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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씨를 뿌리다”살며 묵상하며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 승인 2019.09.05 19:55
22 제자들이 갈릴리로 모여 있을 때에,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인자가 곧 사람들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 23 사람들은 그를 죽일 것이다. 그런데 그는 사흘째 되는 날에 살아날 것이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들은 몹시 슬퍼하였다.(마태복음 17:22~23/새번역)

예수님께서 재차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에 대해 말씀해주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사람들의 손에 넘어갈 것이고, 사람들이 사람의 아들을 죽일 것이나, 사흘째 되는 날 살아날 것이라고. 마치 랩가사의 라임처럼 운율이 느껴집니다. 사람의 아들과 사람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아들, 인자는 종말론적 차원의 특별한 의미를 지녔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분명 그 특별한 인자는 사람의 아들입니다. 누군가의 아들이 사람들에 의해 살해당하는 부조리가 담겨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람에 의해 고통 받고 죽어갔습니까. 또한 지금도 죽어가고 있습니까. 인자의 죽음이 종말론적 의미를 지니듯이, 한 사람이 누군가에 의해 죽어가는 일 역시 종말을 보여주지 않습니까. 살해당하는 인자가 이름 없는 그 수많은 살해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누군가의 아들이며 딸이면서, 누군가의 아들이며 딸인 한 사람을 죽일 때, 그것은 자신에 대한 부정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한 부정으로 사람됨의 종말이기 때문입니다.

▲ Vladimir Kush, 「Miracle of Birth」(12×12 inches)

제자들은 이전과 달리 슬퍼할 뿐입니다. 베드로처럼 안 된다고 막아서지는 않습니다. 그 슬픔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죽음과 상실이 다가옵니다. 막아서고 싶어도 주님께서 하나님의 일로 선포하시니 어쩌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 슬픔은 여러 가능성의 씨앗입니다.

막아서고 싶었고 슬퍼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메시야로 기대했던 스승의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죽어간 수많은 사람의 아들들과 이어질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름 없이 죽어간 사람의 아들들을 향해서도 더는 안 된다고 외치며, 함께 아파하며 슬퍼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또한 슬픔만으로는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절감할 기회였습니다.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아무 말 할 수 없어서 그저 슬펐습니다. 그러나 주님 골고다에서 피와 땀으로 기도할 때 잠들었습니다. 병정들이 와서 잡아갈 때, 도망쳤습니다. 십자가에 달리시는 데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 슬픔이 이 모든 과정에서 너무 무력해 보입니다.

그 상황에 처하면, 그 누가 자신은 달랐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제자들이 잘못했다고 책망하려는 뜻이 아닙니다. 그들과 다르지 않은, 아니 더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깊이 성찰하고 배워야 합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그 과거의 의미는 언제나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들의 실패는 바꿀 수 없지만, 그 실패가 지금 어떤 의미를 낳게 될지는 늘 열려있습니다.

조약돌이 가득한 해변에 비슷한 모양의 보석이 섞여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그 사실을 알고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를 집어 살펴보고 아니면 바다에 버렸습니다. 그렇게 수없이 반복하고 또 반복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보석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손은 그동안 반복해온 그대로 바다에 버렸습니다.

슬픔만으로, 의욕과 의지와 감정만으로 너무나 무기력한 자리에서 어찌 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물어야겠습니다. 하나님께 묻고 준비해도 결국 무너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다시 하나님 앞에 무릎 꿇어 묻고 또 준비해야합니다. 감정이 아니라 태도를 준비해야 합니다. 실패와 좌절 앞에서 주님께 무릎 꿇는 태도가 반사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슬픔을, 감정을 의지하지 않고, 주님을 의지하는 태도를 준비해야겠습니다. 익명의 고통과 죽음을 하나님 아들의 고통과 죽음으로 만나는 태도를 준비해야겠습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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