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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무능에도 불구하고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19.07.17 18:30
그런데 하나님의 은혜로 나는 (오늘의) 내가 되었고,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들(~사도들) 누구 보다 더 많이 일했습니다. 그러나 (그리 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고린도전서 15,10)

이 구절을 놓고 사람의 역할과 위치를 둘러싼 신학적 논쟁들이 있었지만, 얼마나 도움이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전반부와 관련해서는 이해하는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습니다. 지극히 일상적인 어법이고 또 일상적 경험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을 박해하던 바울이 지금 사도가 된 것은 그가 의도한 일이 결코 아닙니다. 그는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에서 전격적으로 예수를 만났고 그후 전도자의 길에 들어섰으니 현재의 자기는 전적으로 은혜때문이라고 해야 합니다. 여기에 그의 역할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바울은 이를 주장할 수 없고 그것을 인정해주실 분은 하나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무익함을 인식하고 자신이 기여할 수 있고 자신이 기여한 것은 없다는 고백입니다.

그런데 하반부는 고개를 조금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그는 자신이 한 일을 자기 보다 앞서 사도가 된 이들이 한 일과 비교하고 더 많이 했다고 자평합니다.

 

그러나 바울은 곧이어 그것도 자신이 아니라 그와 함께 한 은혜가 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능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일을 했다는 깨달음입니다. 그가 이룬 일 하나 하나가 다 은혜로 이루어졌다는 인식입니다.

자기는 고작해야 은혜의 도구이지 도구를 사용하는 주인일 수 없다는 고백입니다.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이 했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비교의 관점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한 일은 은혜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혹시라도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은혜를 빙자한 독선과 아집에 불과합니다. 자기가 하는 일의 주체를 은혜라고 하는 것은 현재나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난 일을 돌이켜보았을 때 그렇게 고백할 수 밖에 없는 겸손한 자세입니다.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은혜가 헛되지 않게 했습니다. 그렇게 한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며 만족해합니다.

이처럼 현재의 자기나 자기가 이제까지 지나온 과정과 결과들이 모두 은총이었음을 깨닫고 털어놓는 고백을 교리화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한 일을 보고 하나님은 잘 했다 하실 것입니다. 마치 자녀가 모두 부모님 덕이예요 하면 부모는 아니, 네가 참 잘했다 하시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총이 헛되지 않도록 겸손과 떨림으로 일하는 이날이기를. 우리의 존재와 우리의 일에서 우리와 동행하시며 일을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의 은총에 감사하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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