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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물에 깃든 하늘”살며 묵상하며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 승인 2019.06.06 18:58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부르셔서, 더러운 귀신을 제어하는 권능을 주시고, 그들이 더러운 귀신을 쫓아내고 온갖 질병과 온갖 허약함을 고치게 하셨다. 열두 사도의 이름은 이러하다. 첫째로 베드로라고 부르는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와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과 빌립과 바돌로매와 도마와 세리 마태와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와 다대오와 열혈당원 시몬과 예수를 넘겨준 가룟 사람 유다이다.(마태복음 10:1~4/새번역)

열매를 보아 나무를 안다고 하셨습니다. 제자를 보아 스승도 알 수 있습니다. 인도의 어느 신비가는 예수님께서는 자식을 낳지 않고 제자를 낳았다며, 붓다와 비교합니다. 붓다의 제자들은 붓다가 아니었어도 이미 깨달을 준비가 된 특별한 사람들이었다고 봅니다. 이미 무르익은 구도자들을 살짝 도와줬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제자들은 다릅니다. 어부, 농부, 세리, 혁명가, 창녀가 깨닫고 새로워집니다. 붓다가 다이몬드 원석을 다듬었을 뿐이라면, 예수님께서는 돌을 다이아몬드로 거듭나게 하신 격입니다.

그의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중요한 통찰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를 제자 되게 하는 것은 능력이 아닙니다. 얼마만큼 고된 수행으로 얼마나 깊이 깨달을 수 있는가가 아닙니다. 그것은 부르심입니다. 그것은 보내심입니다. 없는 그대로를 사랑으로 불러주시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라고 보내주십니다. 부족한 것은 채워주십니다. 사랑으로 믿어주시고 능력을 부어주십니다. “부족해서 안 됩니다, 더 준비해야 합니다”라는 사양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사랑 받아 사랑하려는 그 중심이면 누구라도 충분합니다. 길바닥 구정물에도 하늘은 맑게 비칩니다.

▲ Jaroslav Trnovsky. 맑은 하늘 그대로 깃드는데 차가운 길바닥이어도 됩니다. 하늘이 허락한 물 한 방울이면 구정물이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열두 명의 제자를 부르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자원하여 따른 이들이라기보다는 부르신 이들입니다. 어디든 따르겠다고 나선 이도 있지만 의욕으로 되는 차원이 아닙니다. 제자는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따르미”입니다. 그 부르신 목적은 명확합니다. 귀신을 제어하고 쫓아낼 권능, 질병과 약함을 고칠 수 있는 힘도 주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일을 이어가라고, 아니 그보다 더 큰 일을 하라고 보내십니다. 제자, 아포스톨로스라는 말의 뜻 자체가 보냄 받음입니다.

열둘에서 떠오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열두 달, 1년의 모든 시간으로 보내시고, 열두 지파, 모든 백성에게 보내시고. 그러나 그 열두 명만 사도입니까? 바울의 사도권이 논란이었습니다. 그만큼 그 열두 명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래서 열두 명만 특별한 사도이고 나머지는 아니라는 벽을 세우기 쉽습니다. 제자를 별도로 구분합니다.

나머지는 평신도? 편의상의 구분일 수는 있지만, 오해의 소지가 많은 이름입니다. 하나님께서 부르셔서 자녀가 되었다면, 분명 사랑의 삶으로 보내십니다. 보냄을 받았다면, 제자(보냄 받은 자)입니다. 승천하시며 남기신 유언도 제자를 길러내라는 보내심 아닙니까. 자신은 평신도일 뿐 제자는 아니다? 불가능한 개념입니다. 평신도는 기본적으로 제자입니다. 

열두 제자의 면면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중산층이었지만 지적 훈련이 부족했을 어부, 매국노라 비난 받았을 세리, 무력 혁명의 열심당원도 있습니다. 다양한 차이를 품어 안으시는 부르심입니다. 신학적, 정치적, 사회적 차이로 갈라지고 끼리끼리만 만나는, 그런 신앙인들의 모임과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차이를 품어 안는 공동체가 아니라면, 주님 부르시고 보내신 공동체이겠습니까. 자기 생각과 같은 이야기들만 메아리처럼 확대재생산하는 모임이라면, 교회이겠습니까.

이 산 저 산, 여기 저기 흐르던 구정물까지 함께 모여 하늘을 함께 비추는 강이고, 바다여야겠습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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