가 오면서 쫙 봤는데 펜스도 쳐놓고 바깥에는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대형 방송용 차량도 두 대나 있고, 약간 오싹한 문구가 적힌 플랑이 걸린 차량도 보이고, 저는 사실 긴장감이 느껴지더라구요. 안에 있으면서 그런건 안 느껴지시나요?”

기자의 자못 긴 질문에 한 단장의 대답은 단호하고 짧았다. “아니요. 아늑해요. 좋습니다.” 이 짧고 단호한 대답에서 올해로 벌써 20회째를 맞이한 이 행사가 세월의 풍상을 겪으며 더욱 단단하고 자신을 갖게 된 모습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어 올해 퀴어퍼레이드는 행진 코스는 어떤 경로로 진행되지에 대해서도 한 단장에게 물었다. “종각으로 나가서요. 광화문 삼거리에서 유턴해서 다시 돌아오는. 4.5km 코스에요.” 매년 행사에 참여한 참석자들에게 전해듣게 되었던, “즐겁게 해방된 느낌이었어요.”라는 대답이 올해는 4.5km로 이어지게 될 것임을 예감했다.

기독교 외부에서 기독교를 사유하는 사람들

행사 준비로 분주한 한 단장에게 계속 질문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가지 질문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치겠다고 하며 질문을 이었다. 한 단장을 이렇게 지근거리에서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은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기자가 속한 예전 단체에서 한 단장을 초청해 강연을 듣고 질문을 주고 받았던 것이었다.

▲ “척결”이라는 단억가 내포한 뜻을 버젓이 앞세운 이들을 생각하니 오싹함마저 몰려왔다. ⓒ이정훈

그 당시 한 단장은 성소수자에 대한 왜곡과 혐오, 차별의 역사에 대해 강의하며 기독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펼쳐놓았었다. 그 당시의 느낌이 강해서였을까 한 단장에게 물었다.

“제가 예전에 선생님 강의를 들었을 때, 신학과 성서에 대해 많이 아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부도 되게 많이 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혹시 기독교인이셨나요?”

“아니요”

“아, 그럼 운동을 위해 공부를 하신건가요?”

“네”

이 단답식 질문에서 기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가장 강한 적의를 드러내고 있는 기독교. 도대체 기독교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를 공부했다는 한 단장.

어떤 종교가 되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하는 기독교가 되기를

어쩌면 기독교가 해야 할 공부를 기독교의 바깥에서 공부하고 원인을 찾아낸 한 단장의 수고에 우리는 부끄러워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을 이었다. “기독교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더 이상 저희 스스로가 동성애 자체에 대해 해명할 생각이 없어요. 오히려 기독교인이 기독교인으로써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고민하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누가봐도, 대표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은 기독교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독교인 스스로가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 생각해 보셨으면 해요. 같은 기독교인으로써 저희가 동성애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기독교를 오해를 많이 해요. 기독교인이라고 하면, ‘아, 당연히 싫어하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이에요.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왜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까’ 그런 생각을 해보셨으면 해요. 전 기독교 내에서 기독교가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어떤 사회적 이미지를 가지는 종교가 될 것인가, 하는 부분에 좀 더 많은 내부적인 토론과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 단장과 나눈 마지막 질문과 대답, 우리 기독교인 스스로가 생각하고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무거운 비판이자 실천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들렸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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