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의 덫; 물음을 물어라.”

22 그 때에 사람들이, 귀신이 들려서 눈이 멀고 말을 못하는 사람 하나를, 예수께 데리고 왔다. 예수께서 그를 고쳐 주시니, 그가 말을 하고, 보게 되었다. 23 그래서 무리가 모두 놀라서 말하였다. “이 사람이 다윗의 자손이 아닌가?” 24 그러나 바리새파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이 사람이 귀신의 두목 바알세불의 힘을 빌지 않고서는, 귀신을 쫓아내지 못할 것이다.” 25 예수께서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지면 망하고, 어느 도시나 가정도 서로 갈라지면 버티지 못한다. 26 사탄이 사탄을 쫓아내면, 스스로 갈라진 것이다. 그러면 그 나라가 어떻게 서 있겠느냐? 27 내가 바알세불의 힘을 빌어서 귀신을 쫓아낸다고 하면, 너희의 아들들은 누구의 힘으로 귀신을 쫓아낸다는 말이냐? 그러므로 그들이야말로 너희의 재판관이 될 것이다. 28 그러나 내가 하나님의 영을 힘입어서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에게 왔다. 29 사람이 먼저 힘 센 사람을 묶어 놓지 않고서, 어떻게 그 사람의 집에 들어가서 세간을 털어 갈 수 있느냐? 묶어 놓은 뒤에야, 그 집을 털어 갈 수 있다. 30 나와 함께 하지 않는 사람은 나를 반대하는 사람이요, 나와 함께 모으지 않는 사람은 헤치는 사람이다. 31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사람들이 무슨 죄를 짓든지, 무슨 신성 모독적인 말을 하든지, 그들은 용서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것은 용서를 받지 못할 것이다. 32 또 누구든지 인자를 거슬러 말하는 사람은 용서를 받겠으나, 성령을 거슬러 말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도 오는 세상에서도, 용서를 받지 못할 것이다.”(마태12:22~32/새번역)

유명한 탈무드의 우화가 있습니다. 굴뚝을 청소하고 나온 두 사람, 얼굴이 더러운 한 사람과 깨끗한 한 사람, 누가 얼굴을 씻을까? 물론 깨끗한 사람이 씻습니다. 대부분 여기까지 압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내면, 탈무드의 참맛을 놓칩니다. 탈무드는 이 우화 자체를 되묻습니다. 굴뚝 속에서 함께 청소했는데, 어떻게 한 사람은 얼굴이 깨끗할 수 있는가? 사실 질문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물음의 틀 밖에서 다시 바라보는 지혜를 일깨웁니다. 문제의 답을 찾느라 좁아진 시야를 넓힙니다. 문제를 문제시하고, 질문을 되묻는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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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려 눈 먼 사람을 예수님께서 치유해주십니다. 이 놀라운 사건은 예수님께서 누구시냐는 논란을 일으킵니다. 무리들은 다윗의 자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바리새파 사람들은 오히려 귀신의 두목이 도왔다고 단정합니다. 논란의 틀은 ‘예수님이 누구시냐’입니다. 이 물음에 붙들리면, 이 사건에 담긴 다른 의미를 보지 못합니다. 그 물음은 치유된 사람의 기쁨을 소외시킵니다. 하나의 사건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한 관점에 갇히면, 그 틀 밖을 보지 못합니다.

귀신 들려 눈 먼 사람은 얼마나 기뻤을까? 그를 아끼는 지인들과 가족들은 또 얼마나 감사했을까? 여기에 관심을 갖는다면 다르게 전개될 수 있습니다. 다른 귀신들린 자, 병든 자, 고통 받는 자들을 어떻게 하면 저렇게 도울 수 있을까? 예수님을 어떻게 만나게 할까? 예수님 하시는 일을 다른 사람들도 배울 수는 없을까? “고통 받는 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라는 틀에서 보이는 풍경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논란을 어디로 이끌어 가십니까? 논란의 틀은 예수님이 누구시냐였습니다. 그러나 그 틀에 갇히지 않으십니다. 그 틀을 가로질러 넘어가십니다. 결론은 ‘성령을 거스르면 용서받지 못한다’입니다. 메시야 아닌가 묻는 마음이든, 귀신의 편이라 판단하는 마음이든 자신을 돌아보게 하십니다. 하나님의 영을 의지한 것인지 스스로를 성찰하게 하십니다. 그 논란의 밖에서 자기 자신을 성찰하게 하십니다. 물음 밖에서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서게 하십니다.

이 본문을 묵상하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용서 받지 못하는 죄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성령을 거스르는 죄란 무엇일까? 명쾌하게 풀리지 않은 난제입니다. 그러나 대체 그것을 왜 묻는 것입니까? 예수님이 누구신지 왜 묻는 것입니까? 단지 자신의 안위, 안전, 성공을 위한 물음이라면, 정답을 알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는 길을 갈 수 없습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는 길을 간다 해도 소용없습니다. 결국 자기가 영원히 살고 영원한 축복을 소유하려는 방편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대답보다,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물음입니다. 어떻게, 무엇을 위해 묻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물음의 덫을 피해야 합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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