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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들판을 밟고 선 꽃”살며 묵상하며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 승인 2019.08.15 17:40
22 예수께서는 곧 제자들을 재촉하여 배에 태워서, 자기보다 먼저 건너편으로 가게 하시고, 그 동안에 무리를 헤쳐 보내셨다. 23 무리를 헤쳐 보내신 뒤에, 예수께서는 따로 기도하시려고 산에 올라가셨다. 날이 이미 저물었을 때에, 예수께서는 홀로 거기에 계셨다. 24 제자들이 탄 배는, 그 사이에 이미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풍랑에 몹시 시달리고 있었다. 바람이 거슬러서 불어왔기 때문이다. 25 이른 새벽에 예수께서 바다 위로 걸어서 제자들에게로 가셨다. 26 제자들이, 예수께서 바다 위로 걸어오시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서 “유령이다!” 하며 두려워서 소리를 질렀다. 27 [예수께서] 곧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심하여라. 나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33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에게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선생님은 참으로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마태복음 14:22~27/새번역)

마태복음 전체에서 제자들이 주님이 누구신지 처음으로 고백하는 드라마틱한 장면입니다.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하게 되는 이유, 단순히 놀라운 기적을 목격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기적의 내용이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홀로 산에 올라 새벽까지 기도하시는 모습은 물론 시내산에 오른 모세를 떠오르게 합니다. 그러나 물위를 걸어오시는 모습은 구약 곳곳에 드러난 하나님의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 William Brassey Hole, “Jesus Walking Upon The Sea”(2012)

창조하시는 하나님은 혼돈과 공허로 어둠이 깊었을 때, 수면 위를 움직이고 계시는 영으로 표현됩니다. 물 위를 거니시는 하나님이십니다(창1:2). 욥기9:8에서는 바다 괴물의 등 또는 바다의 파도를 짓밟으시는 모습입니다. 하박국3:15에서도 큰 파도를 밟으시는 모습입니다. 시편77:19과 이사야43:16에서는 큰 바다 위에 길을 내시고 발자취를 남기십니다.

큰 물, 거센 파도를 밟고 걸으시며 길을 내시는 하나님처럼 예수님께서도 그 길을 따라 거센 파도를 밝고 나아가십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의 거친 파도는 죽음의 공포를 안겨줍니다. 하나님께서는 흑암과 혼돈과 죽음을 밟고 굳게 서시며, 길을 내시는 구원자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예수님께서 바로 그 하나님의 모습을 눈앞에 온 몸으로 펼쳐 보여주고 계십니다. 제자들은 그 모습에서 드디어 하나님의 아들을 알아보고 고백한 게 아니겠습니까.

“안심하여라. 나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두려워하는 제자들에게 주신 이 말씀 역시 하나님의 언어입니다. 에고 에이미로 표현된 “나다”는 하나님께서 자신에 대해 사용하신 말씀입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역시 하나님께서 건네주시던 위로의 말씀이 아닙니까.

물 위를 걸어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나아가시는 주님의 모습, 그것은 주님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을 함축합니다. 그 밤뿐 아니라 십자가의 길 전체가 바로 죽음의 파도 위를 걸어가신 삶이기 때문입니다. 기적이 아니어도 그 삶의 태도 자체가 하나님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기적에 시선을 빼앗기면 삶의 태도를 놓치기 쉽습니다. 주님 보여주신 삶의 태도를 알아보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기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겨울의 메마른 들판을 밟고 걸어오는 봄에서 하나님을 맞이합니다. 슬픔을 밟고 일어서는 아린 마음에서, 고통을 끌어안고 나아가는 사랑에서,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길을 멈추지 않는 발걸음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목격합니다. 하나님의 영을, 하나님의 아들을 목격합니다. 그 모든 풍경에서 주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안심하여라. 나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거센 파도 앞에서 불안이 먼저 덮쳐올 때, 가만히 귀 기울여 듣습니다. “안심하여라. 나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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