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에 천하를 통일한 나라는 가혹한 법으로 백성을 전사로 만든 진(秦)나라였다. 그러나 통일한 지 15년 만에 유방에 의해 멸망하게 된 것은 그 법령이 너무나 가혹했기 때문이었다. 진나라에 대항하여 반란에 불을 댕긴 사람은 진승과 오광이었다.

진승과 오광 일행은 부역에 나오라는 나라의 명을 받고 소집 장소에 가까이 갔으나, 비가 와서 강물이 넘쳐 강을 건너지 못하였다. 날짜에 맞추어 가지 못하면 목이 잘리는 형벌을 당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자 진승과 오광은 난을 일으키게 되었다. 비가 그쳐 강을 건너도 역시 날짜를 맞추지 못하니 어차피 목숨을 잃기는 한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진나라의 통치가 죽은 나무처럼 굳고 단단했기 때문에 전국을 통일한 지 15년 만에 유방에 의해서 멸망했다. 진시황-호해-자영에 이르는 세 황제들은 서슬 퍼런 금령(禁令)으로 통치하면서 포악한 정치를 했기 때문에 멸망할 수밖에 없었다. 진시황제가 흉노를 막고자 만리장성을 축조하고, 자기 무덤을 만들고, 도로를 만드는 등 크고 무리한 토목 공사를 했기 때문에 민심을 잃었다.

▲ 살아 있으면 부드럽고 약하다. ⓒGetty Image

진시황이 죽자 환관 조고가 어린 황제를 등에 업고 명재상 이사의 몸을 찢어 죽이는 등 악행을 벌였다. 결국 진승과 오광의 난을 시작으로 한 대대적인 민란에 휩싸이게 되어 결국에는 멸망했다.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 류시화, “길 위에서의 생각”

“살아 있으면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굳고 단단하다.” 노자의 이 말을 바꾸어 말해도 된다. 부드럽고 약하면 살아 있고, 굳고 단단하면 죽은 것이다. 성서에서 비슷한 말이 여러번 나온다. “내가 그들의 몸에서 돌같이 굳은 마음을 없애고, 살같이 부드러운 마음을 주겠다.”(에스겔 11:19)

새 마음은 돌같이 굳은 마음을 없애고 살같이 부드러운 마음이다. 딱딱하게 굳어서 서로가 어울려 하나 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마음을 풀고 어울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굳어서 둔해지려는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마음의 문을 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빌라도가 예수님에게 사현을 언도하는 장면에서 빌라도는 죄가 없다고 하면서도 예수님을 사형에 처하라고 판결했다. 빌라도는 자기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서 딱딱하게 굳은 마음으로 불의의 길을 갔다. 그는 살아 있지만 이미 죽은 것이다.

예수님은 사형수가 되어 십자가에 달려 죽임 당하지만, 그의 죽음이 고통 받는 다른 생명들을 위한 길이고 사람들을 해방하기 위해 기꺼이 걸어가는 길이기에 그는 이미 산 것이다. 연하고 약하지만 다른 생명과 다른 사람을 위해 죽임 당하면 하느님이 반드시 살리기 때문이다.

이병일 목사(광주무등교회)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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