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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에스겔 13:1-23)천천히 걷자
여상범 목사(제주신흥교회) | 승인 2019.06.14 20:03

거짓 예언자들에 대한 비판을 가장 신랄하게 한 사람은 예레미야입니다. 그는 눈물의 예언자이자 논쟁의 예언자였습니다. 예레미야는 ‘별일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닥쳐올 ‘별 일’을 선포하느라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기도 했습니다.

불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가장 호응이 좋은 말은 ‘별일 없을 거야’, ‘다 잘될 거야’가 아닐까요? 세상은 분명히 별일 많고 어지러운데, 그 혼란의 무게가 너무 크고 개인들이 감당하기 어렵다보니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말이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해 주어야 합니다. 소망을 잃지 않도록, 용기를 잃지 않도록 격려해 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위로자의 은사와 사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세상의 어두운 면을 감춰버리는 일입니다. “괜찮아”라는 짧은 말로 불의하고 악한 세상을 덮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이 오늘 거짓 예언자들이 책망받는 이유였습니다. 그들을 닥쳐올 환난을 준비하도록 사람들의 본이 되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을 뿐더러(5절), 나아가 사람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발견하지 못하다록 “평한하다”는 말로, 즉 “괜찮아”라는 말로 회칠을 해버렸습니다(10절).

그뿐만 아니라 어떤 예언자들은 푼돈에 하나님의 이름을 팔아버리고(19절), 옳은 일을 행하는 사람들을 좌절하게 하고, 악한 일을 행하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까지 했습니다(22절).

▲ 눈물의 예언자 예레미야 ⓒGetty Image

예언이란 사람들을 가르쳐서 하나님께 돌아오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이것은 예언자를 가리키는 나비(נָבִיא, 영감받은 자)라는 단어의 뜻에 나타난 의미가 아니라, 성서의 예언자들이 실제로 한 일에서 드러난 의미입니다. 어떤 사람이 진정으로 하나님의 예언자라면 그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법(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실천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바울은 예언을 교회는 건축하는 일(οἰκοδομέω, 오이코도메오)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는 예언을 방언과 비교하여, 방언은 개인을 세우는 일로 예언은 공동체인 교회를 세우는 일로 구분하였습니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말을 하는 방언보다 다섯 마디의 가르치는 말을 하는 쪽을 선택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고전14:19).

남에게 뭔가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은 꼰대 취급당하기 쉬운 요즘 세상에서는 긍정적인 공감을 얻기가 어려운 말씀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잘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가르침을 “말”로만 하려는 집착을 버리면 될 것 같습니다.

배운 것이 많은 현대인에게 말로 남을 가르치는 일은 옛날처럼 “배운 사람이나 하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말만으로 남을 가르치려고 하면 꼰대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본을 보인다면 꼰대가 아닌 선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성서에서 볼 수 있는대로, 깨닫게 하는 사람이 예언자라면, 이 시대의 예언자는 자신이 말하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물론, 보여줘서 기죽이는 방식이 아니라 보여줘서 깨닫게 하는 방식이 되어야겠습니다.

여상범 목사(제주신흥교회)  uptig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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