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생활 칼럼
이국 땅에서 나를 무장해제시킨 올리브나무요르단에서 온 편지
수헤이르 | 승인 2019.06.15 19:21

나는 매일 올리브나무 사잇길을 지나 학교에 간다. 나란히 줄지어 선 올리브나무 사이를 걸어 학교로 가는 길은 언제나 상큼하다. 오래 전에 본 이란 영화 ‘올리브나무 사이로’에 나오는 여주인공 ‘테헤란’처럼 뒷모습을 보이며 올리브나무 길을 걸어 갈 때면 뒤에서 나를 부르는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아 종종 걸음을 늦추기도 한다.

지난해 늦가을, 나는 밤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하늘 길을 지나 요르단에 왔다. 대단한 소명의식을 띠고 온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하는 일이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기에 일을 찾아 왔을 뿐이다.

아무리 일이 좋아서 왔다 하더라도 기대감보다는 불안함이 먼저 스며드는 낯선 땅에 조심스럽게 발을 내 디뎠다. 이곳은 그 동안 내가 살아왔던 것들과는 너무나 다른 곳이다. 무엇보다도 종교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입는 옷과 먹는 음식이 다르다.

하나에서 열까지 철저하게 다른, 이방인인 나를 제일 먼저 맞이해 준 것은 올리브나무다. 길을 걷다가 무심코 어느 집 담장에 늘어선 나무에 몇 개의 검고 작은 열매가 맺혀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요르단에서 ‘자이툰’이라 불리는 올리브나무 열매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 동안 이곳에서 느끼던 불안함을 무장해제해도 좋을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성경에서 감람나무로 기록 된 올리브나무를 본 것은 나에게는 예수님께서 계시던 땅 위에 서있는 것 같은 편안함이었다.

그날, 그 나무가 올리브나무였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온천지가 올리브나무 세상인 요르단이 보였다. 까막눈이라는 말,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말은 글자를 모르는 사람에게만 국한된 말이 아니었다. 사물을 보는 눈이 없는 것도 까막눈이긴 마찬가지이다. 나는 올리브나무 세상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올리브나무인 줄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 요르단의 올리브 나무 ⓒ수헤이르

올리브나무는 역사가 가장 오래 된 과실나무 중에 하나로 이천년을 사는 나무도 있어 영원하신 메시야를 상징하기도 한단다. 예전에 우리나라 시골집 뒷마당에 감나무 한 두 그루씩이 서있던 것처럼 요르단 집의 마당에도 올리브나무 한두 그루씩은 꼭 있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을 조금 만 벗어나 외곽으로 나가면 온통 올리브나무 농장이다.

성경에는 많은 나무들이 나온다. 믿음으로 비유되는 겨자나무, 구약 성경에 많이 언급 되는 백향목, 길르앗의 향유나무, 동방박사가 예물로 드린 몰약나무, 무화과나무 …

그 중에 나는 노아의 방주에서 나온 비둘기가 육지로 날아가 처음으로 잎을 물고 돌아왔다는 올리브나무를 찾았다. 아니 올리브나무가 보였다.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부르시며 거니시던 동산에도 올리브나무가 있었을 것 같다.

하나님은 올리브나무를 억세고 튼튼하며 사철 푸른 상록수로 만드셨다. 올리브나무는 생기가 있으면서도 고즈넉해 보이기에 하나님은 그 길을 걸으시지 않으셨을까.

나는 요즘 올리브 장아찌를 먹고, 올리브기름으로 요리를 하고, 올리브로 만든 비누로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하며 나를 닦는다. 올리브나무가 자라도록 아무런 공도 없이 이렇게 혜택만 누리고 있다. 매일 올리브 나무 숲길을 걷는 행복을 맛보면서 말이다.

‘나는 하나님 집에 있는 푸른 감람나무(올리브나무) 같음이여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영영히 의지 하리이다.’ (시52:8) 말씀 속에서 주께서 올리브나무로 주시는 은혜에 푹 젖어 살고 있다.

수헤이르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헤이르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55(충정로 2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 생명의집 204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19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