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나 작가는 유명한 사람의 명언이나 명문장을 들어 이야기하곤 합니다. 멋진 문장의 권위나 감동에 의지해 설득력을 높이려는 것입니다. 이와 달리 예수님께서는 비유를 통해서 가르침을 전해주셨습니다. 가라지, 씨뿌림, 누룩, 겨자씨…. 멋지거나 감동적인 문장이 아니라 일상의 평범한 물건들, 사건들을 통해서 깨닫게 하십니다.

▲ Vladimir Kush, “은유의 여행(부분)”

러시아 출신 화가 블라디미르 쿠쉬도 일상의 사물들을 빗대어 그림을 그립니다. 소라 껍질을 그린 것 같은데 자세히 살펴보면, 남녀의 포옹입니다. 껍질 밖에 없는 두 사람, 움직일 수도 없고 서로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이지만, 꼭 끌어안은 따스함으로 견디고 있습니다. 웬만해서 깨지지 않는 소라 껍질처럼 그 포옹의 애틋함은 깨지지 않을 것입니다. 또 달팽이를 그린 것 같은데 사람이 땅을 기어가는 모습도 있습니다. 자신을 지켜줄 달팽이집을 짊어지고 살아갑니다. 버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느릿느릿 그 무게에 짓눌린 삶에 갇혀버렸습니다. 큰 융자를 받아 서울에 집 하나 사면, 평생 그 빚 갚다가 끝나는 우리네 삶을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쿠쉬는 초현실주의 작가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스스로는 은유적 사실주의 작가로 불리길 원합니다.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을 은유 삼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작가를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열어주는 존재로 봅니다. 그의 작품을 연구하고 해설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일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벽에 붙은 거미를 보면서 다른 상상을 하고 풀 한포기를 봐도 역시 다른 무엇인가를 그려보게 된 것입니다.

주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뜻에도 이런 측면이 있지 않을까요? 물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려는 뜻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상을 살아가며 늘 접하는 평범한 것들, 사건들이 주님의 말씀이 되게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누룩, 겨자씨, 동전, 등불, 포도나무… 그 무엇을 봐도 주님 말씀이 생각날 것입니다. 또한 평범한 일상을 더 이상 평범하게 보지 않을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읽어내기 시작할 것입니다.

비유로 말씀하시면서 창세 이후 숨겨진 비밀을 전해주십니다. 환상이나 기적을 통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것들에 빗댄 비유로 전해주십니다. 보통 하나님 뜻은 무엇인가 특별한 계시를 통해 전해 받으리라 기대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모든 것을 특별하게 보는 눈에 주님이 보입니다. 주님의 세미한 음성도 모든 이야기를 주님 목소리처럼 듣는 귀에게 들려옵니다. 일상의 모든 것을 통해서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저 사람의 말 속에, 이 사건 속에 주님의 비유가 숨어 있다면 무엇을 말씀하시려는 것일까? 주여, 저 말, 이 사건을 통해 무엇을 말씀해주시려는 것입니까? 모든 것을 비유로 보는 믿음이 묻고 가만히 귀 기울입니다. 그런 귀 기울임이 일상의 모든 것을 통해서 주님과 함께 거하게 합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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