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것은 덜어서 부족한 것은 보탠다” - 損有餘而補不足

“하늘의 도는 단지 활을 당기는 것 같구나! 높은 것은 누르고, 낮은 것은 들어 올리고, 남는 것은 덜고, 부족한 것은 보탠다. 하늘의 도는 남는 것을 덜어서 부족한 것을 보태고,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않은즉, 부족한 것을 덜어서 남는 것을 받든다. 누가 능히 남는 것으로 천하를 받들겠는가? 오직 도가 있는 사람이다. 이럼으로써 성인은 일을 하되 기대하지(소유하지) 않고, 공을 이루되 머물지 않으니, 이는 현명함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것이다.”
- 노자, 『도덕경』, 77장
天之道, 其猶張弓與, 高者抑之, 下者擧之, 有餘者損之, 不足者補之, 天之道, 損有餘而補不足, 人之道則不然, 損不足以奉有餘, 孰能有餘以奉天下, 唯有道者, 是以聖人爲而不恃(有), 功成而不處, 其不欲見賢1

노자는 자기의 지위를 높이고 재산을 늘리는 정치를 비판하고, 이제 하늘의 도를 따르는 사람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인민의 안녕을 위한 정치가 오히려 예와 법을 내세워 인민의 재산을 빼앗아 위정자의 부를 보태주고 있는 현실은 하늘의 도가 아니다. 하늘의 도는 활시위를 당기는 것처럼 낮은 것은 들어 올리고 높은 것은 눌러서 낮추는 일이다. 남는 것을 덜어서 부족한 것을 보태는 일이다. 오늘날 복지의 개념이고 목적이다.

“하늘은 私가 없다. 고로 均하다. 사람은 私가 많다. 고로 不均하다.” - 소자유

하늘의 도를 따라서 행하는 사람은 일을 하면서도 기대하거나 소유하지 않고, 공을 이루었으나 거기에 머물지 않는 사람이다. 자기의 현명함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다. 여기에서 현명함은 높은 지위와 이익을 추구하는 태도이다. 인위적인 정치는 지식과 강압적인 수단을 사영해야 하지만, 무위의 정치는 자연의 도와 덕을 따르기 때문에 인민에게 특정한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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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다.
들꽃은 우리의 누이이고, 순록과 말과 독수리는 우리의 형제다.
강의 물결과 초원에 핀 꽃들의 수액, 조랑말의 땀과 인간의 땀은 모두 하나다.
모두가 같은 부족, 우리의 부족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대지에게 일어나는 일은 대지의 아들들에게도 일어난다.
사람이 삶의 거미줄을 짜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람 역시 한 올의 거미줄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가 거미줄에 가하는 행동은 반드시 그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사람이 땅을 파헤치는 것은 곧 그들 자신의 삶도 파헤치는 것이다.
대지는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며, 인간이 오히려 대지에게 속해 있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 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 판단 말인가?
우리로선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사고 팔 수 있단 말인가?
- 류시화,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동독이 서독과 통일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늘어나는 비밀경찰을 유지할 만한 막대한 비용을 지급할 만한 예산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체제에 저항하는 국민들이 늘어나자 비밀경찰을 늘이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이 비용을 감당할 만한 예산을 국민에게 거둘 수가 없었다.

인민을 위한 정치는 인민들이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어떤 명분으로든 강압적인 방법으로 인민을 통제하려는 정치에는 한계가 있다. 거짓과 막말로 자신을 드러내고 인민의 지지를 얻으려는 것도 분명히 끝이 있다. 높은 사람을 낮추고 낮은 사람을 들어 올리는 일이나, 남는 사람의 것을 덜어서 모자라는 사람에게 보태어주는 일도 궁극적으로는 억지로가 아니라 기꺼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간 그 “십자가의 길”(Via Dolorosa) 중에서 다섯 번째는 “구레네 사람 시몬, 예수께서 십자가 옮기심을 돕다.”입니다. 로마 군인들의 채찍에 맞아 만신창이가 된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향하는 길에서 쓰러집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몸, 자신의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예수님을 십자가 처형장까지 끌고 가야겠기에 로마 군인들은 옆을 지나가던 한 사람을 징발합니다. 그에게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고 가도록 위협합니다. 그가 바로 구레네 사람 시몬이라고 합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강제로, 억지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야만 했습니다. 더럽게 재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코 더럽게 재수 없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가던 길에서 붙잡혀 억지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억지로 대신 지기는 했지만 그의 삶에 대한 기록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로마서 16:13에서 바울은 로마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알렉산더와 루포입니다. 그 둘은 바로 구레네 사람 시몬의 아들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증인으로, 처음 교회의 좋은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본문에서 구레네 사람 시몬을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로 소개하는 것은 그들이 마가 공동체에도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억지로 붙잡혀 십자가를 질 수밖에 없었던 시몬에게서 우리는 또 하나의 자신을 발견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하고 싶지 않지만 억지로라도 해야 할 많은 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만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완전하고 절대적인 자유가 인간에게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싫어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을 기꺼이 할 수 있는 일로 바꾸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들의 능력이고 가능성입니다. 여기에 희망이 있습니다. 억지로 어떤 일을 하는 것보다는 그 일이 옳은 일이라면 기꺼이 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살아 있는 인간의 몫입니다. ‘억지로’를 ‘기꺼이’로 바꾸는 몸과 마음의 움직임이 우리의 삶을 조금 더 충만하게 할 것입니다.”
- 이병일, 『미친 예수』(서울: 도서출판 밥북, 2017), “억지로에서 기꺼이로” 중에서

이병일 목사(광주무등교회)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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