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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비운동권 학생들의 반응, “교수로 안 보인다”울분에 찬 한신대 학생들의 목소리
이정훈 | 승인 2019.06.17 22:41

보통 대학의 학내 문제가 발생하면 총학생회 성격의 조직들이 가장 앞장 서서 활동한다. 또한 학회가 중심이 되어 선·후배가 묶여 끈끈하게 움직이기도 한다. 결속력이 극대화되는 부분이다.

이에 반해 학생회 조직이나 학회에 속하지 않은 학생들은 한발 떨어져 관망하기도 한다. 이들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하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다양함이 대학사회의 장점이다.

한신대 비운동권 학생들의 시선은

연규홍 교수가 총장에 취임하면서부터 불거진 한신대학교 학내 문제는 김강호 전 비서실장의 양심고백으로 소위 정점을 찍었다고 입을 모으는 현실이다. 여기에 신학대학 교수들과 기장 총회까지 입장문을 발표하며 연규홍 총장을 압박하는 모양새이다. 혹자는 “얼마나 버틸 수 있겠냐”는 시간의 문제로 보는 이들도 있다.

▲ 교수연구동이 위치한 한신대 소통관 앞에 마련된 단수/.단식 농성장 ⓒ에큐메니안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학생회나 학회에 속해져 있지 않은 학생들은 어떤 반응일까? 몇몇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생들의 요청으로 이름이나 학번, 학과를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린다.

먼저 첫 번째로 이야기를 나눈 학생에게 현 상황에 대한 감정을 물어보았다.

학생 1: 답답하고 짜증납니다. 지금 질문을 하시는 기자님 신문에서만 기사가 나가고 있어 어쩌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이 사건이 일반 신문에도 기사가 나갔다고 생각하면 총장이라는 분이 학교를 다닐 수나 있었겠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솔직히 제 입장이라면 직위를 떠나 그냥 사퇴했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그 자리가 뭐라고 저렇게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아, 발언이 강하다, 그냥 내보내도 되겠는가?
학생 1: 처음에 부탁드린대로 익명 처리 해주실 거 아닌가요.
기자: 그렇다.
학생 1: 그럼 상관없습니다.

두 번째로 대화를 나눈 학생에게는 현재 무엇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이는지 질문했다.

학생 2: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요. 교수협이 문제라고 봅니다. 그것도 집행부 몇몇 교수님들요.
기자: 학생측 비상대책위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되었는가?
학생 2: 아니요, 처음에는 그저 여러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관심이 생겨 저도 나름대로 이야기를 찾아 들으니 알게 되었습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문제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이야기해 줄 수 있는가?
학생 2: 결국 집행부 몇몇 교수님들이 고집부리고 있는 것 아닌가요.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짜증납니다. 돈인지 자리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학생들은 도대체 뭐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학교가 이런 식으로 가도록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은 책임회피 아닌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교수로 안 보입니다. 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몇몇 교수님이 속한 학과입니다. 저희 학과에서도 말이 많습니다.
기자: 꼭 익명 처리하겠다.

세 번째로 만나 이야기를 들은 학생에게는 물도 마시지 않은 단수/단식을 바라보는 시선에 관해 이야기를 요청했다.

학생 3: 솔직히 미안합니다. 밥도 물도 끊는 게 정말 죽을 각오를 하는 건데 저는 솔직히 할 자신도 없고, 혹시 제가 무엇을 할 위치에 있었어도 못 했을 것 같습니다. 그냥 정말 미안합니다. 그러니까 더 화가 납니다. 그냥 교수들이 작정하면 끝나는 일을 왜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정말 교수로 안 보입니다. 학생을 위한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 같습니다. 교수도 학생들은 자신들 월급 주기 위해 있는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기자: 감정이 많이 격해지신 것 같다. 단수/단식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달라.
학생 3: 그냥 미안하다는 말밖에 생각 안 납니다. 몸이 안 상했으면 합니다.

단수까지 결심하고 단식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여기지는 교수협을 바라보는 소위 비운동권 학생들의 반응도 격앙되어 있었다. 한 학생은 정말 욕까지 풀어놓았다. 그것도 4자협의회 주최를 미루고 있는 교수들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는 학생들임에도 말이다.

목숨을 걸만큼의 간절함으로

단수/단식을 시작한 학생들은 어떨까? 먼저 비상대책위원회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12학번 재활학과 송해주 학생이 전해 준 말이다.

물을 끊는 다는 것,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교협 집행부가 결정을 내려주는 것, 4자협의회가 진행되어 신임평가가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절박함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두렵지만 이 길을 걸어가보려 합니다.

또 한명의 비상대책위원회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16학번 철학과 김영학 학생은 이런 말을 전했다.

“저것은 벽, 어쩔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때, 그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중에 나오는 싯구입니다. 학내 민주화를 위해 오랫동안 달려왔습니다. 항상 투쟁하시는 선배, 후배님들께 아무 힘도 되어 드리지 못해 죄송했지만 이번 기회에 부끄럽지 않은 스스로가 되고자 합니다.
혼자 걸어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항상 힘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때까지 우리 하나하나가 담쟁이 잎이 되어 절망을 이겨냈으면 합니다. 우리는 지지 않을것입니다.
교수협의회의 조속한 입장 기다리겠습니다.

학생들의 간절함은 어떻게 될까. 한 여름에 돌입하는 날씨가 학생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일부터는 응급차까지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비상대책위원회 학생들의 전언이다.

▲ 단수까지 각오하고 단식을 진행하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 공동 집행위원장들인 재활학과 송해주(사진 위) 학생과 철학과 김영학(사진 아래) 학생 ⓒ에큐메니안

다음은 단수/단식을 시작하며 두 명의 학생이 쓴 호소문 전문이다.

이카로스의 날개를 단 학생들
- 음식과 물, 소금을 멈추며 -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초로 붙여진 날개를 달고 하늘을 높이 날아오르다 태양의 열기에 녹아 바다로 추락한 이카로스의 운명을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의 운명은 어쩌면 이카로스를 닮았는지도 모른다.

16년 총장직선제를 향한 대학 구성원의 열기가 이사회의 준동으로 물거품이 되어버린 이후로 우리 대학은 끝없는 비행을 거듭해 왔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그간 대학 내 2등 시민으로서의 설움과 울분을 표출해왔고, 정당하게 불의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탈출을 위해 끝없이 하늘을 날아야 했던 이카로스처럼, 우리 학생들은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투쟁을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지켜야 했던 신념과 약속을 위한 값진 희생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그간의 고된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오늘날까지 오기 위해 가장 소중한 청춘을 거리에서 지낸 것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아마도 비행을 시작한 이카로스의 번뇌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이 땅이 어제와 같다면, 다시 내려오지 않을 각오로 시작한 비행을 멈출 수 없었던 우리들의 처지를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번 주, 학생단식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학생총회에서 선출된 대표단 5인이 12일간의 단식을 진행했고, 사회학과 부회장, 신학과 회장단, 독문과 회장단, 영상문화학과 회장단, 재활학과 회장단, 사회복지학과 회장, 특수체육학과 부회장의 릴레이 동조 단식이 있었습니다.

단식의 몸조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지금, 다시 음식, 물과 소금을 끊습니다. 두려움을 모르던 이카로스가 비행이 이토록 길어질 줄 알았다면, 다시 그 비행을 선택할수 있었을까요? 우리는 두려움과 망설임과 초조함을 배웠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음식과 물과 소금을 끊습니다. 이것은 그저 비행을 멈출 수 없는 이카로스의 옹고집은 아닐 것입니다.

4자협의회를 진행하여 신임평가를 진행하겠다는 총장과 교수, 학생, 직원의 약속이 파기되었습니다. 이 약속은 허망하게 파기되었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의 정당성 문제와 교수협의회의 미진한 논의는 학교당국에게 적절한 핑곗거리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800여명의 학생이 오월계단에 모여 신임평가 성사와 4자협 학생대표단을 선출했고, 직원노조 역시 총회를 열어 일찌감치 학생대표권 인정과 4자협 참가 방침을 결정했습니다.

교수협의회만이 이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교수협의회 집행부 회의가 성사되지 못했고, 또한 집행부 결정에 대한 회원들의 문제 제기로 임시총회가 소집되었지만, 이마저도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이는 겉으로 보기에 민주주의적 토론의 일환이겠지만, 실상은 구성원 간의 합의를 도출해 내지 못하는 민주주의의 위기입니다. 이 민주주의 위기가 동반하는 대학 위기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은 누구입니까?

17년 신학생 3인의 삭발과 단식, 18년 여름 부총학생회장의 단식, 그리고 가을 18일간의 고공 삭발 단식. 이것이 말하는 건 무엇입니까? 대학의 모순과 혼돈을 자기 몸으로 감싸 안으려는 학생들의 처절한 세월이 말하는 건 무엇입니까?

교수님들께 묻습니다. 총장은 교수님들만 하실 수 있으시고, 총장 후보자도 교수님들이 결정하시고, 보직도 교수님들이 맡으시고, 대학의 중대한 결정은 모두 교수님들이 내립니다. 그러나 지금 결정을 내리지 못한 유일한 직역이 바로 교수사회입니다. 이 상황을 우리 학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존경하는 교수님, 민주주의의 위기입니다. 지난 겨울과 올 3월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었고, 교수협의회는 이 중대한 상황 속에서 회의 정족이 되지 못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규홍 총장은 학내 구성원을 사찰했다는 황당한 의혹에 휩싸여 있습니다.

한신이 언제 이렇게 추락하였습니까? 날개가 녹아 추락한 이카루스의 비극과도 같이, 한신은 다신 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은 미련의 끈을 놓지 않아보려고 합니다.

존경하는 교수님, 부디 저희의 마음과 진심을 헤아려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자세를 요청드립니다.

이제 1학기가 끝나 종강을 맞이하는 지금, 한산한 교정에 낯익은 노을이 드리웁니다. 한신에 황혼이 저무는 지금이 바로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06월 17일
물과 소금과 음식을 중단하는 첫날에 보내는 글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재활학과 송해주, 철학과 김영학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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