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이후 사람과 하나님의 역사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그의 동산에서 사람을 내보내야 하셨습니다. 사람은 하나님이 의도하셨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또 그가 창조하셨던 것과 다른 존재로 동산 밖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하나님이 원치 않으신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하나님은 사람과 소통하며 사람과 함께 세상을 만들어가시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하나님으로 하여금 그가 사람 지은 것을 후회하게 할 정도까지 이르렀습니다.

사람은 좋고 나쁜 것을 판단할 능력을 갖게 되었음에도 그 능력 획득 과정이 하나님의 뜻을 어기는 것이었기 때문인지, 그 능력의 사용 결과는 불행하게도 하나님의 후회였습니다. 인간의 한계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후회하신 하나님의 결정은 인간에 대한 심판이었습니다.

대단히 힘든 결정이었지만, 그대로 집행됩니다. 단 야훼의 눈에서 은총을 본 노아 가족은 살아 남습니다. 홍수 후 노아는 하나님께 제사를 드립니다.

진정시키는 향이라고 하는데, 이를 하나님께 사용할 수 있는 말인지는 의문입니다. 그 이전에 이미 하나님은 노아를 기억하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것이 하나님이 위와 같이 결단하시는 계기는 아닙니다.

▲ Joseph Anton Koch(1768–1839), “Landscape with Noah's burnt offering to God”(1803). ⓒGetty Image

다만 그때 그 결단 내용을 드러내셨다고 해야 합니다. 노아의 제사는 살아남은 자가 안도의 마음으로 드리는 감사제였습니다. 어쩌면 죽은 생명들에 대한 아픈 마음도 담겨 있을 듯합니다.

하나님이 노아에 대해 말씀하시지 않고 앞으로 올 사람 전체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도 그때문이 아닐까요? 하나님은 사람에 새로운 기대를 하지 않으시지만, 달라지지 않는 사람과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시려고 하십니다. 하나님의 이같은 변화가 이끌어낼 새로운 역사가 무엇이 될지 궁금합니다.

사람에게는 그 변화가 본래적인 '복음'입니다. 이 사건이 최종적으로 그리스도 사건을 가능케 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사람들 속에 변화를 일으키며 새세상을 여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눈에서 사랑과 자비를 보는 행복한 오늘이기를. 하나님의 변화에서 우리의 현재를 보고 의미가 더해지고 보람을 얻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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