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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종교의 탄생북한 선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주체사상 100문 100답(45)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 승인 2019.08.01 18:06

Q: 세속종교에는 무엇이 있나요?(2)_미국의 세속종교(2)

A: 지난 연재에서는 미국의 세속종교인 ‘미국국가제일주의’를 살펴보았습니다. 지난 연재의 말미에서 북한의 ‘조선민족제일주의’와 미국의 ‘미국국가제일주의’가 ‘내이션(nation)’을 거룩하게 성화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내이션은 ‘민족’으로도, ‘국가’로도 번역되는 개념입니다.

민족과 국가가 모두 영어로는 내이션으로 번역되며, 문맥을 통해 어떻게 번역할 지 구별하는 것인데, 민족과 국가 모두를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할 때는 영어 발음 그대로 ‘내이션’이라고 쓰겠습니다.

우리말에서는 민족과 국가는 확연히 구분되는 개념이라 ‘내이션’처럼 뭉뚱그려 칭하는 개념이 없습니다. 우리말에서는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는 확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대체로 전자는 긍정적으로, 후자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영어로는 민족주의와 국가주의가 모두 내셔널리즘(nationalism)으로 번역됩니다. 영미권이나 구라파의 학자들과 대화하다가 ‘나는 민족주의자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는 이유입니다. 그들에게 ‘나는 민족주의자이다’는 주장은 ‘나는 나치주의자이다’라는 주장과 똑같이 들리기 때문입니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는 한국에서 너무나도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개념이기에, 모두를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할 때는 영어 발음 그대로 ‘내셔널리즘’이라고 쓰겠습니다.

미국의 세속종교는 한마디로 말하여 미국 내셔널리즘에 기반을 둔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셔널리즘에 기반을 둔 세속종교의 극적인 예가 미국의 세속종교이긴 하지만, 예외적인 현상은 아닙니다. 19세기와 20세기 초반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대륙은 프랑스에서 시작하여 ‘동쪽의 거룩한 어머니’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새롭게 형성되거나 발견된 내셔널리즘에 열광하였습니다. 그들 각각의 나라들은 자신들의 역사적 발전에 내재한 ‘약속된 운명’에 대하여 환호하였습니다.

▲ 미국 1달러 지폐에 새겨진 문구인 ‘IN GOD WE TRUST’ ⓒGetty Image

헤아릴 수 없는 경로들을 통하여 민족국가(nation state)는 새로운 교회로 등장하였습니다. 가정과 전통종교를 위하여 역사적으로 예비된 기능과 책임의 체현자로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국가와 종교의 관계가 역전된 것입니다.

전통종교는 이제 그 기능과 책임을 세속종교에게 넘겨주게 되었습니다. 모든 국가들에는 정치적인 지식인들이 대두하였습니다. 이들은 중세의 지식인들이 교회에 봉사하였듯이 그들이 속한 국가를 위해 봉사하였습니다.

어린이들은 과거에 무엇보다도 교회의 일원으로 탄생하였듯이, 이제는 국가의 일원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어린이들은 그들의 일차적 정체성을 국가로부터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1749년에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필라델피아의 아동 교육에 대해 언급하면서, “공공에 유익하기 때문에, 공공의 종교가 필요”하며, 그 종교는 역사교육을 통해 아동들에게 내면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가 도입의 시급성을 주장한 ‘공공의 종교’가 바로 미국의 세속종교입니다. 탄생, 결혼, 그리고 죽음, 이 모든 것에는 이례적인 시민적 관심이 투여되게 되었습니다.

가정, 학교, 그리고 자선과 같은 영역에서는 시민정부가 과거에 전통종교가 가졌던 자비로운 의지를 가지고서 그 형태를 만들어갔습니다. ‘교회’의 영역을 ‘정부’가 대체하게 된 것입니다. 교회가 교회력에 길게 이어지는 그들 성인들의 축일들을 가져왔었던 것처럼, 이제는 국가도 그렇게 하게 되었습니다.

19세기의 말엽에는 워싱턴, 제퍼슨, 링컨 등 위대한 정치적 인물들의 생일들이 마치 성자들과 순교자들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축제만큼이나 장엄하게 축복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국가의 역사상 위대한 사건들에도 종교적 존경이 표현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은 그리스도교의 크리스마스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도 비견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게 간주되었습니다.    

미국의 내셔널리즘에 기반을 둔 세속종교는 전통종교인 그리스도교에 비추어보더라도 손색이 없는 신조들과 교리문답들 그리고 교의들로 구성된 신학체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국기와 국가적 상징들은 복잡한 의례를 동반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신교도들은 로마 가톨릭이 신앙을 위해 성상과 벽화와 초상과 같은 외부 장식들을 사용하는 것은 경멸하였지만, 자신들의 세속종교를 위한 다양한 장식들에서는 아무런 잘못을 보지 않았습니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고인이 된 정치적 성자나 순교자의 동상을 가지지 않은 공적인 광장은 거의 없습니다. 미국에는 독립선언서와 헌법, 권리장전과 같은 성스러운 문서가 있습니다. 이 문서들은 국가적인 성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2018년 10월 31일 미국 국방부가 한미동맹 65주년을 기념하여 미국의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국의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초청하여 만찬이 열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미국의 독립선언서와 헌법이 보관되어 있는 워싱턴 D.C.에 소재한 미국 국립기록관리청(National Archives & Records Administration) 아카이브즈 건물이었습니다. 매티스 장관은 특별관람을 통해 미국 독립선언서와 헌법, 권리장전의 원본을 보여주며 그 문서들에 담긴 정신을 설명했다고 합니다.

워싱턴의 퇴임사나 링컨의 재선 취임사 등 몇몇의 연설들은 확연히 종교적 함의를 가지게 되어, 반복적으로 연성을 통해 인용되게 됩니다. ‘충성의 맹세(The Pledge of Allegiance)’는 학교 소년들에게 이전의 아침 기도가 그랬던 것처럼 표준적인 의례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미국의 공립학교에서는 수업 시작 전 모두가 충성의 맹세를 일제히 암송합니다.

충성의 맹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미합중국 국기와 그것이 상징하는 국가, 즉 하느님 아래 나누어 질 수 없는, 모든 이들을 위한 자유와 정의의 국가에 대해 충성을 맹세합니다.”(I Pledge Allegiance to the flag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o the Republic for which it stands, one Nation under God, indivisible, with liberty and justice for all.)

‘충성의 맹세’는 침례교 목사인 프란시스 벨라미에 의해 1892년에 처음 제정됐으며 1942년 법률로 공식 승인되었습니다. ‘하느님 아래(under God)’라는 구절은 원래 없었지만 1954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요청으로 의회의 결의에 따라 삽입되었습니다. 이 구절이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헌법소원도 있었으나 각하되었으며, 지금도 ‘충성의 맹세’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사실 ‘충성의 맹세’에 등장하는 ‘하느님’은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이 아닙니다. 전통종교에서 차용하였기에 착시 현상이 일어났지만, 충성의 맹세가 언급한 ‘하느님’은 국가를 나뉘지 않게 하나로 묶어주는 ‘국가의 일반의지’ 그 자체입니다. 미국 1달러 지폐에 새겨진 글귀 ‘IN GOD WE TRUST’의 ‘갓’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하느님’은 전통종교의 하느님이 아니라, 세속종교의 하느님, 즉, 국가 그 자체입니다.

미국의 세속종교는 1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다시 한 번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한 미국의 국가적 근본 원칙을 재천명하였습니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미합중국의 1차 세계대전 참전을, 전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의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미국인들은 새롭게 등장한 훈족인 제국주의 독일로부터 서구 문명을 구원하기 위한 십자군으로서 참전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모든 교회들의 설교단에서는 적그리스도와 맞서 싸우는 거룩한 전쟁에서 하느님이 미국의 편에 있음을 재확인하면서 미국의 국가적 운명을 고양시키는 애국적인 설교가 흘러 넘쳤습니다. 1차 세계대전은 아마겟돈의 묵시론적 전쟁, 즉, 선한 세력과 악한 세력 간의 마지막 투쟁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전쟁에서 사망한 장병들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미국의 국가적 사명을 성취하기 위해 희생된 순교자들로 축성되었습니다.

미국의 세속종교는 국가 차원의 전쟁을 거듭하면서 이러한 신조들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여 왔으며, 9.11 이후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 국면에서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세속종교는 유신론적 세속종교입니다.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세속종교이기에, 전통종교와의 관계가 친화적입니다. 그래서 전통종교의 개념인 ‘하느님’(GOD) 개념을 차용하는 데 있어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세속종교가 말하는 ‘하느님’은 특정 종교의 신이 아닙니다. 미국이 ‘그리스도교 국가’라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미국의 세속종교가 전통종교 중에서도 개신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며, 미국의 역사가 청교도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합중국은 엄연히 헌법 상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나라이며, 국교(國敎, state religion)를 인정하지 않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입니다. 따라서 국가로서의 미국이 말하는 ‘하느님’은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이 아닙니다. 국가 그 자체가 거룩하게 성화된 것을 일컫는 세속종교의 절대자를 칭하는 개념으로 이해하여야 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북한의 ‘조선민족제일주의’와 미국의 ‘미국국가제일주의’가 무신론과 유신론, 유물론과 관념론의 차이만큼이나 크게 다르지만, ‘민족’이나 ‘국가’와 같은 세속적 실체를 거룩하게 성화시키는 세속종교의 현상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리스도교와 주체사상 사이의 대화는 특수한 대화에서 보편적인 대화로 나아가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jungs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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