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 하나니가 유다의 아사 왕에게 하는 말입니다. 아사는 북 이스라엘이 남북의 왕래를 막기 위해 라마에 성을 쌓으려고 하자 아람의 벤하닷에게 댓가를 지불하고 군사적 도움을 얻어 북이스라엘의 계획을 좌절시킵니다. 정치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이렇게 외세를 끌어들여 위기를 극복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있는 일이라 아마도 그다지 큰 과오로 생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우기 아람과 동맹을 맺은 북이 통행 차단을 위해 쌓는 성읍이 장차 군사적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니 그는 이것을 중대한 위기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그는 돈으로 아람을 북과 분리시키고 아람이 북을 공격하게 만들었습니다. 탁월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외세의 개입은 보통 금전적 댓가를 지불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형태의 외세 의존과 간섭을 초래합니다. 예언자 하나니는 외세를 불러들인 것의 의미와 결과가 거기에 머물지 않고 한층 심각함을 일깨워줍니다. 아람은 이를 계기로 쇄퇴의 위기에서 벗어나 도약의 전기를 맞고 상당기간 이스라엘과 유다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입니다.

▲ 이스라엘 북쪽 라마에 남아 있는 성 ⓒGetty Image

이 점에서 그의 정책은 어리석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합니다. 아사는 그 이전까지만 해도 하나님을 찾고 의지하였고 하나님은 그에게 승리와 평화로 응답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가 하나님 대신 외세에 의존한 까닭에 그는 그 땅에 앞으로는 전쟁이 그치지 않을 것이란 슬픈 소식을 듣습니다.

그러나 그는 한걸음 더나아가 그를 비판한 예언자 하나니를 투옥시키고 아마도 이에 반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학대했습니다. 하나님을 떠나기 시작한 그는 이처럼 점점 더 깊은 '타락'의 늪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는 왜 이렇게 자기가 걸어온 길을 버리고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 것일까요? 정치 군사 외교적 위기라는 새로운 상황에 부딛혀 '과거의' 하나님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일까요? 나름의 판단과 책략에 따라 지금의 위기를 모면한다 해도 그것이 되풀이 되는 전쟁의 시작이라면, 그 선택은 지혜가 아니라 예언자의 말대로 어리석음입니다.

개인에게서든 집단에게서든 역사는 단순 반복되지 않습니다. '새' 위기의 순간마다 누구를 의지하고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하나님을 선택하는 것은 지혜로운 모험이고 그런 점에서 용기입니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인권과 정의를 축소시키지 않고 오히려 지키고 세우는 '모험적' 선택이 실은 모험이 아니라 급박함을 가장하고 달려오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입니다. 하나님 신뢰에 바탕한 이 모험적 지혜가 안전과 평화의 미래를 이끌 것입니다. 외세 의존적 평화정책은 우리를 기회있을 때마다 전쟁터로 불러낼 것입니다.

이 땅의 평화를 빌며 하나님 안에서 모험을 감행하는 지혜의 오늘이기를. 하나님의 눈이 그를 찾는 자들을 향하며 그들이 찾는 미래를 열어주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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