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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종교 기독교와 세속종교 주체사상의 대화북한 선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주체사상 100문 100답(41)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 승인 2019.07.03 18:55

Q: 전통종교 기독교와 세속종교 주체사상의 대화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A: 지난 연재에 이어서 주체사상의 성지들을 계속 알아보겠습니다. 항일무장투쟁 전적지와 사적지는 ‘수령’ 김일성이 무장투쟁을 벌이고, 주요한 회의를 가졌다고 주장되는 곳을 중심으로 하여 각종 기념비와 김일성의 동상이 건립되어 있는 곳입니다. 북한 사회에서 거룩한 장소로 성화되어 순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주체사상의 성지들입니다.

왕재산 혁명사적지는 1933년 3월 11일 김일성이 두만강을 건너 온성지구에 진출한 사건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의 관심사는 ‘역사적으로’ 1933년 3월 11일에 김일성의 국내진출이 있었는가의 여부가 아닙니다. 우리의 관심사는 ‘지금, 여기’에 있는 북한의 주민들이 ‘수령’ 김일성의 행적에 대해 ‘그때, 거기’에 있었다고 믿고 있는 ‘믿음’ 그 자체입니다.

그리스도교에서도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에 대해 다름을 인정하듯이, 북한 주민들의 믿음에 대해서도 ‘역사적 김일성’의 행적과 ‘신앙의 수령’, 즉, 믿음의 영역에서 고백하는 수령의 행적은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합니다. 우리의 과제는 주체사상 신봉자들이 고백하고 있는 ‘믿음’에 대해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믿고 있는 바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가 북한 주민들의 ‘믿음’에 대해서 ‘그리스도교’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려는 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 곧 북한의 주체사상이 우리 그리스도교와 똑같은 ‘종교’라고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오히려 종교를 미신과 유사한 시대에 뒤떨어진 관념론의 일종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체사상을 ‘종교’라고 규정하진 않아도, 주체사상을 이해할 때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리스도교’의 틀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 통일시대를 앞두고 기독교와 주체사상은 서로 만나야 하고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Getty Image

주체사상 신봉자들도 우리 그리스도교를 바라볼 때, 종교를 ‘관념론’이라고 규정하는 ‘주체사상’의 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는 그리스도교가, 북한 주민들에게는 주체사상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틀로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주체사상의 해석체계 속에서 ‘그리스도교’를 철학의 한 사조에 불과한 ‘관념론’으로 치부하는 것이 부당한 만큼이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북한 주민들이 신봉하는 주체사상을 섣불리 ‘종교’로 단정 짓는 것도 부당할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주체사상과 그리스도교와의 대화에 있어서, 각각은 각각이 처한 해석학적 지평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출발은 당연하고도 정당하다는 사실입니다. 대화를 통해 새로운 해석의 지평이 열리는 것은 대화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초기 대화의 국면에서 기대하기는 당연히 어려울 것입니다.

이 초기의 대화국면에서는 피치 못하게 서로 자기의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보며 본의 아닌 오해를 이어가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오해를 두려워해서는 우리는 만날 수조차 없습니다. 각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용감하게 상대방에 대한 오해를 감행해야 합니다. 오해가 클수록 이해도 커집니다. 오해조차 하기 싫은 무관심이야말로 이해의 가장 큰 적입니다. 

그리스도교는 2천년을 이어 온 전통종교(traditional religion)입니다. 또한 주체사상은 세속 이데올로기(secular ideology)로서 전통종교가 더 이상 사회를 규율하지 못하는 세속사회에서 과거 전통종교가 맡았던 역할을 대신하는 세속종교(secular religion)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통종교로서의 그리스도교와 세속 이데올로기로서의 주체사상은 분명이 같지 아니하고 이질적입니다.

철학적으로 보더라도 유물론과 관념론이 먼 것만큼, 신학적으로 보더라도 유신론과 무신론의 차이만큼 서로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주체사상은 과거 그리스도교 국가에서 그리스도교가 수행하였던 국가종교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가 구성원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현대 자유주의적인 세속국가들에서 그리스도교가 여러 종교들 중 하나로서 전혀 사회 구성원들에게 국가적인 차원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볼 때, 오히려 북한의 주체사상이 중세를 풍미했던 그리스도교의 유산, 즉 국가종교로서의 유산을 더 많이 누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분명히 다른 그리스도교와 주체사상이, 서로의 다름에 대해서 정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공동의 관심사들에서부터 대화의 실마리를 모색해 가야 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 의미 있는 대화의 물결이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jungs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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