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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 명, 그래서 뭐?”살며 묵상하며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 승인 2019.08.12 12:09
15 저녁때가 되니, 제자들이 예수께 다가와서 말하였다. “여기는 빈 들이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그러니 무리를 헤쳐 보내어, 제각기 먹을 것을 사먹게, 마을로 보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16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들이 물러갈 필요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17 제자들이 예수께 말하였다. “우리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습니다.” 18 이 때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들을 이리로 가져 오너라.” 19 그리고 예수께서는 무리를 풀밭에 앉게 하시고 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들고, 하늘을 우러러 보시고 축복 기도를 드리신 다음에,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이를 무리에게 나누어주었다. 20 그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남은 부스러기를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21 먹은 사람은 여자들과 어린아이들 외에, 어른 남자만도 오천 명쯤 되었다.(마태복음 14:15~21/새번역)

“오천 명을 먹이심”, 이 단락에 붙은 이름입니다. 제목이 핵심을 요약하는 것이라면, 이 본문의 핵심을 놀라운 기적쯤으로 정리하기 쉽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적의 진위여부에 대한 호기심과 논쟁 언저리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 기적을 어떻게 받아들인다 해도, ‘세상에 이런 일이’, ‘세계의 불가사의’ 정도의 놀라운 일쯤에서 끝나지 않겠습니까. 너무 놀라운 기적이고, 하나님의 아들쯤 되어야 가능한 기적일 뿐입니다. 오늘 우리 일상과는 어떤 관련이 있겠습니까.

▲ Ernesto Arrisueno, “Garden of Peace”(2005)

신학적인 해석도 있습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로 이스라엘 백성을 먹여 살린 사건을 떠오르게 합니다. 모세가 보여준 메시야의 모습, 그 절정을 예수님께서 보여주신다는 뜻입니다. 또한 언젠가 완성될 하나님 나라에서 모든 백성이 예수님과 함께 할 잔치를 예시한다고도 봅니다. 오천 명을 먹이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과거와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풀이입니다. 그 현장의 무리에게 그렇게 보였을 수 있겠습니다. 또한 마태복음을 읽었을 신앙공동체에도 그런 의미가 전해졌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단지 예수님의 정체를 암시한 기적 사건일 뿐이라면, 오늘 우리 일상에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막연합니다. 다른 전제로, 다른 각도에서 살펴봅니다. 예수님께서 길이시라면,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는 길을 보여주시는 것이라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보면 이 사건에서 다른 측면에 시선이 멈춥니다. 오천 명, 기적, 메시야의 예시 등의 특별한 것들보다는 사소해 보이지만 구체적인 행동에 관심이 갑니다.

“그들이 물러갈 필요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이 말씀이 오히려 핵심으로 다가옵니다. 물러갈 필요가 없다는 말씀은 당시 문화를 뒤집는 반전입니다. 당시에는 배우는 이가 가르치는 이에게 먹을 것을 드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먹을 것이 얼마 없었던 제자들은 이런 관습을 따라 사람들을 보내서 먹을 것을 구해오게 하자고 한 것입니다. 무리들뿐만 아니라 예수님과 제자들 먹을 것까지. 그러나 주님께서는 관습을 뒤집습니다. 가르치는 쪽에서 배우는 쪽을 먹이자는 말씀입니다.

굶주린 이들을 위해서라면, 배고프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관습보다 사랑을 앞세우는 모습입니다. 가난하고 힘겨운 이들에게 누구든, 어떤 상황이든 먼저 손을 내미는 섬김의 길입니다. 받는 것이 당연시 되는 모든 관계를 뒤집어 다시 보게 하시는 부르심입니다. 기적이 거북했던 합리주의적 해석처럼 기적을 과장이나 비유라고 보는 관점이 아닙니다. 가난한 이들을 섬기고 도우라는 윤리적 가르침쯤으로 타협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합리를 넘어서는 사랑입니다.

가진 것이 없고 소용없어 보여도 사랑을 따르는 길입니다. 어떤 상황이든, 얼마나 있든 그것 그대로 나누고 섬기는 길입니다. 어떤 관습과 규정이라도 사랑으로 뒤집어 섬기는 길입니다. 다시 한 번 주님 말씀을 새겨봅니다. “그들이 물러갈 필요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그 말씀이 이렇게 들려옵니다. ‘관습에 갇히지 말고, 합리적 해결에 묶이지 말아라. 그저 사랑을 따라 있는 그대로를 나눠라!’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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