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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가 아니라 의(에스겔 11:1-13)천천히 걷자
여상범 목사(제주신흥교회) | 승인 2019.06.04 17:01

“백성의 고관”(1절)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직책을 가진 사람들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은 분명히 성전에 출입하며 제물을 드리고 하나님을 섬기는 자들의 의무를 다하던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만일 ‘의리’가 더 중요하다면 하나님께서 옛정을 생각해서 봐주시는 모습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분명합니다.

“의인이 그의 공의에서 돌이켜 악을 행할 때에는 이미 행한 그의 공의는 기억할 바 아니라”(겔3:20)

하나님께서는 야속할 정도로 매정하게 죄의 대가를 물으시는 것입니다.

그 “백성의 고관”들은 사람들과 둘러앉아서 ‘우리에게는 돌이켜 고칠 잘못이 없고, 우리는 이 성에 있는 한 안전할 것이다’(3절)라며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기를 거절했습니다. 그들의 죄로 인해 예루살렘 거리에 시체가 가득 채워졌을 정도였건만(6절), 엉뚱하게도 하나님께서 자기들을 지켜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셈인데, 이 믿음을 의리에 기반한 믿음이라고 본다면, 하나님께서는 의미를 지키는 대신 정의의 심판을 내리셨습니다.

▲ Sebastiaen Vrancx(1573-1647), “Allegories of the Seasons - Harvest” ⓒGetty Image

‘백성을 떡 먹듯 먹는 자들’(시53:4)과 ‘불의한 판결을 내리는 자들’(사10:2)이 바로 예루살렘 거리에 시체를 가득 채운 자들입니다. 그들이 하나님께 무엇을 얼마나 가져다 바쳤고, 얼마나 열심히 예배의 자리에 나왔고, 얼마나 안식일을 엄격하게 지켰는지에 관계없이 하나님은 그들의 죄를 타국인의 칼로 심판하신다고 하셨습니다(9절). 즉, 의리는 사람에게나 중요한 것이지 하나님께서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은 아닌 것입니다.

그러므로 소위 적폐라고 불리는 온갖 부정부패와 사법농단을 심판하지 못한 채 우리 자신을 가마솥의 고기처럼 안전한 존재로 여기다가는 이 나라 전체가 하나님의 심판 앞에 서게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죄 없는 백성들의 피를 흘리게 하며 권좌에 오른 자들을 하나님의 정의에 따라 심판하지 못하는 나라는 하나님의 칼 앞에 서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제주4.3항쟁, 광주5.18항쟁을 비롯한 수많은 가슴 아픈 역사를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무엇을 요청하시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면 예배당에서만 “말씀, 말씀” 외치는 것은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눈에는 믿은 좋은 행위로 보일 수 있지만, 하나님께는 통하지 않는 믿음입니다. 하나님의 요청은 언제나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마6:33)입니다.

바른 믿음, 하나님의 정의를 따라 바르게 분별하는 믿음,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기뻐하시며 받으시는 믿을 위해 기도합시다.

여상범 목사(제주신흥교회)  uptig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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